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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관 파트너십이 도시를 탈바꿈시키다"

[산업공동화, 이대로 좋은가(8)] 독일 볼프스부르크 시의 변모

독일의 수도 베를린 시에서 서쪽 방향으로 1시간 남짓 '도시 간 고속철도(ICE)'를 타고 가면 도착하는 볼프스부르크(Wolfsburg) 시는 요즘 오랜 기간의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도시 이미지를 활기차게 탈바꿈시키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볼프스부르크의 이런 변화는 장기적인 시 발전계획을 바탕으로 시 정부와 민간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협력한 결과라는 점에서 시사하는 점이 적지 않다.

"어, 여기가 어떻게 이렇게 변했지?"

볼프스부르크 중앙역에서 만난 택시기사는 "3~4년 전만 해도 이곳은 허허벌판이었다"고 말했다. 이렇다 할 문화시설은커녕 변변한 쇼핑시설도 찾아보기 힘들었다는 것이다. 실제 독일 내에서 볼프스부르크 시는 1990년대까지 '침체된 도시'로 통했다.

그러나 볼프스부르크 중앙역에서 시 청사 앞까지 이어지는 2km 남짓한 거리에는 각종 문화시설과 음식점이 줄을 잇고 있었다. 역사(驛舍) 앞에는 대형 영화관이 자리 잡고 있고, 조금만 더 걸으면 대형 쇼핑몰 2~3개가 연이어 모습을 드러냈다.

이뿐만 아니라 중앙역을 중심으로 왼쪽에는 과학박물관이 자리 잡고 있고, 뒤편에는 독일의 대표적인 자동차 기업인 폭스바겐이 운영하는 '자동차 공원' 아우토슈타트(Autostadt)가 볼프스부르크 시를 찾아 온 방문객들에게 손짓하고 있다.

불과 3~4년 전만 해도 침체된 도시였던 볼프스부르크 시에 이러한 변화가 찾아오게 한 계기는 무엇이었을까?

폭스바겐의 위기가 지역경제에 위기로…아우토비전 프로젝트 수립
▲ 볼프스부르크 시의 도시계획을 총괄하고 있는 모니카 토마스 씨. ⓒ 프레시안

볼프스부르크 시 청사에서 만난 도시계획 책임자인 모니카 토마스(Monika Thomas, 48) 씨는 이같은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1990년대 볼프스부르크 시의 경제상황과 '아우토비전 프로젝트(Autovision Project)'에 대해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볼프스부르크 시는 1993년 이후 오랫동안 지독한 경제위기에 시달렸다. 세계 자동차 시장은 한국 차, 일본 차의 진출이 확대되면서 경쟁이 격화됐고, 1990년대 초에 일었던 독일 통일 특수까지 사라지면서 이 지역에 자리 잡고 있던 폭스바겐에도 불황이 닥쳐왔기 때문이다.

토마스 씨는 "다른 자동차 산업 도시에는 대기업 외에도 여러 중소 규모 회사들이 많이 있는 편이지만 볼프스부르크 시는 폭스바겐 한 회사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았다"며 "폭스바겐이 이 지역 고용의 60% 이상을 차지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즉 폭스바겐의 불황이 볼프스부르크 시의 경제상황에 곧바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는 것이다. 당시의 경제상황은 실업률에도 잘 드러난다. 1993년부터 상승하기 시작한 볼프스부르크 시의 실업률은 1997년에 최고 17.8%까지 치솟았다.

폭스바겐의 경영 악화가 지역사회의 위기로 이어진 상황에서 1990년대 후반부터 시 정부와 폭스바겐은 지역사회 위기 타파를 위한 방안을 찾는 작업에 함께 착수했다고 한다. 그 결과로 탄생한 것이 '아우토비전 프로젝트'였다.

토마스 씨는 "폭스바겐에 대한 지역경제의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중소 규모의 부품업체들을 육성하고 상업지구를 만드는 것이 '아우토비전 프로젝트'의 핵심이었다"며 "궁극적으로는 시 전체가 지속가능한 경제구조를 갖추게 해 삶의 질을 높이려고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 1990년대 중반 정점에 달했던 실업률이 그 후 점차 개선되고 있다. 아우토비전프로젝트가 실업문제 해소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 볼프스부르크 주식회사

네트워크를 통해 성장 잠재력에 불을 지피다

'아우토비전 프로젝트'는 지난 1999년 가을 볼프스부르크 주식회사(Wolfsburg AG)가 만들어지면서 본격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시 정부와 폭스바겐이 공동 출자해 만든 이 회사는 일자리 창출과 지역 경제구조의 혁신을 위한 다양한 사업계획을 내놓았다.

볼프스부르크 주식회사의 언론담당관 베른트 텔름(Bernd Telm) 씨는 "아우토비전 프로젝트의 핵심 원리는 네트워크를 구축해 각 부문별 시너지 효과를 높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볼프스부르크 주식회사가 추진하고 있는 사업부문 중 하나인 '혁신 캠퍼스(Innovation Campus)' 사업을 들여다보면 네트워크를 강조하는 텔름 씨의 설명에 이해가 간다.
볼프스부르크 주식회사의 4대 사업부문

볼프스부르크 주식회사는 아우토비전 프로젝트와 관련해 '혁신캠프스'와 '경험세계' 외에 또다른 2개 사업부문을 설정해 놓고 있다. 그 중 하나가 부품단지(Supplier Location Services) 구축.

이 사업은 발전 가능성이 있는 중소 규모 사업자가 지역 내에서 안정적인 사업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그런 사업자에게 포괄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공장 부지나 건물 등을 구하는 데 도움을 주기도 하고, 투자자를 소개해주기도 한다. 볼프스부르크 주식회사 측은 "폭스바겐이 구축한 국제적 네트워크는 창업자가 다양한 노하우를 습득하는 데 주요한 도움이 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또다른 사업은 구직자와 사람을 구하는 회사를 연결해주는 '인력서비스(Personnel Service)'다. 이 사업을 위해 설립된 '인력서비스회사(Personnel Service Agency, PSA)'는 지역 대학 등 교육기관과 협조해 기업에 필요한 인력을 손쉽고 빠른 방법으로 소개하는 일을 한다. 특히 최초 구직자나 직업을 바꾸려는 사람들이 PSA가 관심을 갖는 대상이다. 불가피하게 해고된 실업자의 취업을 알선하는 일도 PSA가 하는 핵심 사업이다.

볼프스부르크 시는 이같은 4대 사업 외에도 앞으로 IT 센터나 의료센터를 구축하는 일을 추진하고 있다. 이 부분의 사업은 확장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볼프스부르크 시의 모니카 씨는 "볼프스부르크 시의 미래는 밝다"고 단언했다.

▲ 포룸 아우토비전. ⓒ 프레시안

'혁신 캠퍼스'는 볼프스부르크 시의 서쪽 외곽지역에 위치해 있는 건물 '포룸 아우토비전(Forum Autovision)'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4층 높이의 이 건물 안에는 신규 창업자와 투자자, 창업 자문가 등이 함께 일하며 정보를 교환하고 있었다.

즉 '혁신 캠퍼스' 내에서 필요한 자금 확보부터 안정적인 창업을 위한 자문까지가 이곳에서 한꺼번에 이뤄진다는 것이다. 창업을 위해 여기저기 뛰어다녀야 하고 정보를 모아야 하는 우리의 경우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베른트 텔름 씨는 "혁신캠퍼스에서는 신규 창업이 일자리 창출의 근원이라는 인식 아래에서 창업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과 자본을 가진 사람, 창업에 대한 노하우를 알려줄 수 있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연결되고 있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빠져나가더니 이제는 다시 몰려들어

한편 볼프스부르크 주식회사가 일자리 창출 등을 위해 진행하고 있는 사업 중 하나는 상업지구와 관광시설 확충이다. '경험세계(ErlebnisWelt)'라고 불리는 이 사업은 제조업에 편중된 지역 경제구조를 다변화시키고, 이 지역을 문화적으로 좀 더 매력적으로 만들었다.

토마스 씨는 "과거에는 사람들이 볼프스부르크 시에서 돈을 벌어 인근 상업도시인 브라운슈바이게(Braunschweige) 시에 가서 돈을 쓰는 일이 많았다"며 "그렇게 시 밖으로 빠져나간 돈이 연간 1억~2억 유로(euro)나 됐다. 지역경제에는 큰 손실이었던 셈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경험세계' 사업이 진행되면서 오히려 바깥 지역에서 볼프스부르크 시로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다"며 "최근 2~3년 동안 상업시설과 문화·오락시설이 갖춰지면서 일자리도 2000여 개가 새롭게 창출됐다"고 덧붙였다.

볼프스부르크 시내 중심가에서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한 상인도 "여전히 브라운슈바이게 시가 더 큰 소비도시이지만, 베를린과 볼프스부르크의 중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브라운 슈바이게 시보다 이곳을 더 많이 찾게 됐다"고 말했다.

아우토비전 프로젝트는 15년짜리 장기계획

볼프스부르크 시에서 시작된 포괄적 도시혁신 계획인 아우토비전 프로젝트가 실행된 지 6년여 만에 이 지역의 실업률은 절반으로 떨어지는 등 그 효과가 독일 내에서 인정받고 있다.

토마스 씨는 "아우토비전 프로젝트는 여전히 진행 중"이라며 "1999년 15년 계획으로 수립된 이 프로젝트는 절반도 아직 완성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앞으로도 볼프스부르크 시의 발전 가능성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 폭스바겐이 운영하는 아유토슈타트. 자동차 박물관이자 판매장인 이곳에는 하루 평균 6000명이 방문한다. ⓒ 프레시안

아우토비전 프로젝트의 힘은 '민·관 파트너십'

한편 볼프스부르크 시 지역의 혁신적 구조변화가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이유는 민·관이 함께 파트너십을 유지하며 이를 바탕으로 사업이 추진됐기 때문이라고 이 지역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민·관이 함께 했기 때문에 보다 효율적인 사업 집행이 됐다는 얘기다.

베른트 텔름 씨는 "폭스바겐이 구축하고 있는 국제적인 네트워크는 아우토비전 프로젝트를 실현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며 "이 네트워크를 통해 창업 지원이 효과적으로 진행될 수 있었고, 상업지구 구축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며 폭스바겐의 역할을 강조했다.

토마스 씨는 시 정부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볼프스부르크 주식회사에서 나오는 주요 사업계획은 반드시 시 정부와 긴밀히 논의를 하도록 돼 있다"며 "시 정부와 시민들의 지지가 없이는 사업이 집행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민-관 파트너십

아우토비전 프로젝트의 성공요인은 민·관 파트너십이다. 민·관 파트너십은 주요 사업결정 구조를 보면 잘 드러난다. 민·관 합작회사인 볼프스부르크 주식회사가 사업 아이템을 만들면, 시 정부는 이 사업에 대한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작업을 진행한다.

시 의회는 투표 등을 통해 사업 추진여부를 결정하고, 때로는 볼프스부르크 주식회사에 사업내용 수정을 요구하기도 한다. 지난해 볼프스부르크 주식회사는 '경험세계' 사업의 일환으로 스키장에 점프대를 세우는 아이템을 냈지만, 이것은 시민들의 반대 의견을 존중한 시 의회와 시 정부에 의해 전면 백지화됐다.

볼프스부르크 시의 토마스 씨는 "볼프스부르크 주식회사의 이사회 20명 중 10명이 시에서 파견한 인사로 채워져 있다"며 "사실상 사업계획 수립에서부터 민·관 파트너십이 이뤄지고 있는 셈"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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