한나라당 최병렬 대표와 서청원 전 대표간의 공천 갈등이 표면화되고 있다. 22일 공천 논의를 위한 양측의 극비 회동에도 서 전 대표측의 마뜩치 않은 기색이 역력한 가운데, 23일 운영위회의에선 서 전 대표 계열의 한 지구당 위원장이 공천심사위 구성과 관련 최 대표에게 직접적인 이의를 제기하기도 했다.
공천 문제를 앞두고 한나라당내 갈등이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최병렬, “힘을 합치자”**
22일 최 대표는 서 전 대표와 극비리에 오찬회동을 갖고 공천 과정에서의 도움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회동은 최병렬 대표의 요청으로 이뤄졌으며, 일부 공천문제나 당 운영방식에 대해서는 격론을 벌이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병렬 대표는 이날 회동에서 “서 전 대표에게 공천과 관련해 좋은 사람, 경쟁력 있는 사람을 추천해 달라고 했다”며 “총선 승리를 위해 힘을 합치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만간 본격화할 공천 작업을 앞두고 일종의 지분협상을 제의한 셈이다.
이날 회동은 특히 지난 9일 의원총회에서 서 전 대표가 “당을 사당화하려 한다”고 지도부를 직격했고, 이에 최 대표는 “서청원 왜 이러는 거냐”며 정면 대응한 이후 일부 중진들 사이에선 최 대표 ‘재신임’ 기류까지 흐르던 터에 성사된 것이어서 주목된다.
최 대표로서는 원내외 최대 계파의 수장인 서 전 대표측의 물갈이 반발 무마가 당면 과제로 떠오른 이상, 회동을 통해 서 전 대표에게 화해의 메시지로 공천 지분을 양보했을 것이라는 후문이 파다하다. 공천 과정에서 서 전 대표가 제시하는 '인선 리스트'를 적극 배려한다는 데 양측이 합의했다는 설도 흘러나오고 있다.
***서청원, “성과라고 할 만한 것 없다”**
하지만 이날 회동으로 양측의 갈등이 완화됐는지는 불투명하다. 최 대표측이 회동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을 삼가는 가운데, 서 전 대표측은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회동에서 성과라고 할 만큼 특별한 것은 없었다”고 심드렁한 반응을 보였기 때문이다.
서 전대표의 다른 측근도 “최 대표와 정국대응 방식을 놓고 큰 이견을 확인한 자리였다"며 회동의미를 평가 절하했다. 그는 “당이 어려우니까 당 운영 방식, 공천 과정 등에서 최 대표가 도움을 요청한 것이 맞다”며 “이전에도 몇 분 중진 의원들을 만나신 것으로 아는데 그런 일환인 것 같다”고 밝혔다.
***서청원계 "비대위 해체하라"**
23일 운영위회의에서 서 전 대표 계열로 알려진 최수영 서울 성북 지구당위원장은 최 대표에게 “우리 당이 이상해져 가고 있다”고 공개리에 불만을 제기하기도 했다.
최 위원장은 “총무도 있고, 정책위의장, 운영위원도 있는데 비대위 체제가 계속 유지돼 이 상태로 (여야간) 계속 평행선을 그리면 국민만 더 고통받는다”고 최 대표의 당 운영방식을 비판한 뒤 “내년부터는 당이 정상체제로 갔으면 한다”고 최대표가 주도하고 있는 비대위 해체를 요구했다.
최 위원장은 이어 “공천심사위가 외부 50%, 내부 50%로 구성된다고 하는데, 내부 사람들은 적어도 지역별, 나이별, 원외 등이 고려돼 선정됐으면 좋겠다”며 “이런 문제도 명단에 올라오기 전 사전에 운영위에서 논의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공심위 구성 과정 공개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최 대표는 “비대위는 여러 운영위원들의 동의를 받아 만들어진 것이고 대선자금과 관련된 상황이 계속되니 불가피하다”고 무마했다. 최 대표는 공심위에 대해서도 “대표가 열심히 해서 운영위 동의를 얻기로 돼 있다”며 “다음 주 월요일(29일) 최종 결정해서 회부할 것”이라고 즉답을 피했다.
최 대표는 다만 “(대선자금 문제, 정치개혁안 등) 여러 가지가 뒤엉켜서 공천 관련 작업이 예상보다 지연되고 있다”고 어려움을 고백한 뒤, “26일 다시 운영위원회를 소집해 공천 관련 규정에 대한 의사결정을 할 것”이라며 “이것이 정해지면 29일, 공심위를 구성해 운영위원회에 회부토록 할 것”이라고 본격적인 공천작업 착수 의지를 분명히 했다.
***신-구주류 진통 스타트**
정가에서는 이같은 최병렬-서청원간 갈등이 언젠가는 반드시 한번 겪어야 할 내부진통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특히 불법 대선자금 문제를 계기로 최병렬 대표진영이 서청원 전대표로 대표되는 이회창계의 전폭 물갈이를 생각하고 있는 만큼 이같은 내홍은 불가피하다는 게 일반적 관측이다.
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는 "서청원 전대표로 대표되는 구주류는 불법대선자금 정국을 계기로 자신들이 끽소리 못하고 대폭 물갈이될 것을 우려하는 분위기"라며 "이들의 조직적 저항이 시작되면 내년 총선에서의 공천 전면 쇄신을 통해 위기를 정면돌파하겠다는 최대표 구상에도 적잖은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불법 대선자금 스캔들이 수습되기도 전에 내년 총선을 둘러싼 신-구주류간 파워게임이 시작된 게 작금의 한나라당의 어지러운 풍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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