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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가니>에 빠진 한나라당…5년 전에 무슨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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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가니>에 빠진 한나라당…5년 전에 무슨 일이?

'사회주의적 사고'라 반대하더니…사회복지사업법 개정안 추진

한나라당이 노무현 정부 시절 '사회주의적 사고'란 이유로 반대했던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안, 일명 '도가니법'을 추진할 뜻을 밝혔다. 광주 인화학교 성폭력 사건을 다룬 영화 <도가니>가 파장을 일으키자, 과거에 이념 문제로 반대해온 법안을 두고 180도 태도를 바꾼 것이다.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는 2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진수희 의원이 사회복지법인이 취약계층의 보호라는 본연의 공적가치를 구현하도록 일명 '도가니 방지법'을 발의할 예정"이라며 "이 법안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통과될 수 있도록 면밀히 검토해 달라"고 말했다.

전날 황우여 원내대표 역시 "최근 <도가니>라는 영화를 시청하면서 모 학교의 장애인권 문제가 심각하게 논의되고 있다"며 "당에서도 사회복지사업법 등 관련 법규를 정비해서라도 시설 감독을 강화하겠다"고 의지를 드러냈다.

그러나 홍준표 대표가 언급한 '도가니 방지법'은 이미 5년 전 참여정부가 추진했다가 한나라당의 반대로 무산된 개정안이었다. 진수희 의원이 보도자료 통해 밝힌 "족벌경영으로 유지돼 왔던 법인의 임원제도를 공익이사 선임을 통해 구조적으로 개선하겠다"는 내용 역시 한나라당 스스로가 5년 전 '사회주의적'이란 이유로 반대했던 것이다.

▲ 영화 <도가니>의 한 장면. ⓒ프레시안

한나라-복지재벌-종교계 '협공'으로 무산된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안

당시 법 개정의 쟁점은 사회복지법인에 공익 이사를 의무적으로 선임하도록 사회복지사업법을 개정하는 것이었다. 현행 법안에 따르면, 사회복지법인 이사회는 공익이사를 선임할 의무가 없다. 정부의 상당한 국고 지원을 받지만, 외부 감독 기능은 철저히 차단된 것이다. 영화 <도가니>의 배경이 된 인화학교처럼, 친인척·족벌경영의 악순환이 되풀이 되는 이유다.

일부 복지시설의 인권유린 사례가 알려지면서 법개정 목소리가 나온 것은 2006년 11월. 당시 민주노동당 현애자 의원과 사회복지노조 등 시민단체들은 복지재단의 투명성 강화를 위한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어 복지부 역시 2007년 공익이사 4분의1 선임 의무화, 임원과 시설장의 자격 요건 강화 등을 담은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그러나 개정안은 좌초됐다. 사회복지법인을 운영하는 개신교계가 거세게 반발했고, '전국 사회복지법인 대표자 비상대책위원회'가 결성돼 집회까지 열며 개정안 철회를 요구했다. 정치권에 대한 이른바 '복지재벌'의 로비도 줄을 이었다. 수많은 복지재단이 비민주적인 족벌 운영을 일삼으면서도, '사유재산이므로 간섭하지 말라'는 것이 명분이었다. (☞관련 기사 : 사회복지시설은 복지재벌의 사유재산?)

여기에 한나라당이 동조했다. 박근혜 전 대표는 그해 3월 신경하 감리회 감독회장과 만나 "사학법의 개방형 이사제와 유사한 개념의 '공익 이사제' 도입 문제를 두고 기독교계의 반발을 사고 있는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안에 대해서 반대한다(<국민일보>2007년3월9일자)"며 종교계의 손을 들어줬다.

당시 한나라당 장애인위원장이었던 윤석용 의원은 한 발 더 나아가 이 개정안이 '사회주의적'이고 '포퓰리즘적 발상'이라고 몰아 붙였다. 그는 2006년 8월22일 열린 주요당직자회의에서 "(개방형 이사제는) 사회주의적 사고로 특정 정파나 특정 정권에 의해 획일화된 가치관을 사회복지시설을 통해서 달성하려는 포퓰리즘적, 반헌법적인 발상"이라며 개정안을 강하게 반대했다.

당시는 광주 인화원을 비롯한 김포사랑의 집, 원주 상애원, 성람재단 등 각종 사회복지시설의 비리와 성폭력 사건이 세상에 알려진 직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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