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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애들, 정말 싸가지 없어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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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애들, 정말 싸가지 없어졌나?"

[분석] 체벌 금지 때문에 교권이 추락했다?

"매를 아끼면 자식 농사를 망친다", "미운 아이 떡 하나 더 주고 고운 아이 매 하나 더 준다." 이른바 '사랑의 매'를 표현한 속담이다. 반면 "마누라와 북어는 사흘에 한 번씩 두들겨 패야 한다"는 지금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속담도 있다. 아득한 옛날부터 일상에서의 '폭력'은 다양한 담론을 형성해왔다.

21세기에 '사랑의 매'에 대한 논쟁은 더 복잡해졌다. 패턴은 반복적이다. 폭력적인 교사가 아이를 '개 패듯' 패는 동영상이 하나 터지면 "요즘 세상에도 저런 선생이 있냐"는 비난이 쏟아진다. 반대로 선생님을 희롱하는 동영상이라도 나오면 "말세야. 요즘 애들은 싸가지가 없어. 매로 다스려야 해"라는 주장이 높아진다. 심지어 "교실에서 휴대전화를 다 압수하면 체벌 논란 자체가 없어질 것"이라는 자조도 나오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의 '체벌 금지령' 이후 보수 언론을 중심으로 대드는 아이들이 많아져 교권이 추락하고 있다는 아우성이 높아지고 있다. 과연 그럴까? 다양한 목소리를 들어봤다.<편집자>

27일 한국교원단체총연합(교총)은 서울 교사의 89%가 체벌 금지 후 교권이 추락했다고 생각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교총 소속 서울 초중고교 교사 508명 중 89.0%(452명)가 '체벌금지 시행, 학생인권조례 추진으로 학습권 침해, 교실 붕괴, 교권추락 현상이 나타난다는 우려를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동의한다'고 답했다. 교총 소속 교사들이라는 조사 대상과 수에 한계가 있기는 하지만 교사 10명 가운데 9명이 체벌금지 조치가 시행된 후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는 조사 결과다.

그러나 트위터 등에서의 반응은 그리 동정적이지는 않은 것 같다. 누리꾼들은 이 결과를 두고 "교사들 스스로가 자신들의 권위를 부정하는 꼴이다", "이 말이 맞다면 교사의 권위가 고작 작대기 하나에 달려 있다는 이야기인가", "교도소에서도 체벌은 안한다. 아이들을 존엄하고 가치있는 존재로 인정하는 바탕 위에서 가르칠 방법을 찾으셔야죠"라고 조롱하고 있다.

'체벌 금지'를 두고 교권의 추락으로 접근하는 것은 교총만은 아니다.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역시 교사에게 성희롱적 질문을 던지고 폭행, 폭언하는 학생들의 동영상을 들어 '체벌 금지' 정책 때문이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문제가 된 '여교사 성희롱' 동영상의 경우 4년 전, 서울이 아닌 김해에서 촬영된 것이라는 사실이 밝혀졌지만 이러한 기조는 바뀌지 않는다.

"체벌 금지 때문"

실제로 체벌이 시행되던 시기에도 학생과 학부모의 교사 폭언, 폭행은 항상 문제였다. 지난 5월 교총이 2009년 사례를 종합해 발표한 '2009 교권 회복 및 교직 상담 활동 실적'에 따르면 2009년에 발생한 교권 침해 사례는 273건으로 이 가운데 학생, 학부모의 폭언, 폭행, 협박 등이 전체의 45.6%인 108건을 차지하고 있다.

당시 언론에까지 보도되어 논란이 된 사건을 봐도 "남학생의 여교사 성희롱 동영상 유포 파문", "제주도의 한 중학교에서 학부모가 학생들 앞에서 교사를 폭행한 사건", "경기도 의정부의 한 중학교에서 학생이 여교사의 머리채를 잡고 폭행한 사건" 등으로 올해 보수 언론과 교총에서 제기하는 사건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눈길을 끄는 것은 이 보도자료 발표 당시 교총이 내놓은 원인 분석이다. 교총은 매년 학생, 학부모의 부당행위가 증가하는 까닭은 △학생, 학부모, 교원 간의 바람직한 교육 공동체 의식이 형성되지 않았고 △분쟁 사안에 대한 교육 주체들의 해결 접근 방식이 미숙하기 때문이라고 꼽았다. 현재의 '체벌 금지 때문'이라는 주장과는 사뭇 다른 분석이다.

김동석 교총 대변인은 "말을 바꾼 것이 아니다. 체벌 금지가 현 문제의 전부는 아니지만 상당부분 인과관계를 갖고 있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지난 11월 1일 이후 한달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전국적으로 초중고 지역을 가리지 않고 학생에 의한 여교사 폭행사건이 발생되고 언론을 통해 집중적으로 보도된 전례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교조나 김상곤 경기도 교육감, 곽노현 교육감이 체벌 금지와 교권 침해 상황이 상관이 없다는 단정을 내리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체벌 금지 조치 이후 6개월이 지났는데 곽노현 교육감은 과연 어떤 실효성 있는 대안을 내놨는가"라고 성토했다. 교총은 교권보호위원회 설치, 교사 폭언, 폭행에 대한 처벌 강화 방안 마련, 학생에 대한 교육벌 허용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아우성에 서울시교육청은 27일 '학부모 소환제'가 법제화될 수 있도록 교육과학기술부에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학부모 소환제'가 법제화되면 문제를 일으킨 학생의 학부모가 교사의 소환에 불응할 경우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다.

일각에서는 체벌의 대안으로 정학이나 퇴학 규정을 강화하는 행정벌의 강화를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한국에서 현실화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체벌'을 옹호하는 측에서 단지 '교권'만을 주장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여러가지 매에 관한 속담에서도 알 수 있듯이 한국 사회 정서상 교육 과정에서의 체벌은 바른 길로의 '인도'를 내포하고 있기도 하다. 정학·퇴학 등의 행정 처분이 '배제'의 논리를 전제로 하는 것이라면 체벌은 "패서라도 함께 간다"는 온정주의에 기대고 있는 측면이 크다.

ⓒ뉴시스

"아이들이 험해지고 있다…잘못된 교육청책의 문제를 봐야"

전교조는 교권 추락이 '체벌 금지' 때문이라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엄민용 전교조 대변인은 "인권조례나 체벌금지가 시행된 지 1~2달 남짓 지났기 때문에 제도의 변화가 학교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를 보여줄 계량화된 자료는 없다"며 "다만 체벌을 해본 교사가 70%가 되는 상황에서 지금은 '사소한 체벌도 안된다'는 인식이 '어떻게 지도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심리적 불안감을 야기하고 있고 아이들도 '선생님들이 못 때리는구나'하는 언행의 변화가 있다는 의견들이 전해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만중 서울 개포중 교사는 "일부 극단적인 체벌을 하는 교사들이 문제가 되어 왔지만 체벌 금지 조치 전에도 교사 구성원 중 70% 정도가 여교사라 폭력적인 형태의 체벌이 있을 수 없었다"며 "결국 체벌이 중단되어 생겼다는 후유증은 부풀려진 것이라 본다. 다만 통제를 벗어나는 말썽쟁이들에 대한 뚜렷한 대안이 없는 것에 불만이 제기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학생들 폭언은 꾸준히 증가 추세

체벌 금지가 원인이 아니라고 해도 학교 현장에서 학생들의 폭언, 폭행이 증가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사실이다. 서울시교육청이 '최근 3년 동안 교사에게 폭행, 폭언을 했다 징계받은 학생 수' 현황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0년까지 징계를 받은 학생은 2008년 201명에서 2010년 315명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엄 대변인은 "학교내 폭력이나 학생들이 교사를 상대로 한 문제 행동이 강도가 심해지는 것은 사실"이라며 "가장 중요한 원인은 입시 중심의 교육 체제, 학생 서열화 등 잘못된 교육정책에 의해 발생하는 것이고 가족 해체에 따른 가정 교육의 문제, 인터넷 게임 등 폭력성에 노출되어 있다는 것도 문제"라고 봤다.

이계삼 경남 밀성고 교사 역시 "청소년기 아이들의 정서 불안이나 특징적인 과잉행동 등이 이전보다 강해지는 현상이 있다"며 "양육의 패턴이 바뀌고 사교육이 강화되며 긴장된 환경에 노출되는 시간이 길어졌고 그러한 긴장을 컴퓨터 게임이나 TV 등으로 풀며 자라난 세대라 폭력성이 증가하는 경향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에 더해 이계삼 교사는 "현장 교사들이 실감하는 부분"이라며 조심스럽게 교사 양성 과정 자체의 문제도 제기했다. 교사들의 미숙한 대처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요즘 교사를 시험을 통해 뽑다보니 시험 능력이 뛰어난 교사들이 다양한 현장에 적응력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다"면서 "게다가 요즘 사범대를 졸업해 중등 교사로 임용되는 이들은 이미 '엘리트'인 사범대 가운데서도 상위 5%인지라 결손이나 일탈을 겪는 학생들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흐름이 있다"고 말했다.

"교사와 학생이 싸우게 되는 환경 자체가 문제"

학생 뿐 아니라 학부모, 교장 등의 폭언, 폭행 가능성에 노출되어 있는 교사들의 문제는 엄밀히 말하면 '교권'이라기 보다는 '인권'의 문제에 가깝다. 만약 현 문제를 체벌 금지의 문제, 혹은 '교권'의 문제로만 접근하면 학생의 '맞지 않을 권리', 즉 학생 인권과 교사의 인권이 병립 불가능한 문제가 된다는 딜레마가 생긴다. 문제는 이런 딜레마를 만드는 학교 현장이다.

이계삼 교사는 "교권이나 체벌 문제의 대안은 교사와 학생이 싸우게 되는 물리적 환경을 개선하는 데 맞춰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매를 들지 않을 수 없는 조건 같은 것이 있다"면서 "교사 1인이 담당해야 할 학생 수가 너무 많다. 30~40명이 되는 아이들을 매 없이 통제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에 더해 일제 고사 등의 수치화된 정책들의 압박과 '이해'가 아닌 문제풀이 중심의 교육도 교사들과 학생을 맞서게 하는 문제"라고 짚으면서 "잡무가 너무 많아 학생 지도에 집중할 수 없는 교원들의 업무 환경도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물리적으로 때리느냐, 안 때리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라며 "이런 환경 속에서는 오히려 학교 체벌이 음성화될 가능성도 생각해봐야 한다. 문제는 학교 현장 자체를 일신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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