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일선 학교 교장들에게 체벌 규정 조항을 삭제할 것을 지시했다. 그러나 일부 교장들이 이에 반발해 집단 퇴장하는 등 '체벌 전면 금지'까지는 험난한 과정이 예상된다.
곽 교육감은 19일 서울시교육청에서 열린 '체벌없는 평화로운 학교 만들기 고교 교장 회의'에서 "현재 체벌을 허용하는 학교가 69% 정도인 것으로 안다"며 "체벌 규정을 즉시 삭제하고 학교 특성에 맞는 체벌 대체 방안을 담은 학생 생활규정을 9월 말까지 만들어 달라"고 요구했다.
교육청이 제시한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도구를 이용한 체벌, 신체를 이용한 체벌, 반복적·지속적 신체 고통을 유발하는 기합 형태의 체벌, 학생들끼리 체벌하도록 강요하는 행위 등 4가지 유형의 체벌이 금지된다.
교육청은 또 "학생이 스스로 규정을 마련해 가는 자치 입법 과정을 축제화해 학생이 생활 입법의 주인이 되도록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교육청이 제시한 예시를 보면 벌점제 외에도 또래 학생(학생 배심원)에 의해서 규칙 위반학생을 조치해 학생의 자율과 책임을 강화한다는 취지의 '학생자치법정'(학생배심원제) 제도가 포함돼 있다.
또한 교장·교감의 학생 생활지도 책임을 강화해 교실 밖으로 퇴출된 학생을 '배움터 지킴이'로 하여금 교장실로 보내 지도 불응 사유 및 자기 이행 계획에 대한 상담을 하도록 하는 제도도 있다.
교육청은 이밖에 학교별 배움터 지킴이를 서울시와 협의해 어려운 지역의 학교부터 확대 배치하고, 2011년 중고등학교부터 전문상담인력을 점진적으로 확대 배치해 학생 상담을 지원하고, 지역사회의 상담자원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일반 교사들의 생활 지도 부담을 경감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교육청은 "최근 일부 교사의 심각한 체벌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체벌 금지는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과제가 됐으며, 현행 법령의 기본 원칙이자 시대정신으로 어떠한 어려움이 있어도 교육 현장에서 반드시 실현돼야 할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날 회의에서 곽 교육감의 발표가 끝나자 30여 명의 교장은 "지나치게 일방적인 조치로, 필요할 경우 체벌이 허용돼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집단 퇴장했다.
한편 김상곤 경기도교육감도 이날 도교육청에서 열린 지역별 고등학생 대표와의 간담회에서 "사람을 때리는 것은 전근대적인 문화"라며 "사람은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는 말이 있듯이 체벌이나 폭력은 우리 사회에서 제거해야 할 대상"이라고 말했다.
경기도교육청은 올해 하반기 체벌 금지 조항을 담은 학생인권조례를 도의회에 제출한 뒤 이르면 2011년 상반기부터 체벌 금지를 실시할 계획이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