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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기 되찾은 팔당…"4대강 싸움은 이제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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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기 되찾은 팔당…"4대강 싸움은 이제 시작"

[현장] 4대강 재판 첫 승소, '잔칫날' 된 천주교 1주년 미사

비닐하우스 농가 사이로 난 구불구불한 농토를 따라 올라가자, 아직 살얼음이 낀 강가에 작은 천막이 보였다. 남한강과 북한강 두 물이 만난다고 해서 '두물머리'라고 이름 붙은 곳, 1년 365일 단 하루도 쉬지 않고 '우리 이대로 농사짓게 해 달라'는 기도 소리가 울려 퍼졌던 곳. 2개월 만에 다시 찾은 팔당 유기농지엔 절망 대신 활력이 넘치고 있었다.

정부의 4대강 사업으로 쫓겨날 위기에 처했던 경기도 양평군 두물머리 농민들은 17일 모처럼 밝은 표정이었다. 거대한 국책사업에 맞서 기약 없는 싸움을 벌여온 지 꼭 2년, 함께 하던 농민들도 하나 둘 이곳을 떠날 즈음 법원에서 희소식이 들려온 것.

이틀 전인 15일 수원지방법원은 이곳 농민들이 양평군을 상대로 낸 '하천점용허가 취소처분 취소소송'에서 농민들의 손을 들어줬다. 4대강 사업을 둘러싼 소송 중 법원이 농민들의 손을 들어준 첫 번째 판결이었다. 아직 1심이긴 하지만, 농민들은 이 판결로 하천점용허가 기간인 내년 말까지 이곳에서 농사를 지을 수 있게 됐다. (☞관련 기사 : 농민 13명 '2년의 집념', 4대강 재판 이겼다)

▲ 2개월 만에 다시 찾은 팔당 유기농지엔 절망 대신 활력이 넘치고 있었다. 이곳 농민들이 양평군을 상대로 낸 '하천점용허가 취소처분 취소소송'에서 법원이 농민들의 손을 들어준 것. ⓒ프레시안(선명수)

▲ 친환경 농산물을 재배하는 유기농지 옆, '팔당 유기농지 보존하라'라고 쓰인 펼침막이 트랙터에 걸려있다. ⓒ프레시안(선명수)

2년의 싸움을 이끌어온 '농지보존·친환경농업사수를위한팔당공동대책위원회' 유영훈 위원장은 '원고 승소'라는 재판장의 말이 떨어지던 그 날의 감격을 다시 토해냈다. 그는 "수십 년 역사의 팔당 유기농이 자전거도로나 놀이공원보다 덜 공익적일 수 없다는 재판장의 너무나도 지당한 소리, 우리가 그렇게 정부에게 외쳐댄 그 소리를 판사가 농민들을 대신해 만천하에 밝힌 것"이라고 기쁨을 표했다.

마지막까지 두물머리를 지켜온 농민 서규섭(44) 씨 역시 "판결이 나던 날, 수원지법 마당에서 서로 껴안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며 "기쁨의 눈물을 흘리기까지 2년 동안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이제 이 승리를 바탕으로 두물머리를 끝까지 지켜낼 것"이라고 말했다.

예상치 못했던 희소식에 모두가 한껏 들뜬 이날도, 성가는 어김없이 울려 퍼졌다. 날마다 오후 3시가 되면 열렸던 천주교 사제들의 '생명·평화 미사'는 이날로 꼭 1년을 맞았다. 매일같이 미사에 참여해온 한 천주교 신자는 "1년 전 처음 이 천막에서 미사를 시작했을 때만 해도 사순절까지만 하게 될 줄 알았다"며 "그런데 재판까지 이기고 보니, 이젠 정말 4대강 사업이 중단될 때까지 미사를 드려야 할 것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

▲ 농민들이 직접 재배한 배추와 딸기 등을 제단에 올리고 천주교 사제들이 1주년 미사를 진행했다. ⓒ프레시안(선명수)

농민들에게도, 사제들에게도 힘겨운 1년이었다. 싸움이 길어지면서 함께하던 사람들도 하나 둘씩 보상 합의를 하고 이곳을 떠났다. 4대강 사업이 여론의 관심에서 멀어지면서 농민들도 그만큼 '외로운 싸움'을 벌여야 했다. 언론의 카메라가 떠난 자리, "무슨 일이 있어도 4대강 사업만은 막겠다"고 공언하던 야당 정치인들이 떠난 자리는 사제들이 묵묵히 지키고 있었다.

미사 첫 돌을 맞은 사제들의 감회도 남달랐다. 이날 강론을 맡은 '4대강사업저지를위한 천주교연대' 조해붕 신부는 "우여곡절이 많은 나날이었지만, 결국 4대강 사업이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팔당의 끈질긴 싸움이 보여주었다"고 말했고, 격려 차 참석한 최덕기 전 수원교구장도 "사제와 농민 모두 서로 의지하며 1년을 함께했다는 것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날 미사에선 '축하'보단 '감사'의 말들이 더 많이 나왔다. 2년 동안 함께 팔당을 지켜온 생협 조합원과 신자들에게 사제들은 감사의 선물을, 농민들은 직접 재배한 유기농 쌈채소와 노래 선물을 건넸다.

▲ 이날 팔당은 모처럼 '잔칫날'이었다. 2년의 싸움 끝에 작은 승리를 거둔 농민들이 함께 해준 생협 조합원, 천주교 사제, 지역 주민들에게 감사의 노래 선물을 하고 있다. ⓒ프레시안(선명수)

이날만큼은 힘겨웠던 시간을 잊고 마음껏 즐기는 잔칫날이었지만, '팔당의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유영훈 위원장은 "두물머리는 재판에서 이길 수 있었지만, 역시 오랜 세월 수도권에 친환경 농산물을 공급해온 송촌리, 진중리 유기농지엔 이미 4대강 공사가 시작됐다"며 "두물머리에도 4월 강제철거가 예정돼 있었던 만큼 정부와 경기도는 재판 결과에도 불구하고 공사를 강행하기 위한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고, 아직 마음을 놓기엔 이르다"라고 말했다.

'한강 살리기 1공구'의 사업 시행자인 경기도는 지난해 11월부터 국토해양부 중앙토지수용위원회에 두물머리 농가의 토지를 강제 수용하도록 재결해줄 것을 신청하는 등 강제 수용 절차를 밟아왔다. 현재 두물머리에는 지난해 말 대체 부지로 이주할 것을 합의한 7개 농가와 이주를 거부한 4개 농가 등 총 11개 농가가 농사를 짓고 있다.

한편, 정부와 경기도가 애초 계획대로 오는 4월 두물머리 농지에 대한 행정대집행(강제 수용)을 강행할 경우, 농민들은 하천점용허가 취소처분의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 이를 막을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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