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이마트 "직원들은 스스로 노조를 원하지 않습니다"?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이마트 "직원들은 스스로 노조를 원하지 않습니다"?

[기자의 눈]최옥화 노조 위원장의 '눈빛'에 대한 추억

노-사 관계에서 힘의 관계를 따져보면 대부분 불균형하다. 정규직 강성노조도 사측보다 힘이 세지는 않다. 하물며 이제 막 창립한 비정규직 노조의 경우는 말할 것도 없다. 여기에 덧붙여 사측이 노조에 불편한 감정을 갖고 있다면, 조직 유지조차 힘든 경우가 태반이다.

최근 조합원이 모두 계약해지 된 신세계 이마트 용인 수지점 노조의 사례는 대표적이다. 조합원이 모두 해고된 셈이니, 신세계 이마트 용인 수지점에는 더 이상 노조가 존재하지 않는다. 거대 자본을 상대로 권리찾기 싸움을 시도한 노조의 도전은 처음부터 잘못된 선택이었을지 모른다.

***평범한 아주머니였던 최옥화씨**

이 노조 위원장 최옥화씨를 기자가 처음 만난 것은 지난 1월이었다. 지난해 12월 노조 창립 이후 사측의 일련의 노조 탄압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는 전화를 받고 나서다. 최씨의 인상은 특별했다. 비정규 노조 위원장들 대다수는 투박한 인상에다 격앙된 감정을 토로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최씨는 기자의 상상을 벗어났다.

노조활동의 어려움을 말하는 최씨의 표정은 온화했고, 목소리는 나긋나긋했다. 그는 과거 노조 활동 경험이 없었고, 노동조합에 대해 별다른 관심도 없었다고 했다. 그는 "남들과 다를 바 없었다"고 말했다. 다만 자신은 '정의감' 만큼은 남다르다고 말했다. '억울한 일'은 참지 못한다고도 했다. 그런 성격 탓에 '위원장' 자리까지 맡게 됐다고 덧붙였다.

신세계 이마트 수지점 분회는 모두 3명을 조합원으로 두고 있다. 조합원 수만 보면, 사실 노조라고 하기보다 작은 친목 모임에 가깝다. 당초 분회 조합원은 23명이었지만, 창립 이후 전방위 노조 탈퇴 공작에 18명이 나간 뒤 이들 세 명이 연초부터 지금까지 함께 발 맞추고 있었던 것이다.

이들 역시 노동운동가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었다. 인터뷰 요청에도 쑥쓰러움이 많이 배어 있었다. 운동가의 언어보다 일반인의 언어가 더 잘 어울렸다. 말 그대로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주머니' 그 이상이 아니었다.

***"맥빠진다"**

그 때가 지난 1월이었다. 그 뒤 이들에겐 많은 변화가 있었다. 이들은 그동안 노동위원회에 사측의 부당노동행위를 고소해 인정을 받았고, 민주노총 민주노동당 등과 함께 대국민 호소에도 나섰다. 5~6월에는 전국 이마트 지점을 돌며 홍보전을 전개했다. 이들의 투쟁(?)을 비웃듯이 사측은 결국 14일 전원 계약해지했다.

이들의 계약해지 사실을 알리는 기자회견장에서 최 위원장을 다시 봤다. 노조 조끼를 입고, 머리도 다소 짧아진 모습이다. 평범한 가정주부와는 사뭇 다른 이미지를 풍겼다. 7개월의 시간이 최씨의 풍모마저 바꿔놓은 듯 했다.

기자회견에 앞서 만난 자리에서 최 위원장은 "그동안 어떻게 지냈냐"는 기자의 물음에 "맥 빠진다"는 한 마디 말로 답변을 대신했다. 용기를 내 집회에도 가고, 기자회견도 했지만 결국 돌아온 것은 '계약해지 통보서'였을 뿐이라는 현실이 최씨를 자조하게 한 것이다. '정의감'이 가득하던 그의 눈빛에 이제는 '자조'와 '실망'의 기운이 대신 자리잡고 있었다.

***"우리 회사 직원들은 노조를 원하지 않습니다"**

한편 이들의 계약해지 관련 보도가 나간 뒤 사측 관계자는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우리 회사에서 일하는 캐셔분들, 타사보다 대우가 훨씬 좋습니다. 노조를 만들 이유가 없는 거죠. 실제로 우리 회사 직원들은 스스로 노조가 필요없다고 말합니다. 확인해 보세요."

이번 계약해지에 대해 노조는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제기할 방침이다. 사측과 노조 간의 지난한 법정공방을 예고한 셈이다. 또 이들이 복직판결을 받기 전까지 신세계 이마트는 '무노조 경영 신화'를 계속 이어갈 것이기도 하다. "직원들 스스로 노조를 원하지 않는다"고 말하면서 말이다.

아직 노동 현장은 헌법상의 노동 기본권 보장은 커녕 최소한의 사사로운 정의감 행사도 이렇게 '해고'의 칼날이 되어 돌아올 정도로 척박하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