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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능한 '우리당'보다 '한나라'에 정권 내주는 게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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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능한 '우리당'보다 '한나라'에 정권 내주는 게 낫다?

[최장집-조희연-손호철 논쟁] 盧정부 실패원인 진단도 달라

노무현 대통령과 같은 무능한 자유주의 세력이 집권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한나라당과 같은 보수 세력이 한 번 집권하는 게 나을까?

이 도발적인 질문에 진보학계의 내로라하는 학자들이 서로 다른 답을 내놓아 관심을 끌고 있다. 이들의 차이는 노무현 정부 실패의 원인을 어디서 찾느냐에서 비롯된다.

노무현 정부에 돌을 던지기에 앞서…

논쟁은 조희연 성공회대 교수가 최장집 고려대 교수를 지난달 25일 <레디앙>에 실은 글을 통해 실명 비판하면서 시작됐다. 조 교수는 "최 교수가 노무현 정부의 문제점을 지적한 데 대해서는 대체로 동의한다"면서도 "그러나 그 지적에 기초한 진단은 많은 문제점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조 교수는 "최장집 교수는 노무현 정부의 실패를 보여주는 가장 큰 증거로 사회경제적 불평등 심화를 통해 발생한 극단적 양극화를 들고 있다"며 "이런 현상은 노무현 정부의 '주관적' 오류보다는 '대안의 한계'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단지 노무현 정부 탓만 하기에는 불평등 사회를 강요하는 시장 중심의 세계 질서(신자유주의적 지구화)의 압박이 크다는 것이었다.

조 교수는 "노무현 정부에 돌을 던지기에 앞서 (나와 최 교수를 비롯한) 진보 세력도 뾰족한 해답을 제출하지 못했다"며 "노 대통령이 (진보 세력을 향해서)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만 강조하지 말고 구체적인 정책을 나한테 달라'고 했을 때 나는 자괴감을 느꼈다"고 토로했다. 그는 "만약 민주노동당이 집권하더라도 노무현 정부의 위기는 더욱 심각한 양상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나아가 조 교수는 "지금은 양극화와 불평등을 가져오는 시장 중심의 세계 질서를 극복할 대안적 비전과 그것을 가능케 하는 사회적 흐름을 만들 때"라며 "이를 위해서는 여전히 사회의 급진화를 견인할 사회운동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최 교수가 정당, 의회와 같은 제도 정치로 사회 갈등이 수렴되지 못하는 현실을 비판한 데 대해 여전히 '운동'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노무현 정부 실패, '주체의 오류'보다 '구조의 힘'에 원인

조희연 교수는 이처럼 '운동'을 강조하는 연장선상에서 오는 대선 국면을 "노무현 정부의 무능, 한계, 실책에 대한 '가혹한 단절'을 통해 진보 세력이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 가는 과정"으로 만들 것을 주문했다. "박정희와 다른 방식으로 대중을 먹고살게 해 주는 대안"을 내놓아 대중의 분노를 진보 세력에 대한 지지로 결집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장집 교수가 자유주의 세력(이른바 개혁세력)이 사회적 양극화에 대한 대안을 내놓지 못하는 한,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정권을 내놓는 게 당연하다"고 말한 데 대해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조 교수는 "'노무현 정부의 실패, 그리고 정권 교체의 당연한 수용' 수준으로 우리의 문제의식이 왜소화되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이런 조 교수의 주장은 백낙청 서울대학교 명예교수가 최근 펴낸 <한반도식 통일, 현재진행형>(창비 펴냄)에서 최 교수를 비판한 것과도 맥을 같이한다. 백 교수는 "분단체제 전체에 돌려야 할 책임을 현 정부나 그 이전의 개혁정부에만 묻는 것은 부당하다"며 "과연 '민주화 이후' 한국 사회가 질적으로 나빠져 온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라며 비판했었다.

백 교수는 또 조 교수와 마찬가지로 "최 교수의 정당정치에 대한 과도한 집착은 사회운동의 중요성뿐 아니라 그 현황마저 '오진'하도록 만든 면이 있다"며 "분단체제 일부를 구성하는 분단국일 경우 때로는 국가기구를 통해, 때로는 통치제도 바깥의 운동을 통해 다양하게 진행되는 분단체제 극복운동이 필수적"이라고 사회운동이 여전히 중요함을 강조했다.

이런 백 교수의 주장은 '신자유주의적 지구화'를 '분단체제'로 바꾼 것만 다를 뿐 노무현 정부의 실패로 규정되는 여러 가지 현상의 원인을 '주체(노무현 정부)의 오류'보다는 '구조의 힘'에서 찾는다는 점에서, 그리고 이런 문제를 타개하고자 사회운동의 역할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조 교수의 논리와 흡사하다.

"무능한 자유주의 세력의 집권 또 내버려둬야 하나?"

한편 이런 조희연 교수의 주장에 대해 손호철 서강대 교수는 31일 <레디앙>에 실린 글을 통해 최장집 교수를 옹호했다. 손 교수는 "최 교수의 지적 중 경청해야 할 부분은 바로 제도정치(노무현 정부와 열린우리당)의 시민사회(개혁 세력)로부터의 분리에 바로 노무현 정부의 책임이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손 교수는 "노무현 정부가 2003년 집권하자마자 열린우리당 창당, 이라크 파병으로 시작된 보수 정책 등을 통해 정부, 열린우리당을 시민사회의 지지세력(개혁 세력, 호남)으로부터 분리시킴으로써 개혁도 실패하고 지지층도 잃어버렸다는 최 교수의 비판이야말로 경청해야 할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이 문제와 관련해 손 교수는 "최 교수는 그간 정당, 의회 등 정치사회가, 시민사회의 균열을 반영해 이를 조절하고 풀어나가야 할 정치사회가 진보정당의 부재, 보수정당의 독점으로 시민사회로부터 분리돼 제멋대로 움직여 온 것을 비판해 왔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최 교수가 시민사회를 경시한 것이 결코 아니라는 얘기였다.

그런가 하면 손 교수는 한나라당과 같은 보수 세력의 집권에 대해서도 최 교수의 논지에 공감을 표시했다. 그는 "최 교수의 지적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권력 상실에 두려움이 있으면 열린우리당이든, 새로 만드는 정당이든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손 교수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이렇게 강조했다.

"나 역시 최 교수와 마찬가지로, 아니 최 교수보다 한 발 더 나아가, 열린우리당이건 통합신당이건 자유주의 세력(개혁 세력)이 신자유주의, 그리고 그에 따라 자신들이 군사 독재 시절보다 더 악화시켜 놓은 사회적 양극화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는 한, 차라리 집권을 하지 말고 정권을 한나라당에 내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나라당 집권의 부정적 영향, 민중이 체험해야"

물론 손호철 교수가 한나라당과 같은 보수 세력의 집권을 긍정하는 것은 아니다. 손 교수는 "한나라당이 집권해 한나라당 식의 신자유주의 정책에 의해 사회적 양극화와 생존의 파탄을 경험하고 문제의 핵심이 김대중, 노무현 정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신자유주의에 있다는 것을 민중이 직접 체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런 과정을 통해 대중의 정치의식이 성장한다면 "한국 정치가 단기적으로는 후퇴할지 몰라도 중·장기적으로는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손 교수는 "그럴 리 없겠지만 한나라당 식의 신자유주의 정책이 내 예상과 달리 사회적 양극화를 없애고 민중을 파탄에서 구할 수 있다면 한나라당의 집권은 그 나름대로 충분한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손 교수는 이런 맥락에서 최근 '반(反)한나라당'을 표방하며 제3의 후보를 내려는 '창조한국 미래구상(가칭)'과 같은 움직임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지금 필요한 것은 반(反)신자유주의, 반(反)부동산 폭등 국민후보지 반(反)수구 국민후보는 아니라"면서 오히려 "신자유주의가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점을 고려한다면 지금 필요한 것은 바로 '반(反)개혁 국민후보'라고 꼬집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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