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장애인을 상대로 한 성폭력 범죄에서 친고죄가 폐지된다. 또한 장애인에게 단 한 차례라도 성범죄를 저지를 경우, 전자장치가 부착된다. 정부는 7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일명 '도가니법'인 '장애인 성폭력 방지 및 피해자 보호대책'을 발표했다.
정부는 아동 대상 성폭력 범죄와 마찬가지로 장애인에 대해서도 친고죄를 폐지하기로 했다.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만 처벌할 수 있는 친고죄 조항은 가해자가 피해자를 압박하거나 돈으로 회유해 합의를 종용하는 수단으로 악용돼 왔다.
영화 <도가니>로 사건 당시 일부 가해자가 처벌을 면했던 이유 역시 피해 아동 부모가 고소를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장애인 강간죄의 법정형을 3년에서 5년 이상으로 올리고, 장애인 성폭력 범죄는 1회만으로도 전자장치 부착 명령 청구가 가능하도록 하는 '특정범죄자에 대한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내달 중 국회에 제출키로 했다.
또한 장애인에 대한 성폭력 범죄를 인정하는 범위에 '항거불능'을 입증하지 않아도 되는 '위계·위력에 의한 간음'을 추가하기로 했다. 그동안 '항거불능의 상태'일 때만 강간을 인정해 가해자에게 관대한 처벌이 이뤄진다는 지적이 있었다.
아울러 교직원의 임용결격·당연 퇴직 사유를 성폭력 범죄로 벌금형을 받은 경우까지 확대, 성폭력 가해자의 교단 접근을 원칙적으로 차단키로 했다. 다만 장애인 성폭력 사건에 대한 공소시효 폐지에 대해서는 보다 신중히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추후 논의키로 했다.
정부는 또 광주 인화학교의 폐교 절차를 신속히 추진하는 한편 재학생 22명 중 가정에서 통학이 가능한 학생 15명은 인근 학교에 전학하도록 지원하고, 인화원에 거주하는 7명은 희망에 따라 다른 시설로 옮겨 생활하도록 할 방침이다
하지만 이런 방침은 대부분 '재탕', '짜깁기' 수준이다. 또 사립학교 및 사회복지 법인 운영에 관한 정부와 여당의 기존 입장에 대한 반성이 없다는 점 역시 문제다. 장애인 성폭력 범죄에 '위계ㆍ위력에 의한 간음'을 추가하고, 친고죄를 폐지하는 내용 등은 지난해 5월 한나라당 원희목ㆍ김소남 의원 등이 발의한 성폭력특례법 개정안에 이미 담겨 있는 내용이다.
또 사회복지 법인ㆍ시설의 투명성 확보를 위해 공익이사제를 도입하는 내용 등을 담은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안이 이번 정기국회 내에 통과되도록 하겠다고 밝혔지만, 이 역시 인화학교 사건이 불거진 뒤인 지난 2007년 이미 정부가 개정을 추진했던 내용이다. 당시에는 한나라당과 종교단체의 반대로 무산됐었다.
그동안 장애인 성폭력 사건에 대한 공소시효를 폐지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았는데, 이번 대책에서 제외된 점 역시 논란거리다. 장애인 단체들은 <도가니> 열풍으로 장애인 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지금에도 장애인 성폭력에 대한 공소시효 폐지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며 안타까워하고 있다.
피해자 부모와 합의하거나 공소시효가 만료됐다는 이유 등으로 집행유예 또는 공소권 없음 등의 처분을 받은 교사 4명은 여전히 교단에 서 왔다. 이런 사례가 반복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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