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최구식 의원이 15일 "이회창 전 총재는 충무공 보다는 오히려 원균에 가깝다"고 정면으로 비난했다. 이는 이 전 총재가 최근 "상유십이순신불사(尙有十二舜臣不死), 아직 열두 척의 배가 남았고 이순신은 죽지 않았다"면서 정계복귀 가능성을 시사한 데 따른 것이다.
박근혜 계로 분류되는 최 의원은 이날 오전 의원총회를 위해 준비한 발언자료에서 "원균은 그 때 전사했다. 그러고도 비참한 이름을 만세에 남기고 있다. 참고가 되셨으면 한다"며 "인간적인 정리로 참고 있는 후배로부터 더 지독한 말을 듣지 않게 되기를 빈다"고 맹비난했다.
"한나라의 부패·비겁·교만…昌 시절 만들어진 것"
최 의원은 "합당한 분이 합당한 말씀을 한 것인지 의심스럽다"면서 "교만한 태도가 충무공 답지 않아 원문을 찾아보니 '순신불사'가 아니라 '미신불사'(微臣不死), 즉 '미천한 신하는 죽지 않았으니'라는 것이었다. 참모가 잘못 보고한 모양"이라고 비꼬았다.
최 의원은 특히 "이회창은 두 번 대선에 패했다. 그것도 한 번도 패한 적이 없는 불패의 군대를 데리고도 그랬다"며 "이회창의 착각과 오판이 결정타를 날렸다"고 직격했다. 그는 "그 결과 나라는 총체적 위기에 빠졌고 부패, 꼴통, 교만, 비겁, 기회주의, 이기주의 등은 대개 이회창 시절 만들어진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 의원의 돌출 발언에 의총장은 순식간에 술렁였다. 윤두환 의원은 "여기가 혼자 떠드는 자리냐"고 고함을 질렀다. 이병석 원내수석 부대표는 단상으로 나가 최 의원의 마이크를 빼앗으려 했고 김형오 원내대표도 "그만하라"며 최 의원을 만류했다.
"왜 이러느냐"면서 발언을 이어가려 했던 최 의원은 결국 여러 의원의 저지 속에서 상기된 얼굴을 한 채 단상에서 내려왔다. 한 3선 의원은 "최구식을 그렇게 안 봤는데 웃기는 자식"이라고 비아냥거리기도 했다.
발언을 모두 마치지는 못했지만 그 이후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최 의원은 "1000만 표 얻은 분 아니냐, 그러니까 그 분을 활용해야 할 것 아닌가 하는 분도 계시는 것을 안다"며 "하지만 그 분만 아니었다면 누가 나가도 100만 표를 더 얻어 이겼을 텐데 하는 소리도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이회창 불가론'을 이어갔다.
자리를 정돈하기 위해 단상에 오른 김형오 원내대표가 "최구식 의원의 말씀은 정말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의총에선 어떤 이야기든 할 수 있지만 거기에는 상응하는 책무가 따른다"며 "사학법과 관련한 토론을 진행하자"고 독려했지만 이미 어수선해진 분위기는 좀처럼 정리되지 않았다.
"이회창, 내년 비좌파 대연합 결성 위한 행동에 나설 것"
한편 이회창 전 총재의 측근인 이종구 특보는 전날 "이 전 총재가 현 좌파정권을 비판하는 강연활동을 시작한 것은 사실상 정치활동을 재개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내년부터는 강연뿐 아니라 비좌파 대연합 결성을 위한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일부 언론과 만난 그는 "이 전 총재의 세력화에 대해 '새 정파를 꾸미느냐'는 비판이 있을 수도 있지만 내년부터는 활동의 영역이 넓어지고 강해질 것"이라며 "최근 일부 여론조사를 보면 한나라당 지지자들 가운데 이 전 총재의 정계 복귀에 대한 긍정적인 답변이 절반 가량 된다"고 강조하며 '昌 복귀론'에 무게를 실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