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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려의 목소리만 크고, 대응책 논의는 없어…

[산업공동화, 이대로 좋은가(10,끝)] 노사정이 협력할 지점 있다

산업공동화가 우리의 문제로 떠오른 것은 최근의 일이 아니다. 이미 1990년대에 경영계에서 저렴한 노동비용을 찾아 해외진출에 부쩍 관심을 기울이면서 산업공동화의 우려가 제기됐다. 이어 2000년대에 들어서는 정부 차원에서 이와 관련한 연구와 조사가 진행됐다. 고용불안을 느낀 노동자들의 투쟁 현장에도 '산업공동화 저지'라는 구호가 내걸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기이하게도 산업공동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많이 나왔지만,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한다'는 대응책에 관한 이야기는 별로 들리지 않았다. 몇 가지 연구와 실천이 있긴 했지만, 그 대부분은 실효성이 의문시되는 것들이었다. 사실 우리는 산업공동화에 대한 대응책을 아직 찾지 못한 것으로 봐야 한다. 이미 오래 전부터 우리나라에서도 산업공동화가 진행돼 왔음에도 그동안 정책당국과 각 경제주체가 산업공동화에 대응하기 위한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았던 것이다.

정부의 산업정책은 실종됐나?

가장 큰 책임은 정부에 있다. 경제 전체를 이끌어가고 문제가 생기면 시의적절하게 정책을 내놓아야 할 정부가 산업공동화에 관한 한 제 기능을 하지 못한 것이다. 정부는 시장에 의사결정을 내맡기려고만 하다 보니 정책당국으로서 산업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역할을 스스로 포기했던 것이다.

산업공동화는 개별 기업 차원의 문제해결 능력을 뛰어넘는 사안이다. 산업공동화는 개별 기업이 아닌 산업과 지역의 차원에서 일어나는 현상이기 때문에 개별 경제주체의 대응 노력과 더불어 정부의 정책적 개입을 요구하는 문제다. 정부가 "권력은 이미 시장으로 넘어갔다"는 말만 한가롭게 되뇔 상황이 아니다.

최근 노사 간 협상이 타결됐지만 여전히 갈등의 불씨를 안고 있는 쌍용자동차 사태만 해도 그렇다. 중국 자본이 우리나라 업체의 기술을 가져가려고 하는 상황인데도 정부가 대응책을 모색하는 노력에 나섰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 이런 정부의 방임적인 태도는 중국 정부의 태도와 대조된다. 중국 정부는 장기적 안목으로 정책 비전을 내놓으며 앞장서서 기술 확보와 산업 육성에 나서고 있다.

▲ 금강화섬이 폐업하기 전인 2004년 12월 이 기업의 노동자들이 국회의사당 앞에서 집회를 갖고 있다. 금강화섬의 노사갈등은 우리에게도 산업공동화 현상이 심각한 상태에 이르렀음을 보여주었다. ⓒ 참세상

노동계와 경영계의 이율배반

정부보다 노동계와 사용자가 산업공동화에 대한 우려를 더 강하게 제기하고 있다.

노동계로서는 당장 공장의 폐업이나 회사 구조조정에 따른 고용상의 문제가 심각하게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경영계는 중국 경제의 성장, 산업 전반의 활력 저하 등 경영환경 변화가 빨라지는 상황에서 정부의 정책적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노동계와 경영계도 그동안 산업공동화에 대해 나름의 현실성 있는 대안이나 대책을 강구하고 실천하기보다는 각자 자신들만의 입장과 이해관계에 기반을 둔 요구를 내놓곤 하는 데 그쳤다. 이런 태도는 산업공동화라는 문제를 정략적 이슈로 탈바꿈시킴으로써 실질적인 대응책을 모색하는 노력을 오히려 방해했다.

특히 경영계는 보다 유연한 노동시장과 탈규제를 지향하는 정부 정책과 노동자들의 투쟁성 약화를 유도하기 위해 산업공동화를 위기감 조성용 카드로 이용함으로써 정부와 노동계를 압박했다. 그런가 하면 노동계는 당장의 고용 보장을 확보하기 위해 산업공동화가 낳는 고용상의 문제점을 부각시켰을 뿐이다. 노동계와 경영계 모두 산업공동화에 대응할 장기적인 전략과 비전을 내놓지 못하고 시간만 흘려보낸 것이 현실이다.

산업공동화에 대한 우려는 제기하면서도 대응책을 찾기 위한 진지한 성찰과 노력은 하지 않는 노사 모두의 자기모순적 태도가 바뀌지 않는 한, 우리는 당면한 산업공동화의 위기를 극복하기 어려울 것이다.
▲ 한 자리에 모인 노사정 각 기관·단체 대표자들이 서로 손을 맞잡고 사진기자들 앞에 서서 밝은 표정을 지어 보이고 있다. 하지만 노사정위원회와 노사정대표자회의는 혼란만 거듭하고 있다. ⓒ 연합뉴스

노사정이 서로 협력할 지점을 찾아야

이번까지 그동안 10회에 걸쳐 연재된 <프레시안>의 기획 시리즈 '산업공동화, 이대로 좋은가'는 산업공동화 위기의 현황과 산업공동화의 주된 요소인 기업들의 중국 진출 상황을 살펴 보고, 정부를 비롯한 각 경제주체들이 이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를 논의해보기 위한 것이었다.

미국 위스콘신 주의 '하이로드' 전략을 소개한 6회와 7회 기사는 산업공동화의 위기 속에서 노동계가 취할 수 있는 전략을 살펴본 것이었고, 독일 볼프스부르크 시의 민관 파트너십을 들여다 본 8회 기사는 산업공동화에 직면한 상황에서 정부와 기업이 각각 어떤 대안을 내놓을 수 있는가를 생각해보기 위한 것이었다.

이 두 해외 사례는 산업공동화 대응의 성공사례로 주목받고 있지만, 두 경우 모두 아직은 산업공동화 위기를 완전히 극복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두 사례의 공통점, 즉 각 경제주체들이 이해관계에서 대립하면서도 서로 협력할 수 있는 지점들을 찾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과 실천을 하고 있다는 점은 취재과정에서 인상적인 모습으로 다가왔다.

현 정부가 부쩍 강조하고 있는 '노사 간 상생'은 대통령이나 장관이 재벌총수를 비롯한 대기업 경영자들이나 최고위 노조간부들과 나란히 서서 사진이나 찍는 것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닐 것이다. 산업공동화야말로 노사 간에 협력이 이루어져야 제대로 된 대응책이 강구될 수 있는 문제다. 더 늦기 전에 이 문제를 놓고 노사정이 머리를 맞대고 대응책 논의를 진지하게 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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