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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당 농민 '4대강 저지' 삼보일배, 서울 입성하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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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당 농민 '4대강 저지' 삼보일배, 서울 입성하던 날

[현장] "MB 직접 방문해 장려하던 유기농인데…약속은?"

청와대로 가는 길은 멀었다. 온 몸을 낮춰 엎드리고 다시 일어나 걷기를 꼬박 2박 3일. 16일 경기도 남양주시에서 구리로, 청량리로, 종로로, 명동으로 이어졌던 2박 3일의 순례는 끝내 조계사에서 더 나아가지 못했다. "4대강 사업에 휩쓸릴 팔당 유기농 단지를 지켜 달라"는 농민들의 염원도 청와대의 벽을 넘지 못했다.

'4대강 사업 중단'과 '팔당 유기농 단지 보존'을 촉구하며 남양주시청부터 삼보일배를 벌여온 팔당 농민들이 2박 3일의 순례 끝에 18일 서울에 도착했다. 최종 종착지는 서울 종로구 세종로 1번지 청와대. 그러나 이들의 순례는 끝내 경찰에 의해 가로막혔다.

▲ 18일 '4대강 사업 중단'을 촉구하며 삼보일배를 벌여온 팔당 농민들이 2박 3일의 순례 끝에 서울에 도착했다. ⓒ프레시안(선명수)

한창 바쁠 농번기에, 흙을 떠나 아스팔트를 밟게 된 천상 '농사꾼'들이었다. 모심기를 해도, 가을에 수확할 수 있을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었다. 사실 정성스레 가꿔오던 텃밭을 떠나 거리로 나가게 된 것은 1년 전, 정부가 '4대강 살리기 사업' 계획을 발표하면서부터다.

1975년 팔당댐 건설로 한 차례 땅을 잃었던 팔당 농민들은 하천 부지에서 친환경 유기농업을 일궈 세계유기농대회까지 유치했지만, 짧았던 '유기농의 신화'는 팔당이 '한강 살리기 사업 1·9공구'에 포함되면서부터 한꺼번에 무너졌다.

농민들이 삼보일배에 나선 것은 이 때문이다. "대통령까지 직접 방문해 장려했던 유기농업을 4대강 사업으로 죽이지 말라"는 요구였다. 그렇게 해서라도, "뜨거운 아스팔트에 엎드려 가장 낮은 곳의 민심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도보 순례부터 천막 농성, 상경 투쟁, 단식까지 "안 해본 것이 없었던" 농민들이었다.

그러나 경찰의 제지는 출발지인 남양주시청부터 시작됐다. 경찰은 16일 남양주시청 앞에 모여 삼보일배를 진행하려던 팔당 농민들을 "불법 집회"라며 막아섰다. 결국 '농지보존·친환경농업사수를위한팔당공동대책위원회(팔당 공대위)' 유영훈 위원장 홀로 삼보일배를 진행하는 것이 합의되면서 마찰이 마무리됐다. 그렇게 2박 3일을, 팔당 농민들은 번갈아 가며 서울까지 삼보일배를 진행했다.

'따로 또 함께' 진행했던 삼보일배는 18일 오후 명동성당에 도착하면서 규모가 커졌다. 명동성당부터 조계사까지는 집회 신고가 이뤄져, 팔당 농민들 외에도 성직자, 시민단체 회원, 팔당 농산물의 소비자인 생협 조합원 등이 동참할 수 있었던 것. 팔당 유기농지 보존을 요구하며 지난 10일 삭발을 진행했던 천주교 조해인·최재철 신부도 농민들의 행렬에 동참했다.

▲ 팔당공대위 유영훈 대표의 손을 꼭 잡은 지관 스님. 뒤로 문수 스님의 영정 사진이 보인다. ⓒ프레시안(선명수)

▲ 삼보일배 참가자들이 지난달 31일 '4대강 사업 중단'을 요구하며 소신공양한 문수 스님의 영정 앞에 절하고 있다. ⓒ프레시안(선명수)

걸어가면 넉넉히 20분이 걸리는 거리. 그 짧다면 짧은 거리를, 2시간 30분 동안 '가장 느린 걸음'으로 걸었다. 징 소리가 낮게 울려 퍼질때 마다, 두 손을 합장하며 바닥으로 몸을 낮췄다.

마침내 중간 목적지인 조계사에 당도하자, 김포불교환경연대 대표이자 서울선원의 선원장인 지관 스님이 일행을 맞았다. 참가자들은 조계사에 마련된 문수 스님의 영정 앞에 먼저 절을 올렸고, 승려들은 합장한 채 말없이 이 모습을 지켜봤다.

지관 스님은 "수경 스님이 맞아주셨으면 좋았을 텐데, 저희가 그동안 스님을 잘 모시지 못했던 것 같다"며 말을 잇지 못했고, 유영훈 위원장은 "작은 생명을 위해 오체투지를 진행했던 수경 스님의 뜻을 잇고 싶었다"며 "지관 스님께도 힘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유영훈 대표는 이어 "마음 속의 '명박산성'을 하나 더 넘은 듯하다"며 "평생 농사만 지어온 농민조차 설득하지 못하는 것이 4대강 사업인데, 지금 정부는 권력과 자본의 힘으로 이 사업을 밀어붙이고 있다. 비록 작은 힘이지만 아스팔트에 엎드려 가장 낮은 곳의 민심을 보여주려 했다"고 말했다.

이날 팔당공대위는 성명을 내 "정부는 (4대강 사업으로) 유기농 단지를 수용한 뒤 각종 맹독성 농약으로 관리되는 잔디 공원을 만들고, 안전한 농산물을 생산하던 농지를 밀어내 자전거도로를 만드려고 한다"며 "수도권 35만 생협 조합원들에게 안전한 농산물을 제공하고, 2500만 수도권 시민의 식수원의 지킴이 역할을 했던 팔당 유기농 단지가 정부의 4대강 사업으로 밀려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 농민들의 행렬은 조계사를 지나서도 끝내 경찰에 의해 가로막혔다. ⓒ프레시안(선명수)

▲ 경찰과 대치하던 팔당 농민들이 팔뚝질을 하며 농민가를 부르고 있다. ⓒ프레시안(선명수)

짧았던 조계사에서의 휴식을 마치고, 농민 20여 명이 다시 청와대로 떠날 채비를 했다. 그러나 몇 걸음 나아가지 못했다. 경찰의 벽은 견고했고, 농민들은 30여 분간 대치를 계속하다 농민가를 부르고 해산했다. 삼보일배에 참가한 한 농민이 긴 한숨을 내뱉으며 말했다.

"대체 얼마나 더 파괴돼야, 얼마나 더 죽어야 멈출지…."

수십 년 간 일궈온 자신의 땅에서 '불법 점유자'가 된 사람들. 정부는 빠르면 이달 내로 팔당 지역 유기농 단지에 대한 강제 수용에 착수할 예정이다.

▲ 팔당 공대위 유영훈 대표가 삼보일배로 흘린 땀을 닦고 있다. 뒤로는 팔당 농민들을 막아선 경찰들이 보인다. ⓒ프레시안(선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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