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최장집(64.정치외교학) 교수는 최근 자신을 간접적으로 지목하며 진보진영을 비판하고 변화를 촉구한 노무현 대통령의 글과 관련해 "청와대가 구체적인 내용과 논거 없이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 교수는 21일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소장실에서 가진 연합뉴스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대통령의 문제제기 방식이 잘못됐다. (청와대가) 구체적인 내용과 논거를 가지고 이야기를 진행해야 하는데 느낌이나 분위기로 말하려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청와대가 나에 대해 얘기를 하는 것이라면 실명을 직접 거론하든가 했어야 했다. 간접적으로 나를 지목한 것은 온당치 않은 처사다"라고 불만을 드러내며 "학자로서 정치와 정부를 비판하는 것을 바람직한 일이며 이는 민주사회의 기본과 원칙에 관한 문제다. (청와대가) 이를 다시 비판하는 것은 옳지 않다"라고 지적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17일 청와대 브리핑 글에서 '진보 진영의 학자 한분'이라며 최 교수를 특정하며 "참여정부를 매도하는데 앞장서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당시 노 대통령은 최 교수에 대해 "대통령이 되기 전에 한 모임에서 '비주류 중의 비주류라 대통령이 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내 말에 '그럴 것'이라고 상당히 힘주어 말했다. (그분이)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참여정부를 깎아내리는 일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었다.
최 교수는 이에 대해 "만약 그런 얘기가 나왔다면 대선 경선때 즈음일 것 같은데 당시 모임은 '잘했으면 좋겠다'는 식의 모임이었지 상대를 비판하는 성격이 아니었다"며 "대통령이 (당시 발언에 대해) 부정적인 의미라는 식으로 이야기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라고 말했다.
그는 "언론에 내가 한 이야기가 '한나라당 집권론' 식으로 비쳐지기도 하는데 이는 합리적인 비판이 어떻게 왜곡되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경우"라며 "현 정부에 대한 심판의 의미로 한나라당이 집권할 수 있다는 현실 진단을 한 것일 뿐 (한나라당이) 집권해도 좋다 혹은 집권해야 한다는 것과는 차이가 크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지난달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정부가 실패하면 교체되는 것이 당연하다. 한나라당이라고 안되고 하는 그런 것은 없다"고 주장한 바 있으며 이 발언은 이후 진보 진영 학계에서 논쟁을 불러일으키기도 했었다.
그는 "니편, 내편으로 나눠 계속 내 편만 계속 승리해야 한다는 생각은 안된다는 뜻"이라며 "정당간 경쟁을 통해 선거를 치르고 만약 잘못된 정책이 있으면 책임을 지는 것이 민주주의다. 정당 민주주의의 원론을 이야기한 것 일 뿐이다"라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이어 "논쟁이 궤도를 벗어났고 논리로써 발전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청와대의 브리핑에 대해 일일이 공식적인 대응은 하지 않을 계획"이라며 "예전부터 하던대로 책과 글을 통해 할 이야기를 계속 하겠다"고 밝혔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