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인화학교 성폭행 사건을 전면 재수사하라는 주장이 힘을 얻었다. 이에 경찰청은 광주 인화학교에 남아있는 장애인에 대한 인권과 안전 확보 차원에서 경찰청 본청과 광주지방경찰청이 함께 특별수사팀을 편성, 의혹 내용 전반을 점검하기 시작했다고 28일 밝혔다.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 5명과 광주지방청 소속 성폭력 전문수사관 10명 등 총 15명으로 구성된 특별수사팀은 △가해 교사들의 추가 성폭행 피해 사례 △관할 행정 당국의 관리·감독 상의 적정성 여부 △인화학교 내부의 구조적 문제점이나 비리 등 3가지를 중점 조사하기로 했다.
가해 교사가 사건이 발생했던 2000년 이후에 추가 범행을 저질렀지만 처벌되지 않았는지, 학교로 복귀한 이후 다시 유사 범죄를 저지른 것은 아닌지 등에 대해 경찰은 조사할 방침이다. 관할 지자체인 광주광역시청과 시교육청, 관할 구청, 지역 경찰 등이 인화학교 재단 측과 유착하거나 감시·감독상의 책임을 다하지 못한 점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경찰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실제로 인화학교에서 수화 통역을 했던 A씨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2005년 6월 처음으로 성폭행 사건이 세상에 알려졌지만 이보다 훨씬 이전에 학교에서도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한 피해학생이 담임 선생님에게 성폭행 사실을 털어놓자 '다시는 (성폭행을) 못하게 말 할테니 참아라'라고 말했다"며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지만 조직적으로 은폐하려 하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성폭력 범죄에 대한 조직적인 은폐가 이뤄졌다는 게다. 학교 외부에서 이런 은폐에 협조한 세력이 있다면, 경찰이 이를 밝혀낼 수 있을지에 대해 관심이 쏠린다. 만약 경찰 중에서 학교 측과 결탁한 사례가 있다면, 경찰 수뇌부로서는 곤혹스러워진다. 일단 경찰은 과거 수사 기록에 대해서도 공소장에 명기된 혐의 내용을 제외하고 전반적인 재점검을 할 방침이다.
하지만 경찰의 이런 움직임은 때늦은 감이 있다. 인화학교 성폭력 대책위원회와 광주 광산구에 따르면 인화학교와 인접한 복지시설 인화원에 거주하는 A(15)군이 또래 여학생을 성폭행 또는 추행했다는 신고가 지난해 7월 대책위에 접수됐다. 그로부터 1년 2개월이 지난 뒤에야 경찰이 본격적인 움직임을 취하고 있는 것이다. 또 인화학교 성폭력 사건을 조사하는 이들에게는 10~20년 전에 발생한 성폭행을 신고하는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 언론과 경찰이 관심을 갖지 않았던 사각지대에서 오래 전부터 범죄가 창궐했다는 이야기다.
인화학교 사건이 MBC <PD수첩>을 통해 보도됐을 당시, 인권위가 고발했을 당시, 작가 공지영 씨가 이 사건을 소재로 소설 <도가니>를 출간했을 당시 등. 이들 시기를 모두 무관심으로 보냈던 치안 당국이 영화 '도가니' 흥행을 계기로 분주해진 모습은 많은 이들을 씁쓸하게 한다.
▲ 영화 '도가니' 속 한 장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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