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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 이마트, "우리 사전에 '노조'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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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 이마트, "우리 사전에 '노조'란 없다"

'비정규직 노조' 해체 총력전, 남편 직장상사 보내 노조탈퇴 압박도

윤리경영을 강조해온 국내최대 할인매장인 신세계 이마트(e-mart)가 노조 결성을 방해하고, 탈퇴를 종용하고 있어 물의를 빚고 있다.

***"노조 설립, 그 자체가 힘겨운 싸움"**

신세계 이마트 경기도 용인 수지점 캐셔 여성 노동자들은 지난달 30일 사측이 노조 탈퇴서를 강요하고, 해고를 압박하는 등 부당노동행위를 하고 있다며 노동부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삼성그룹에서 분가한 신세계 이마트는 윤리경영을 강조하면서도 다른 한편에서는 삼성그룹의 전통을 이어받아 '무노조 경영'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따라서 이마트에서는 노조 설립부터가 매우 힘겨운 싸움이었다.

민주노총 산하 경기도 일반노조에 가입된 수지점 캐셔 여성노동자들은 지난달 21일 창립총회를 하면서 공식적으로 사측에 신세계 이마트 최초로 노조가 설립됐음을 통보했다.

노조 설립의 역사는 지난해 3월로 거슬러 간다. 수지점 분회장 최옥화(42)씨는 지난 3월 경기도 일반노조에 인터넷 상담을 요청하면서 노조와 인연을 맺기 시작했다. 당시 상황을 경기도 일반노조 용인 지부장 노우정씨는 "최씨가 노조 홈페이지에 '사측이 캐셔에게 청소업무를 강요하고 있는데 부당노동행위가 아닌가'란 질문을 남긴 것이 아마도 최씨가 노조와 접촉한 최초의 일이었다"고 밝혔다.

최씨는 그 후로 현장에서 불합리하다고 느끼는 일이 있을 때마다 경기도 일반노조에 자문을 구했고, 자문이 반복되면서 수지점에 노동조합을 만들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최씨는 "캐셔들은 1년 계약직인 데다가 대부분 가정이 있는 30~40대 여성들이어서 부당한 처우를 강요받아도 어디 하소연도 못하고 참는 것이 당연한 일로 치부하며 살았다"며 "이런 환경을 좌시할 수 없어 용기를 내 노동조합을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최씨는 함께 일하는 캐셔 동료들과 오랜 기간 대화와 설득을 한 끝에 22명의 조합원들을 모을 수 있었고 지난달 21일 창립총회를 개최하게 됐다. 창립총회를 통해 사측에 노조의 존재사실을 공식적으로 통보하기 전까지 최씨는 사측이 사전에 움직임을 파악하지 못하도록 최대한 비밀을 엄수하는 데 촉각을 곤두세웠다.

최씨는 "신세계가 무노조를 경영원칙으로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경기도 일반노조에 조합원으로 가입할 때부터, 창립총회를 할 때까지 모든 사실은 비밀사항이었다"며 "창립총회도 사측에 의해 무산될 것을 우려해 가장 안전하다고 판단한 경기도 일반노조 사무실에서 치렀다"고 말했다.

경기도 일반노조 사무실은 수지점에서 한참 떨어진 수원시에 위치해있다.

창립총회를 했다고 해서 수지점 노조원으로서의 삶은 순탄하지 않았다. 간난신고 끝에 창립총회를 하고 조합원도 22명을 확보했지만, 창립총회를 개최한 바로 그날부터 최씨와 조합원들에게는 감당하기 힘들 정도의 사측의 압박이 노골적으로 전개됐다는 게 최씨의 주장이다.

***사측의 전방위적 노조탈퇴 종용, 일거수일투족 감시 등**

사측은 창립총회 사실이 통보된 이후 바로 조합원들 신상을 파악하는 한편, 노조 탈퇴 종용작업에 돌입했다. 전 점장등 사측 관계자들은 조합원 개별 면담에 들어가며 노조 탈퇴서 작성을 강요했다.

최씨는 창립총회 직후 점장과 만남 이후 그날 자정까지 한편의 첩보전을 방불케 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최씨 전언에 따르면, 사측 관계자들은 창립총회 직후 찾아온 최씨를 고객관리센터에 붙잡아 두었을 뿐 아니라, 귀가하려는 최씨의 자가용을 막아서는 등 물리력을 행사했다. 최씨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의 중재 아래 최씨는 간신히 자리를 빠져 나올 수 있었지만, 자신을 미행하는 차량을 발견하고 소스라칠 수밖에 없었다.

최씨는 "경찰 중재로 집으로 귀가하는 와중에 뒤따라오는 차량을 발견했다"며 "집 근처에서 헤드라이트를 끄고 한 켠에 주차하고 있으니 미행 차량이 서너번 주변을 배회하더니 사라졌다"고 전했다. 미행으로 추정되는 차량에 대해서 최씨는 "황망한 나머지 번호판을 적어 놓지 못했다"고 말했다.

당일 상황은 여기서 종료되지 않았다. 집에 들어온 뒤로 최씨에게는 조합원에게서 연이어 문자메시지가 들어 온 것. 밤 12시 마감조에 속한 조합원들이 사측 관계자에게 붙잡혀 귀가를 못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최씨는 노우정 경기도일반노조 용인 지부장과 함께 다시 수지점에 갔다. 직원 전용 출입구는 이미 봉쇄돼 있었고, 사측은 이미 모든 직원이 퇴근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곧 사실이 아님이 밝혀졌다. 최씨는 "모든 직원이 퇴근했다는 말을 듣고 돌아서려는 즈음 안에서 한 조합원의 외침을 들었다"며 "건물 안에는 몇 명의 조합원들이 사측 관계자들과 면담을 빙자한 노조 탈퇴 강요를 받고 있었다"고 말했다.

21일 이후 사측은 지속적으로 개별 면담을 통해 노조 탈퇴를 종용했다. 그 결과 대다수가 탈퇴, 현재 수지점 분회에는 최씨를 포함 4명의 조합원들만 남았다. 최씨는 조합원 탈퇴에 대해 "처음부터 예상했던 일"이라며 "다들 사정을 알고 있고, 사측의 작업이 매우 치밀했던 만큼 탈퇴한 조합원에 대해 불만은 없다"고 말했다.

최씨 전언에 따르면, 사측의 노조 탈퇴 종용은 매우 전방위적으로 진행됐다. 삼성 직원을 남편으로 둔 한 조합원은 남편 직장 상사가 노조 탈퇴서를 직접 들고와 "탈퇴하지 않으면 진급심사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압력을 넣는가 하면, 부모와 함께 살고 있는 조합원에게는 수차례 전화를 걸어 가정 불화를 야기하기까지 했다.

또한 사측이 고용한 소위 보안요원들은 3~4명씩 조를 짜서 조합원들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기도 했다. 최씨는 "창립총회 이후 급증한 보안요원들이 조합원 개개인별로 전방위적인 감시를 하기 시작했다"며 "화장실은 물론 탈의실까지 쫓아와서 조합원들과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최씨가 털어놓는 노조탄압사례는 부지기수였다. 가령 조합원들에게 불합리한 근무시간을 배정하거나, 근무시간외 일상적으로 해왔던 쇼핑을 일절 금지시켰다. 최씨는 "근무시간 마치면 이마트에는 다시 들어가지도 않는다"며 "한 조합원은 근무시간 1시간 전에 아기 기저귀를 사려다가 보안요원에게 제지당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고 털어놓았다.

***"결코 탈퇴서에 서명하지 않겠다"**

최씨는 사측의 전방위적인 노조탄압과 노조탈퇴 종용에도 불구하고 이번 싸움을 끝까지 끌고 나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최씨는 "월급 70만원밖에 못 받으면서 무슨 보상 받겠다고 이런 고통을 당하느냐고 주위에서는 곱지않은 시선을 보내기도 하지만, 불합리한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노조를 만들겠다는 것이 무슨 잘못이냐"고 항변했다. 최씨는 이어 "조합원들이 많이 탈퇴했지만, 쉽사리 탈퇴서에 서명하지는 않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최씨는 오는 5일 인사위원회를 앞두고 있다. 7월이 재계약이긴 하지만 이번 인사위에서 최씨는 자진퇴직을 권고 받거나 해고를 당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한다. 최씨는 "언론에서 비정규직, 비정규직해도 남의 일인 줄만 알았는데, 정작 당하고 나니 노조의 필요성에 대해서 더욱 절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평범한 가정주부가 머리띠를 멜 수밖에 없는 사연이다.

경기도일반노조에 따르면, 노조는 4일 검찰에 부당노동행위를 고발하고, 6일경에는 국가인권위에도 진정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이선규 경기도 일반노조 위원장은 이와 관련 "과거 수차례 신세계 이마트에 노조설립 시도가 있었지만, 번번이 사측의 노조탈퇴공작으로 실패하고 말았다"며 "이번 기회에 노동자의 기본적 권리를 무시하는 신세계 이마트의 무노조 경영에 일침을 가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신세계 이마트의 향후 대응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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