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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발암물질로 매도? 농민들의 이야기도 들어 달라"

[현장] 10분 만에 종료된 '현장 국감', 팔당 농민들과 충돌

"넉넉한 보상이요? 우리 농민들은 보상 때문에 1년 넘게 싸우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유기농이 발암물질을 만든다는 말도 안 되는 논리로 내쫓으려 하더니, 이제 보상을 노린 싸움으로 매도합니까? 사과하고 지나가십시오."

14일 오후 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 팔당 유기농 단지. 10여 명의 농민들이 좁은 농로를 가로막았다. 유기농지로 향하던 길을 가로막힌 의원들의 표정에 당황스러움이 역력했다. 이날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한강유역환경청 국정감사 이후 팔당 유기농 단지에 대한 '현장 국감'을 나선 차였다.

'농지보존·친환경농업사수를위한팔당공동대책위원회' 서규섭 집행위원장이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앞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이 유기농이 발암물질을 유발한다고 주장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유기농에 대한 상식도, 이해도 없는 일부 의원들이 농민들의 자존심을 철저하게 짓밟았다. 유기농이 발암물질을 만든다면 세계유기농대회는 왜 유치하고, 이명박 대통령은 왜 팔당을 '세계 유기농의 메카'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던 것이냐"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앞서 경기도는 "유기농이 발암물질을 생성한다"며 제시한 2편의 논문이 존재하지도 않는 '유령 보고서'이거나 유기농과 무관한 논문임이 밝혀지면서 망신살을 치르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날 진행된 국정감사에서 "유기농이 발암물질을 만들어낸다"는 한나라당 의원들의 주장이 계속된 것.

길을 막아선 농민들은 "팔당 농민들의 싸움을 보상을 위한 싸움으로 매도했다"며 한나라당 손범규 의원에게 사과를 요구했다. 앞서 손 의원은 현장 시찰 전에 열린 남양주시의 브리핑 자리에서 "시와 경기도가 밀고 당기기를 할 게 아니라 농민들이 자존심 상하지 않게 후하게 보상을 잘 해줘야 한다"며 "보상 문제가 잘 해결이 안 되니까 4대강 사업이 계속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냐"라고 말했었다.

10분 만에 종료된 '현장 국감'…"다 철거해놓고 이제와서 둘러보나"

길을 막아선 농민들과 의원들 사이에 한동안 실랑이가 계속된 후, 결국 김성순 환경노동위원장(민주당)을 앞세워 의원들이 현장 시찰을 시작했다.

불과 몇 개월 전까지만 해도 상추, 딸기, 깻잎 등을 생산하던 친환경 유기농지는 이제 거의 '폐허'로 변해 있었다. 지난 8월 말, "9월까지 자진 철거를 하지 않으면 200만 원 이하의 벌금과 행정대집행 비용을 청구한다"는 내용의 1차 계고장이 날아온 후, 강제 철거를 눈앞에 둔 농민들은 하나하나 농토를 버리고 이곳을 떠났다. 아직 철거를 하지 않은 몇몇 농가들만이, 어쩌면 '마지막'이 될 팔당의 가을걷이를 준비하고 있었다.

갑작스럽게 의원들의 행렬을 맞은 한 농민은 "다 철거해 놓고 이제 와서 둘러보면 무슨 소용이냐"며 한숨을 내쉬었다. 또 다른 한 농민은 경기도가 조성한 대체 부지의 실태를 묻는 민주당 홍영표 의원의 질문에 "버려진 땅을 주면서 10년만 농사 지으라고 하는데, 유기 인증을 받는데만 해도 5년은 걸린다"며 "대통령까지 방문해 유기농을 장려했던 지역인데, 갑자기 4대강 사업을 한다며 나가라고 하니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4대강 사업으로 사라지는 팔당 유기농지의 실태를 확인한다며 진행한 '현장 국감'이었지만, 의원들은 하나같이 10여 분 만에 시찰을 마치고 농가를 떠났다. 농민들은 서둘러 자리를 뜨는 의원들을 가로막으며 "우리의 이야기도 들어 달라"고 호소했지만, 일부 보좌진과의 충돌만 있었을 뿐 의원들의 '현장 국감'은 그렇게 짧게 마무리됐다.

서둘러 농가를 빠져나가는 의원들의 뒤로, "대통령님, 농민들과의 약속을 잊으셨나요?"라고 적힌 손팻말이 부러져 농토에 나뒹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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