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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호철-조희연 진보 논쟁 '2라운드' 팽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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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손호철-조희연 진보 논쟁 '2라운드' 팽팽

"신자유주의가 주전선" vs "깃발만으로는 부족해"

"이번 대선의 주된 전선은 신자유주의 전선이다. 진보주의 세력은 (열린우리당으로 대표되는) 자유주의 신자유주의 세력 및 (한나라당으로 대표되는) 냉전적 신자유주의 세력과 싸워야 한다. 수구냐 반수구냐는 부차적인 전선으로 조금 남아 있을 뿐이지 본말이 전도돼선 안된다."(손호철 서강대 교수)

"대중들에게 단순히 반(反)신자유주의의 깃발 아래로 모이라고 하면 모이지 않는다. 대중들에게는 신자유주의가 바이러스나 괴물이 아니다. 대중의 획득은 대단히 복합적이다. 반신자유주의 운동의 대중화를 (신자유주의에 찬성하느냐 아니냐로) 단순화시키지 말아야 한다. 신보수주의적 비젼이 대중에 대해 헤게모니를 가져가고 있는 상황에서, 진보진영은 반신자유주의에 기초한 구체적인 대안을 가시화하고 선도하면서 중도세력들이 성찰적인 자기 혁신을 하도록 위협하고 견인하고 동시에 대중들이 진보적 비젼에 대해서 새롭게 신뢰를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조희연 성공회대 교수)

최근 진보진영 논쟁을 이끌어 온 두 사람이 처음으로 한 자리에서 맞붙었다. 민주노동당 집권전략위원회가 21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마련한 '위기의 진보진영, 대반전이 가능한가'라는 주제의 토론회에서였다.

두 사람은 "반신자유주의 투쟁이 중요하다"는 점에선 이견은 없었다. 하지만 "보수와 진보라는 구분법으로는 중간세력 획득의 과제가 보이지 않는다"는 조 교수와 "신자유주의를 지지하는 세력은 (진보의 범위에서) 배제돼야 한다"는 손 교수의 주장은 토론회 내내 팽팽하게 이어졌다.

이 두 사람은 최근 매체를 통해 진보의 성격을 둘러싼 논쟁을 벌여 왔고, 이 논쟁에 최근 노무현 대통령이 개입하면서 국민적 관심을 모아 왔으나, 두 사람이 직접 맞대면해 논쟁을 벌인 것은 처음이다.

조희연 "중도세력과 대중 견인 고민해야" vs 손호철 "한나라 집권저지가 해법 아냐"

조 교수는 대중과 중도적 정치세력을 견인하기 위한 정치한 방법론을 강조했다. 그는 "진보진영은 신자유주의의 조건 속에서 대중을 획득하고 중도세력을 어떻게 좌경화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진보 진영으로부터) 비판받을 각오를 하고 얘기했다"고 최근의 논쟁에 참여한 동기를 설명한 뒤 "조중동(조선, 중앙 및 동아일보)에 대한 비판에 앞서 부동산 문제에 대해 대중적으로 호소할 수 있는 내용이 진보진영에 있느냐"고 꼬집었다.

그는 "반신자유주의의 중심성으로 헤쳐모이자고 했을 때 반신자유주의와 친신자유주의의 내용이 무엇이냐가 중요하다"며 "구체적인 정책 수준으로 가보면 부동산 문제, 비정규직 문제 등 많은 부분에서 진보진영에 공백이 있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또한 "(진보 진영의 위기를) 노무현 대통령 개인이나 열린우리당의 속성만으로 환원해 설명하는 방식으로는 안 된다. 그렇게 하면 교훈이 없다"며 "참여정부의 위기보다는 민주정부 10년, 민주화 20년에 내재한 위기로 바라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반해 손호철 교수는 "진보의 기준을 '정도의 차이'로 본다면 이는 무솔리니가 히틀러보다 진보적이라는 얘기와 같다"며 "이런 구분법으로는 보수정당 체제를 이해하지 못 한다. 결국 신자유주의의 문제, 즉 시장에 대한 태도로 봐야 한다"고 반박했다. 한나라당이나 열린우리당이나 신자유주의의 수용에 있어선 다를 바가 없다는 주장이었다.

손 교수는 "민주주의의 퇴보와 파시즘의 도래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는 길이 한나라당의 집권 저지에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사회적 양극화라는 문제가 풀리지 않는 한 대중들은 (다시 자유주의 세력인 열린우리당이 집권한다고 해도) '먹고살기 힘든데 무슨 과거사 문제냐'라고 말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손 교수는 "진보진영의 대선 목표는 △진보진영의 도약 △열린우리당 등 자유주의 세력의 좌경화 △한나라당 집권 저지다. 이 순서가 뒤집혀선 안 된다"면서 "첫 번째 목표의 기준은 신자유주의에 동의하느냐 아니냐다"라고 단언했다.

조희연 "우리당이 자기혁신한다면…" vs 손호철 "개혁세력과 진보세력은 달라"

이같은 인식 차이는 대선에서의 구체적인 연대 및 연합 전선 구축의 문제로 이어졌다. 조 교수는 "대선 국면에서 섣부를 연합전선을 생각할 이유는 없다"면서도 범여권의 일말의 변화 가능성과 그에 대한 견인을 강조했다.

그는 "열린우리당을 포함한 중도세력이 어려운 조건에 처해 있어 대중들의 신뢰를 재획득하는 데 실패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면서 "그러나 만약 중도가 성찰적 자기혁신을 통해 신뢰를 획득할 수 있다면 한나라당의 집권을 저지하면서 민노당 등 진보세력도 성장할 수 있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적 개혁만 해 온 세력에게 사회경제적 개혁을 받아들이는 세력으로 전환하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에 대해 손 교수는 "어떻게 신자유주의적 개혁세력과 반신자유주의적 진보세력을 함께 볼 수 있느냐"고 반박했다.

그는 "신자유주의 전선은 한나라당+열린우리당+노무현 대통령+조중동 세력과 그에 반대하는 세력으로 나뉜다"며 "진보개혁이라는 말을 쓰면 민주-반민주 구도에서 바라보게 된다. 이 구도는 망상"이라고 비판했다.

손 교수는 또한 "열린우리당 세력은 우경화됐다"며 "(진보 진영은) 우로의 통합이 아니라 좌로의 통합을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盧 대통령 '논쟁 개입'에는 한목소리로 비판

한편 노무현 대통령이 진보진영, 특히 최장집 교수를 정면으로 겨냥한 것과 관련해 조희연 교수는 토론회 뒤 <프레시안>과 만나 "최 교수가 대가이기는 하지만 노 대통령이 학자의 문제제기를 반박하는 방식을 취함으로써 국가의 통치를 담당하는 대통령이 일개 학자와 동일시됐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는 노 대통령이 처한 계급적 한계와는 별개로 인식의 협소함 때문"이라고 쏘아붙였다.

그는 또한 보수언론에 대한 노 대통령의 불만과 관련해서도 "조중동에 의해 자신의 의사가 왜곡돼서 전달되는 과정에 대한 고민을 할 수는 있지만 (노 대통령의 문제제기는) 차원 높은 고민이라고 보이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나는 이렇게 열심히 하는데 (진보진영에서) 왜 도와주지 않느냐는 식의 불만은 잠재적 지지자들로부터 더욱 유리되는 결과를 낳는다"고 비판했다.

손호철 교수도 토론 과정에서 "최근 노 대통령이 '유연한 진보'라는 문제제기를 했는데 진보가 무엇인지 개념정리부터 필요하다"고 일축했다.

진보진영 단일후보 내자

이들 외에 이날 발제자 및 토론자로 참석한 인사들도 진보진영의 대선 대응법과 관련한 나름의 견해를 제시했다.

손혁재 성공회대 교수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처럼 성과와 실적을 앞세운 보수주의로 가면 이는 신자유주의의 강화로 이어진다"며 "민주-반민주 구도가 사라지고 성과주의가 먹힐 수 있다"고 우려했다.

손석춘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원장은 "반한나라당 전선도 중요하지만 원칙이 중요하다. 열린우리당의 지금 모습을 보고 무비판적으로 반한나라당 전선을 말한다면 어떤 의미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지금종 '창조한국 미래구상' 사무총장은 "진보진영은 지금 각 세력이 의제를 제출하고 그 사이의 경쟁이 자주 노출돼야 강해질 수 있다"며 "정치적 독자성을 가져가되 선거연합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상현 민주노동당 기관지위원장은 '민노당 중심의 진보진영 대연합'을 주장하며 "제대로 된 진보, 중도, 보수의 3각구도를 정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노동당과 '창조한국 미래구상' 시민사회세력, 녹색대안정당세력 등이 이 범주에 포함된다.

이와 관련해 진보진영 전체의 대선후보 경선을 통해 단일후보를 뽑자는 주장에는 여러 참석자들이 호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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