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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벌 용인하는 학부모, '맷값' 최철원 앞에 떳떳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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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벌 용인하는 학부모, '맷값' 최철원 앞에 떳떳한가?"

['왜 도덕인가' 토론회③] 김규항, "'내 새끼'만 챙기지 말자"

"자녀가 초등학생일 때는 체벌에 펄펄 뛰다가도 중학생이 되면 '성적에 도움이 되는 한 어느 정도의 체벌은 괜찮다'는 심리를 갖는 학부모들이 있다. 이런 심리 하에 성적 향상이라는 이익과 체벌이 부당하게 거래되는 것이다."

칼럼니스트이자 <B급 좌파>의 저자인 김규항 <고래가 그랬어> 발행인의 말 속에는 언제나 '내 새끼'만 챙기는 한국 학부모에 대한 날카로운 날이 서려 있다. 그는 지난 7일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위기의 한국 사회, 왜 도덕인가' 토론회에서도 한국 사회에서 벌어지는 '부당 거래'의 예로 학부모의 이기심을 거론했다.

토론회 사회를 맡은 김민웅 성공회대학교 교수가 최철원 M&M 전 대표의 '맷값 사건'을 화두로 삼으며 "폭력과 욕망, 자본이 굴러가는 밑바닥엔 부당 거래의 그물이 있다"고 지적하자 김규항 발행인은 "굳이 최철원처럼 '이상한' 사람을 표본 삼지 않아도 된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폭력은) 거친 성격을 가진 특정한 사람에게서만 비롯되는 게 아니라, 어떻게든 남의 것을 빼앗고 싶을 때 발생한다"고 설명한다. 그러므로 남의 '등수'를 빼앗는 형태로 귀결될 수밖에 없는 입시 경쟁 하의 자녀 교육도 부당 거래 혐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는 경쟁 사회를 비판하는 '진보적' 부모들도 마찬가지다. 김규항 발행인은 "보수적 부모의 꿈이 그냥 1류 대학을 다니는 아이라면 진보적 부모의 꿈은 1류 대학을 다니는 진보적인 아이 아닌가"라는 말로 한국 사회의 욕망을 정확히 짚어 낸다.

"보이지 않는 폭력에 눈을 떠라"

"최철원 같은 사람도 문제지만 포악함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사람들의 폭력도 문제다. 정몽구 회장이 직접 몽둥이를 든 건 아니지만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농성장 단수·단전에 고통 받았다. 이건희 회장은 삼성 반도체 공장에서 백혈병을 얻은 노동자들에게 눈 하나 깜빡하지 않는다. 과연 이런 건 폭력이 아닐까?"

▲ 김규항 <고래가 그랬어> 발행인. ⓒ프레시안(최형락)
'맷값 사건'에 대한 논평에서도 김규항 발행인은 또 한 번 청중들에게 날카로운 칼날을 들이댄다. 눈에 보이는 폭력에는 분노하지만 삼성 반도체 공장 문제 등 보이지 않는 폭력엔 무관심한 언론·시민사회를 정면으로 질타한 것이다.

"우리는 자본의 이익에 기반을 둔 체제에 살고 있으며, 공권력은 자본 편에 서게 돼 있다. 공권력의 폭력 행사는 겉으로는 과거처럼 노골적으로 행해지는 것 같지 않지만, 힘없는 노동자들에게는 다르다. 쌍용차나 현대차 농성 현장에서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자행된 폭력은 어느 정도 먹고 살 만한 수준의 시민들이 경험했던 촛불 집회에서의 폭력과는 차원이 달랐다."

그는 시민들의 무관심이 공권력의 은폐된 폭력을 내버려둘 때 야만적인 풍경은 언제든 다시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파업 등 노동 문제에 대한 폭 넓은 이해를 호소했다.

"노동자 문제가 남 얘기가 아닌데도, 시민들이 이런 문제에 대해선 덜 민감한 경향이 있다. 프랑스에서는 대중교통 종사자들이 파업을 하면 시민들이 내 문제라는 생각을 갖고 불편을 감수한다고 하는데 한국은 그렇지 않다. 촛불 집회 등에서 한국 시민이 보여줬던 성숙된 시민의식과 걸 맞지 않는 부분이다."

"삼성을 '먹고 살기 위해' 다닌다고?"

이와 같은 지적을 이어가며 김규항 발행인은 "불편한 얘기라 죄송하다"는 말을 덧붙였지만, 어떤 이들에게는 노골적으로 "불편해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 중 일부가 바로 "삼성에 다니는 분들"이다.

"삼성에 다니는 모든 분들에게 도덕적 책임을 묻고 싶지는 않다. 다만 자사의 반도체 공장에서 백혈병으로 사망하는 노동자가 나와도 산재로 인정되지 않는 야만적 상황을 조금은 불편해하길 바란다. 그것이 자연스러운 일 아닐까."

한 청중이 "먹고 살기 위해 삼성에 다니는 노동자들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가"라고 묻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그는 이어서 "삼성은 그냥 먹고 살기 위해 다니는 게 아니라 '잘 먹고 잘 살기 위해' 다니는 회사"라며 경제적 안위를 누리는 삶과 양심적으로 떳떳한 삶은 '선택'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강연을 다니다 보면 2,30대 대기업 직원들이 '생활과 신념에 괴리를 느낀다'며 고충을 토로하는데, 나는 그들이 좀 더 정직해졌으면 좋겠다. 누가 그 사람을 강제로 그 회사에 입사시킨 것이 아니지 않나. 양심적 불편함을 무릅쓰더라도 경제적 안위를 누리겠다고 선택한 것이다. 그렇게 불편한 선택을 했으면서 품위나 양심까지 건사하겠다는 건 욕심이다."

김규항 발행인의 '선택'은 삼성 직원들의 그것과는 반대였다. 그는 "삶의 공간이나 직장을 선택할 때 윤리적 하한선이라는 게 있어야 한다"며 "삼성은 그걸 벗어나는 부분이 많으니 되도록 안 다니는 게 낫다"고 직언했다.

"복지 사회, 아이들이 맘껏 놀아야 온다"

김규항 발행인은 자신의 자녀들에게도 "기업 회사원 노릇이나 대도시에서의 삶은 피하라"라며 '품위 있는 삶'을 권유한다고 한다. 그가 어린이·청소년용 잡지 <고래가 그랬어>를 발행하는 이유도 더 많은 아이들의 선택을 돕기 위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가 전하는 교실 풍경은 그의 바람 같지만은 않다.

"얼마 전 아는 고등학교 교사 한 분이 반 아이들한테 사회 비판적인 의식을 심어주고 싶어서 김용철 변호사가 쓴 <삼성을 생각한다>(사회평론 펴냄)를 읽힌 모양이다. 그런데 몇몇 아이들이 의외의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이건희 폼 난다. 부럽다. 이렇게 살고 싶다'고. 어른들이 이건희를 욕하면서도 부러워하는 이중성을 보인다면, 아이들은 아예 어릴 때부터 그런 식의 인생을 멋지다고 인식하는 것이다."

그는 요즘 아이들이 초등학교 때부터 성적 경쟁에 내몰리는 바람에 자연스럽게 경쟁 사회를 내면화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들이 다른 사람과 힘을 합해 뭔가를 하면 자기 혼자 욕심을 부렸을 때보다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배워야 한다"며 "그래서 (경쟁하기보다) 맘껏 놀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래야만 복지 사회가 가까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복지 사회는 내 것만 욕심낸다고 오로지 나한테 다 돌아오지 않는다는 합의가 있는 사회"라면서 "그래서 (아이들이) 경쟁에서 벗어나서 배워야 한다"고 덧붙였다.

"부자의 선행, 세상 못 바꾼다!"

복지와 관련된 현안 가운데 최근 가장 '뜨거운 감자'인 무상 급식 논쟁을 놓고 그는 "무상 급식은 애들 눈칫밥 주지 말고 밥 주자는 것"이라며 "복지를 떠나 아이들 인권 문제, 염치와 윤리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서울시 무상 급식 조례안에 반발한 오세훈 시장에 대해 "서울시 1년 홍보비에 약 800억 원이 들어간다고 하는데, 서울 시내 초등학교 1년 무상 급식 예산이 700~750억 밖에 안 된다"고 비판했다. 또한 무상 급식에 대한 시민들의 의식도 바뀌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직 우리 사회에 복지란 개념이 덜 확산된 것 같다. 그래서 부잣집 아이들까지 무상으로 밥을 줘야하냐는 생떼에 현혹되는 사람들도 있는 거다. 무상 급식의 보편화는 복지에 대한 시민의식이 정립되는 계기도 마련할 것이다."

한편, 무상 급식을 비롯한 복지 문제가 한국 사회에서 심각한 화두라며 "우리가 지금 미국식 자본주의로 갈 것인지, 유럽식 자본주의로 갈 것인지 기로에 서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미국식 빈곤 해결 방법을 단순하게 말하면 '아름다운' 부자가 '불쌍한' 빈민을 만나 '기념사진'을 찍는 것이다. 부자의 기부·선행, 동정심에 의존하면서 빈곤 문제의 근본적 해결로부터 멀어지고 있다.

반면 복지를 제도로 안착시킨 유럽 사회에서는 빈민이 지원을 받으면서 '불쌍한 표정'을 지을 필요가 전혀 없다. 어떤 사람이든 사회생활을 하다가 위기에 처했다면 당연한 권리로서 국가에 도움을 요구할 수 있는 사회다. 부자들도 기부가 아니라 세금을 통해 번 돈을 환원한다.

한국은 1980년대에 있었던 '자본주의 체제 자체를 바꿔보자'는 급진적인 생각에 대한 반동인지 몰라도, 1990년대 들어서는 미국식 빈곤 해결 방법이 강조됐다. 그러나 소수의 내면에 의존하는 방식은 일시적이고 불안정할 수밖에 없다. 빈곤은 사회 시스템에 의해 해결되어야 한다."

▲ '위기의 한국 사회, 왜 도덕인가' 토론회. ⓒ프레시안(최형락)

은근히 자행되는 폭력들, 학부모들의 '부당 거래', 선행에 숨은 위험성 등 김규항 발행인은 내내 지나치기 쉽거나 일부러 외면하고 싶어 하는 문제들만을 지적했다. 그는 청중들에게 "불편한 얘기만 늘어놔서 죄송하다"면서도 "많은 시민들이 좀 더 긴장하며 살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사람들을 무조건 때려잡는 방식이 아닌, 은밀한 곳에서 이뤄지는 자본의 폭력과 지배는 어떻게 해야 할까? 야만적 폭력은 언제든 재현될 수 있다. 시민들이 얼마나 긴장하느냐, 저항하느냐에 따라 세상은 달라진다. 그런 부분들이 강화된 시민 의식을 기대한다.

무엇보다 '내 새끼'만 생각하지 말자. 전부 내 새끼만 생각하니 '우리 새끼'들이 모두 살기 힘든 세상이 되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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