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겨울에서 겨울로…'녹색의 땅' 팔당을 울린 300번째 미사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겨울에서 겨울로…'녹색의 땅' 팔당을 울린 300번째 미사

[현장] 두물머리 '생명·평화미사' "추기경 말에 절망"

어느덧 300일째다. "우리 이대로 농사짓게 해 달라"며, "강가에 깃든 생명을 그대로 두라"며 기도하며 보낸 300일이었다.

그동안 많은 것이 바뀌었다. 수도권 35만 가구에 친환경 유기농 식품을 공급하던 비닐하우스 농가는 폐허로 변했고, 수십 가구에 달하던 농민은 어느덧 11가구로 줄어들었다. '유기농이 수질오염의 주범'이라는 정부의 악성 홍보와 함께 몰려온 공사 장비 앞에, 농민들은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었다.

4대강 사업 예정지인 팔당유기농단지에서의 '생명·평화미사'가 어느덧 300일을 맞았다. 13일 오후 경기도 양평군 두물머리에 위치한 팔당유기농단지에서는 '4대강 사업 저지를 위한 천주교 연대' 사제와 신자들, 팔당 농민 1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조촐한 미사가 열렸다.

대선 후보 시절, "유기농은 한국 농업의 미래"라고 치켜세우던 대통령이 떠난 자리, "무슨 일이 있어도 4대강 사업만은 막겠다"고 공언하던 야당 정치인들이 떠난 자리는 사제들이 지키고 있었다. 언론의 카메라 세례도, 변변한 미사 장소도 없었지만, 그렇게 꼬박 300일을 쉬지 않고 팔당 농민의 터전과 강가의 생명을 위한 미사를 봉헌했다.

ⓒ프레시안(선명수)

끝이 보이지 않는 싸움…'눈물의 땅' 되어버린 '녹색의 땅'

어느덧 300일째 미사를 맞은 농민들의 감회도 남달랐다. 마이크를 잡은 '농지보존·친환경농업사수를위한팔당공동대책위원회' 유영훈 위원장은 먼저 "농민들도 버티기 어려웠던 300일 동안, 매일 한결같이 팔당을 지켜주신 신부님들께 감사드린다"면서 "개인적으로 (싸움을) 그만두고 싶었던 순간도 많았지만, 그 때마다 많은 힘이 되어 주셨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꼬박 1년7개월을, '안 해본 것 없이 싸워온' 농민들이었다. 삼보일배, 단식농성, 도보순례 등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다. 그러나 팔당을 '세계 유기농의 메카'라고 치켜세우며 세계유기농대회까지 유치했던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4대강 사업이 결정된 이후 유기농을 '수질오염의 주범'으로 몰아세웠고, 고립은 점차 심해져갔다. 대통령이 '한국 농업의 미래'라고 격려했던 유기농지는 '한강 살리기 사업 1, 9공구'로 전락했고, 농민들은 30년간 일궈온 자신의 땅에서 한순간에 '불법 점유자'가 됐다. 그렇게 '녹색의 땅' 팔당은 '눈물의 땅'이 됐다.

▲ 팔당공대위 유영훈 위원장. ⓒ프레시안(선명수)
유 위원장에 따르면, 현재까지 싸움을 이어온 11가구의 농민 중 일부는 당장 이번 주 내로 경기도의 보상에 합의할 예정이다. 그만큼 끝이 보이지 않은 싸움이었다.

유 위원장은 "마지막 순간까지 함께하자는 것이 농민들의 약속이었는데…마음이 아프다"라며 말을 흐렸다. 그러나 이내 "1명이 남든, 2명이 남든 싸움을 끝내지 않을 것이다. 4대강 싸움은 단순히 팔당 농민들만의 싸움이 아닌, 우리 안의 물질주의와 개발주의, 성장 중심의 가치관을 뛰어넘고자 하는 싸움이기 때문"이라고 못 박았다.

유 위원장은 이어 "한나라당의 날치기 예산 통과 이후, 야당과 시민사회의 집회에 가보니 이제 이슈를 4대강 사업에서 정권 심판 쪽으로 전환하려는 분위기"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는 "정권 심판도, 총선 승리도 좋지만 4대강 싸움은 적당히 싸웠다고 중간에 포기하거나 넘길 일이 아니다"라며 "4대강 사업으로 표상되는 개발주의적 가치관을 뛰어넘지 못한다면 제2의 토건정부, 제2의 4대강 사업은 언제든 계속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권력과 싸우기 전에 내 안의 암덩이와 싸워야"

이날 미사에는 4대강 사업 '옹호 발언'으로 파문을 빚고 있는 정진석 추기경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강론을 맡은 천주교연대 집행위원장 서상진 신부는 "내년도 예산안이 한나라당의 날치기로 통과되던 날, 너무나 가슴 아프고 화가 나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저 멍하니 바라만 보고 있었다. 그러나 나에게는 교회라는 힘이 있다고 믿었다"라며 "그러나 뒤이어 들은 정 추기경의 말은 권력과 싸우기 전에 먼저 내 안에 도려내야하는 암덩이 자라고 있는 것과 같은 절망적인 심정이었다"고 말했다.

서 신부는 이어 "세상의 권력자도 아닌 교회의 수장이 그런 말은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선과 악을 구분하지 못하는 무지의 소치이며, 천주교의 일치를 해치는 분열적인 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천주교연대 역시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정진석 추기경은 주교단이 이미 '난개발'이라 언급한 4대강 토건사업을 '발전을 위한 개발'이라고 간접적으로 찬성했다"며 "정진석 추기경의 발언은 교회의 일치를 깨버린 매우 중차대한 잘못"이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주교회의 또한 이번 정 추기경의 발언에 대한 입장을 밝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