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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지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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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지는 날

[도종환이 보내는 '시인의 엽서'] <18>


슬프지만 꽃은 집니다
흐르는 강물에 실려 아름답던 날은 가고
바람 불어 우리 살에도 소리 없이 금이 갑니다
사시사철 푸른 나무로 살고자 하던 그대를
소중히 여기면서도 그대에게 꽃 지는 날이
찾아 온 것을 다행으로 생각합니다
그대 이기고 지고 또 지기 바랍니다
햇살로 충만한 날이 영원하지 않듯이
절망 또한 영원하지 않습니다
가지를 하늘로 당차게 뻗는 날만이 아니라
모진 바람에 가지가 꺾이고
찢겨진 꽃들로 처참하던 날들이
당신을 더욱 깊게 할 것입니다
슬프지만 피었던 꽃은 반드시 집니다
그러나 상처와 아픔도 아름다운 삶의 일부입니다
---「꽃 지는 날」전문

산발치에 곱게 핀 사과꽃 배꽃이 지고 뜰에 피어 향기롭던 라일락도 졌습니다. 짙은 분홍빛깔의 철쭉도 흰 철쭉도 다 졌습니다. 철쭉 지는 모습은 참혹하기 그지없습니다. 지는 꽃을 보며 「꽃 지는 날」이란 시를 썼습니다.

슬프지만 꽃은 집니다. 아름답던 날은 가고, 바람은 불어 우리 살에도 소리 없이 금이 갑니다. 그러나 우리에게 꽃 지는 날이 찾아 온 것을 다행으로 생각합니다. 찬란한 날만이 아니라 절망의 날이 찾아온 것을 고맙게 생각합니다. 바람에 가지가 꺾이고 꽃잎이 처참하게 찢겨지는 날을 겪으며 우리의 생은 깊어지는 것입니다. 이기기도 하고 지기도 하지만 지는 날도 우리 생의 소중한 하루입니다. 기쁨과 영광도 우리 생의 중요한 한 부분이지만, 상처와 아픔도 아름다운 우리 삶의 일부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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