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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기업의 해외진출, 다다익선인가?

[산업공동화, 이대로 좋은가(1)] 국내 고용과 경기에 큰 영향

개방경제 시대에 들어 기업들이 낮은 인건비 등 보다 나은 사업환경을 찾아 해외로 진출하는 것이 대세라는 인식이 퍼져 있다. 하지만 기업들의 급속한 해외진출은 국내 산업기반의 유실을 야기하면서 산업공동화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산업공동화 현상이란 기업들이 해외로 빠져나가면서 해당 국내 산업부문에 구멍이 뚫리는 현상을 의미한다. 이미 기업의 해외진출이 본격화된 지난 1990년대 초반 이후 해당 분야의 고용감소는 70여 만 명에 달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프레시안>은 산업공동화가 더 진전될 경우 해당 분야의 고용 감소뿐만 아니라 경제 장기침체 위험을 높이는 등 심각한 부정적 영향을 야기한다는 판단 아래 오늘부터 10회 정도에 걸쳐 국내 기업들의 해외진출과 관련된 문제점을 따져본다. 특히 기업의 해외진출은 국내 고용과 노사관계에 적잖은 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런 부작용을 완화할 수 있는 방안을 해외 사례에 비추어 검토해 본다. 이 기획연재는 한국언론재단의 지원을 받아 준비됐다. <편집자>


현대·기아차와 GM대우자동차 등 국내 완성차 업체들에 차량용 스피커 등을 납품하는 중견업체인 H음향은 국내 생산물량을 축소하는 대신 이미 중국에 진출해 있는 해외공장에서 필요한 물량을 확대 조달한다는 계획을 올해 초에 내놓으면서 노조 측과 8개월째 갈등을 빚고 있다.

특히 사측은 국내 생산물량 축소에 앞서 2년째 신규채용을 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이 회사 노동자들은 사측이 국내 공장을 폐쇄하거나 축소함으로써 일자리를 잃게 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에 휩싸여 있다.

H음향은 1990년대 후반부터 중국에 공장을 세우기 시작했다. 현재 중국 산둥성, 저장성, 장쑤성 등 3곳에서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서울과 경북 영주에 생산설비를 갖고 있지만 이미 전체 생산량의 절반 이상이 중국 공장에서 출하되고 있다.

노조 측은 전체 생산량의 10% 이상을 국내 공장에서 생산하고 이에 필요한 인력을 충원하라고 사측에 요구하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중국으로의 공장 이전은 회사가 단가인하 압력을 받았기 때문"이라며 "현재 중국 공장이 국내 공장보다 매달 2000만 원 이상 더 많은 흑자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를 먹여 살렸던 제조업 분야의 기업들이 잇따라 공장을 해외로 이전하고 있다. 값싼 노동력을 활용해 기업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서다. 기업의 해외진출은 우리 사회에서 불가피한 현상을 넘어 시대적 대세로 굳어져 가는 분위기다.

그러나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기업들의 해외진출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기업의 해외진출 혹은 공장의 해외이전으로 고용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게 된 노동자들이 가장 크게 우려하고 있다. 노동자들에게는 기업의 해외진출이 곧바로 일자리에 대한 위협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뿐만 아니라 기업의 해외진출이 국내 생산기반의 붕괴나 기술유출의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근 들어 '산업공동화'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다.

해외진출이 꼭 나쁜 것은 아니라지만…

그러나 정부나 일부 전문가들은 기업의 해외진출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아직은 우려할 만한 정도는 아니라는 주장을 편다. 해외시장 개척 효과 및 해외진출 기업과 국내 기업 간 교역의 증가 등으로 오히려 국내 산업부분에 활기를 불어넣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산업연구원의 하병기 연구위원은 "기업의 해외진출이 산업공동화를 촉발시킨다는 세간의 우려는 상당부분 오해에 기인하고 있다"며 "현재까지는 여러 가지 면에서 해외투자 증가가 우리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 해외 현지 공장과의 교역 증가효과로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는 기업들이 있다. 자동차 '도어시스템' 부문에서 국내 1위 업체인 'P정공'은 2000년 이후 매년 매출액이 25%씩 늘어나는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P정공'은 최근 현대·기아차가 해외공장의 생산을 확대함에 따라 가장 크게 혜택을 입은 업체라는 인식이 증권가에 퍼지면서 주가가 급등하기도 했다.

노동 유연화 조치와 해외진출 급증이 맞물려 고용불안 확산

하지만 단위 사업장을 넘어 전체 산업적 관점에서 보면, 기업의 해외진출에는 우려할 만한 대목이 한두 가지가 아니라고 많은 전문가들이 지적한다. 이런 관점을 가진 전문가들은 특히 기업의 해외진출이 본격화하기 시작한 1990년대 초반 이후 국내 제조업 분야의 고용이 빠르게 줄어든 현상에 주목한다.

노사정위원회의 이덕재 전문위원은 "1980년 후반부터 제조업 분야의 고용 감소가 매우 빠르게 진전되고 있다"며 "선진국에서는 30~40년 걸린 고용 감소가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불과 10년 만에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IMF 외환위기를 정점으로 빠르게 도입된 각종 노동 유연화 조치들은 고용안정을 더욱 훼손시켰다. 오늘날 우리의 주요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비정규직 문제'는 바로 IMF 외환위기 이후에 도입된 정리해고제나 파견근로제와 높은 관련성이 있다.

즉 노동 유연화 조치로 확산된 고용에 대한 불안감이 기업의 해외진출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확산시키는 데 주된 배경이 되는 측면도 있다. 산업연구원의 하병기 연구위원은 "현재 제기되고 있는 산업공동화에 대한 우려는 고용문제와 특히 관련돼 있다"고 지적했다.

"대기업의 단가인하 압력이 중소기업 해외진출 부추겨"

한편 기업의 해외진출 현상을 바라볼 때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수직적 구조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이는 해외로 진출하는 중소기업들의 대다수가 부당한 '납품단가 후려치기'와 같은 대기업의 횡포를 견디지 못해 그렇게 하는 것이라는 의견이다.

민주노동당 진보정치연구소의 이상호 연구원은 "중소 부품업체에 대한 대기업의 횡포는 중소기업들로 하여금 기술개발 투자에 나서도록 하기보다 값싼 노동력을 찾아 해외진출에 앞다투어 나서도록 하는 주요한 계기가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산업자원부와 산업연구원이 2003년 말에 함께 내놓은 '해외제조업 투자 실상 및 실태조사 결과 분석' 자료를 보면 이런 주장이 상당히 타당성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자료 따르면, 대기업들이 해외로 진출하는 가장 큰 목적은 '현지시장 개척(50.7%)'에 있는 데 비해 중소기업들의 경우는 '인건비 등 비용 절감(51.2%)'을 위해 해외진출에 나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해외진출이라 하더라도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에 그 동기가 확연하게 차이 나는 셈이다.

기업 해외진출 급증…경제 장기침체 불러올 수도

기업들의 과도한 해외진출을 적절히 관리하지 않으면 우리 경제가 장기침체의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도 들린다.

이런 경고는 특히 우리나라가 현재 제조업을 대체할 새로운 주력 산업이 분명하지 않다는 점에서 심각하게 받아들여진다. 해외진출로 빠져나간 산업부문을 대신할 수 없는 대체산업의 부재는 우리 경제에 적신호가 될 수 있다.

이런 우려는 경영계도 측에서도 나온다.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가 지난 2003년 중소기업인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중소 제조업의 생산시설 해외이전에 관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설문에 응한 중소기업인들은 기업의 해외진출이 갖는 부정적 측면으로 '국내 경기의 장기침체'를 가장 많이 꼽았다.

금속노조의 김성혁 정책국장은 "서비스 업 수준이 낮고 바이오 등 신산업은 선진국과의 격차가 커서 단기간에 대체산업으로 자리잡기 힘든 상황"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급격한 제조업 분야의 해외이전은 제조업뿐만 아니라 서비스 산업의 동반 부진으로 연결돼 장기침체의 원인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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