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4대강 사업 부지로 편입될 예정이던 경기도 양평 두물머리 일대에서 유기농사를 지어온 농민들의 손을 들어준 것. 이는 4대강 사업에 관한 소송에서 법원이 정부가 아닌 지역 주민의 손을 들어준 첫 번째 판결이다.
15일 수원지방법원 행정3부(부장판사 이준상)는 공모 씨 등 두물머리 농민 13명이 제기한 '하천점용허가 취소처분 취소소송' 최종 공판에서 원고 승소를 판결했다.
▲ "우리 이대로 농사 짓게 해주세요" 4대강 사업으로 땅을 빼앗긴 농민들이 농성을 벌이고 있는 경기도 양평군 두물머리 '팔당 유기농 단지'. ⓒ프레시안(최형락) |
소송을 제기한 농민들은 길게는 30년간 정부로부터 하천부지 경작 허가를 얻어 농사를 지어왔다. 그러나 양평군은 지난해 3월 4대강 사업 부지에 포함된다며 이 일대의 하천 점용 허가를 일제히 취소해 농민들의 반발을 샀다. 두물머리 농민들의 점용 허가는 2012년까지 남아있는 상태다.
이에 농민들은 "정부가 팔당 지역의 유기농업을 지원하며 점용 허가를 연장해온 '신뢰 보호의 원칙'에 위배된다"며 양평군을 상대로 지난해 4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하천 부지는 국가 소유지만, 농민들이 5~10년을 단위로 하천 점용 허가를 받아 수십 년간 농사를 지어왔다는 점으로 볼 때 4대강 사업을 이유로 일방적으로 허가를 취소할 수 없다는 것.
재판부 역시 농민들의 손을 들어줬다. 이날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하천법에 따라 하천 점용 허가를 철회할 수 있다 하더라도 농민들의 신뢰 이익보다 비교 우위량 판단에서 높다고 보기 어렵다"며 "한강 살리기 사업을 통해 달성하려는 목적이 점용 허가를 시급히 철회할 만큼 공익적으로 우월하지 않다"고 밝혔다.
또 "팔당 지역의 경우 세계유기농업운동연맹에서 (4대강 사업에 대한) 우려를 표하고 2011년 열리는 세계유기농대회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 지역"이라며 "오랫동안 유기농을 하며 원고들의 신뢰 이익이 쌓여있어 점용 허가 철회권이 제한돼야 한다"고 판결했다.
눈물 터트린 농민들 "2년 싸움 끝에 이렇게 기쁜 날은 처음"
2년 동안 4대강 사업 중단을 요구하며 싸움을 벌여온 팔당 농민들을 재판이 끝나자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농지보존·친환경농업사수를위한팔당공동대책위원회(팔당공대위)' 유영훈 위원장은 "2년 동안 싸우면서 이렇게 기쁜 날을 처음"이라며 "이 승리를 기반으로 반드시 두물머리를 지켜내겠다"고 말했다.
▲ 팔당 농민들이 주민들과 함께 가꿔온 '팔당 명랑 텃밭'. 이조차도 4대강 사업으로 '폐허'가 됐다. ⓒ팔당공대위 |
농민 김병인 씨 역시 "정부가 팔당 농민들을 내쫓기 위해 해온 주장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것이었는지 명백하게 밝혀진 것 같아 기쁘다"며 "지금이라도 경기도가 팔당 유기농을 제자리에 돌려놓기 바란다"고 환영의 뜻을 밝혔다.
팔당공대위 측은 이번 판결을 바탕으로 정부의 하천점용허가 취소처분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검토하고 있다. 반면, 양평군 측은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즉시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농민들의 가처분신청이 받아들여지고 항소심에서 재판 결과가 뒤집히지 않는 한, 팔당 농민들은 점용 허가 기간이 만료되는 2012년까지 계속 두물머리에서 농사를 지을 수 있게 된다. 반면 정부는 올해 상반기 4대강 사업의 주요 공정을 마무리할 계획이어서, 이 경우 한강살리기사업에 대한 수정이나 중단이 불가피하다. 두물머리 일대에는 유기농에 종사해온 11농가가 현재까지 농사를 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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