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년 11월 10일 19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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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안한 마음
[도종환이 보내는 '시인의 엽서'] <19>
원로소설가 선생님이 위독하시다는 이야기를 듣고 몇몇이 병원 지하 식당에 모였습니다. 안타까운 마음과 급한 마음 선생님의 장례를 어떻게 잘 모셔야 할까 하는 마음과 다시 깨어나시기를 바라는 마음이 섞여 모두들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옆에서 지켜보는 이들의 마음
도종환 시인
꽃 지는 날
[도종환이 보내는 '시인의 엽서'] <18>
슬프지만 꽃은 집니다 흐르는 강물에 실려 아름답던 날은 가고 바람 불어 우리 살에도 소리 없이 금이 갑니다 사시사철 푸른 나무로 살고자 하던 그대를 소중히 여기면서도 그대에게 꽃 지는 날이 찾아 온 것을 다행으로 생각합니다 그대 이기고 지고 또 지기 바랍니다
스승의 자리
[도종환이 보내는 '시인의 엽서'] <17>
"옛날, 배우는 사람에게는 반드시 스승이 있었다. 스승은 도(道)를 전하고 학업을 가르치며 의문을 풀어주는 사람이다. 의문이 있어도 스승에게 배우지 않으면 그 의문은 끝내 풀리지 않을 것이다. 나보다 먼저 태어나서 도를 깨우침이 나보다 앞선다면 나는 그를 스승으로
부처님 말씀
[도종환이 보내는 '시인의 엽서'] <16>
유리하다고 교만하지 말고 불리하다고 비굴하지 말라. 무엇을 들었다고 쉽게 행동하지 말고 그것이 사실인지 깊이 생각하여 이치가 명확할 때 과감히 행동하라. 벙어리처럼 침묵하고 임금처럼 말하며 눈처럼 냉정하고 불처럼 뜨거워라. 태산 같은 자부심을 갖고 누운
찬란한 슬픔의 봄
[도종환이 보내는 '시인의 엽서'] <15>
강진에 있는 김영랑 시인 생가 마당에 흐드러지게 피어 있던 자주색 모란꽃도 다 다 졌겠지요?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말았겠지요. 김영랑시인의 그 가없는 기다림은 또 시작되었을까
어머니
[도종환이 보내는 '시인의 엽서'] <14>
어머니 살아 계실 적에는 차마 말하지 못했습니다. 푹푹 찌는 더운 여름날, 당신이 막노동판에서 벽돌을 등에 지고 비지땀을 흘리며 나르실 때, 함께 지나가던 동무들이 말했습니다. "정홍아, 네 어머니 저기 일하시네." "잘못 봤어, 우리 어머니 아니야, 우리 어머니는 저런
어린이라는 패러다임
[도종환이 보내는 '시인의 엽서'] <13>
낡고 묵은 것으로 새것을 누르지 말자! 어른이 어린이를 내리누르지 말자.(.....)부모는 뿌리라 하고 거기서 나온 자녀는 싹이라고 조선 사람도 말해 왔다.(.....) 그러나 조선의 모든 뿌리란 뿌리가 그 사명을 잊어버리고 뿌리가 근본이니까 상좌에 앉혀야 한다고 싹 위에
젖은 꽃잎
[도종환이 보내는 '시인의 엽서'] <12>
온다던 사람 오지 않고 대신 비가 밤새 왔다 이 산 속에서 자랑하며 보여줄 수 있는 게 많지 않아 산벚나무가 환하게 꽃을 피운 연분홍 꽃그늘과 꽃 사이 사이를 빈틈 하나 없이 파랗게 채운 한낮의 하늘을 보여 주고 싶었는데 젖은 꽃들은 진종일 소리 없이 지고 나
만족과 불만
[도종환이 보내는 '시인의 엽서'] <11>
뉴욕 주립대학에서 연구자들이 '내가 ........가 아니라서 기쁘다' 라는 문장을 완성하라는 숙제를 냈답니다. 이 실험을 다섯 번 반복해서 받고나자, 실험대상자들은 자신의 삶에 대해 전보다 더 만족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연구자들은 또다른 실험집단에게 '내
참는다는 것
[도종환이 보내는 '시인의 엽서'] <10>
남도에 꽃구경 갔다가 오는 길에 어느 절에 들렀습니다. 신라시대에 인도로부터 불법이 들어왔음을 알려주는 이 절 마당에는 봄풀 사이에 자잘한 봄맞이꽃들이 피어 있었고 그 꽃이 주는 기운으로 절 마당은 따뜻하였습니다. 봄기운을 담뿍 받고 대웅전으로 올라가는 계단 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