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고위관계자는 19일 노무현 대통령이 청와대브리핑에 '대한민국 진보, 달라져야 합니다'라는 기고문을 낸 것과 관련, "대통령의 생각을 이해하리라 생각했던 (진보) 학자들로부터 비판을 당하니 한번 정리하고 넘어가자고 결심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날 기자간담회를 갖고 "진보진영 내부의 담론이 실제와 달리 해석되는 부분이 있다"며 노 대통령이 기고문을 쓰게 된 배경을 이같이 설명했다.
그는 노 대통령이 기고문에서 언급한 "참여정부 매도에 앞장서는 그 분"이 최장집 고려대 교수인지 여부에 대해 "maybe(아마)"라고 답하면서 최 교수의 참여정부 비판론을 강하게 반박했다.
다음은 이 관계자와의 문답 요지.
- 글에서 전하고자 한 메시지는.
▲진보진영에 대해 교조적 진보의 틀에서 벗어나라, 유연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참여정부가 실정을 해서 보수에 정권을 넘겨줄 위험에 처했다는 진보진영의 비판을 반박하면서 진보에 대해 유연하라고 하는 것이다. 특히 (한미) FTA에 대해서.
- 대통령 혼자 이 글을 쓴 것인가.
▲논란이 됐던 부분에 대해서는 참고자료를 보신 것 같다. 정책자문위원회와 김병준 위원장 등 자문해주실 분은 많지 않나. 평소 생각에 이들의 견해를 더한 것이다. (자문자들에게는) 글에 대한 코멘트, 견해를 물었던 정도였다.
- 지금 글을 쓴 이유는.
▲조희연, 손호철 교수 간의 한겨레신문 논쟁이 계기가 된 것 같다. 진보진영에서 참여정부 실정으로 정권을 내주게 됐다고 일부에서 비판을 하는 데 대해 사실과 다르다는 생각은 많이 해 오신 것 같다. 또 경향신문에 진보진영에 대한 연재물이 있었는데 그 내용 중에 '진짜 진보가 설 땅을 잃었다'는 내용이 있었다. 그래서 진보진영 내부 흐름에 대해 얘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하던 차에 대통령의 생각을 이해하리라 생각했던 학자들로부터 비판을 당하니 한번 정리하고 넘어가자고 결심하신 것이다.
- 최장집이라는 일개 학자의 비판에 대통령이 굳이 반응할 필요가 있나.
▲일개 학자가 아니라 진보진영 내부의 담론이다. 실제와 달리 해석되는 부분이 있다. 경제, 정치적으로 몰매 맞을 정도로 참여정부가 잘못한 일이 없다고 생각한다. 이 부분은 학자들도 인정한다. 경제지표를 보라.
대통령이 가장 가슴 아파하는 것은 사실 3가지다. 양극화, 부동산, 청년실업인데, 공교롭게도 이들 3가지 문제는 소득 2만 달러 시대로 진입하게 될 때 다른 선진국도 겪었던 것이다. 고용없는 성장 현상이 나타나면서인데, 이는 비단 한국의 문제가 아니라 다른 나라도 유사한 사례가 있었다.
참여정부가 그 시기의 사다리에 걸린 건데 이를 이념성향의 '얼치기 386들'의 실정으로 치부하는 데 대한 야속함이 있었다.
모 교수는 노 대통령은 대통령 되지 못할 거라 했는데 되지 않았나. 그것만 봐도 그 교수의 논리성의 허구가 드러난다. 이런 대목이 대통령 글에 있는데 가시가 들어 있는 글이다.
FTA나 이라크 파병이 가장 걸림돌이었는데 대통령은 회피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고 지지그룹으로부터 비난당하면서라도 헤쳐 나가야 한다는 생각으로 대처해 왔다. 그야말로 구국의 결단을 한 것인데, 그렇다고 보수가 밀어주는 것도 아니다. (진보에선) 왼쪽 깜박이 켜고 오른쪽으로 돌았다고 하는데 사실 이건 깜박이 문제가 아니라 도약을 위해 껍질을 깨는 과정이다.
- 최 교수가 누군지 대다수 국민들은 관심도 없는데 한가해 보인다는 지적도 있다.
▲취임 4주년을 맞이해서 다양한 형태로, 참여정부 때문에 전체 진보진영에 흠집이 났다는 결론으로 모아지는 부분에 대해 좌시할 수 없었다. 최근 1년간에 여러 진보 세미나가 있었는데 참여정부 때문에 전체 진보진영이 비난을 당하고 '한나라당에 정권을 바치게 됐다' 이런 것이 세미나의 단골 주제였고 이게 정설로 굳어져 가고 있었다.
- 일개 교수와 학자들 싸움에 대통령이 나선 것이 적절한가.
▲일개 학자가 아니고 대통령에 대한 언급이 권위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진보진영 내부에 일정한 흐름이 있기 때문이다.
- 국민들이 잘 모르는 사항을 의제화시킨 이유는.
▲이는 협소한 문제가 아니다. 대통령에 대한 맹목적 지지 그룹 말고 여러 상황 판단과 학문적 바탕을 토대로 지지했던 그룹들에게 하고 싶은 얘기였다. 뒤집어 말하면 참여정부가 민생파탄이란 식으로 비난받고 국정 지지율이 20% 이하로 떨어지는 것으로 계속 나오고, 어떤 자리에서 대통령 비판이 나올 때 대통령 지지그룹이 대통령에 대한 옹호, 변명 같은 것을 할 만한 거리가 있어야 할 거 아닌가. 그 부분에 대한 준거틀을 제공해주는 의미도 있는 것 같다.
- 글을 내는 타이밍에 대해 적절했다는 게 내부 평가인가.
▲유구무언이다. 상당히 최근에 고민하신 것 같다. 글에 고민의 편린이 느껴진다.
- 한미 FTA 체결이 임박해 진보진영을 비판한다는 관측도 있다.
▲그런 것은 아닌 것 같다. 내부적으로는 이런 게 있다. 보수진영에서는 (현정부가) FTA 할 마음도 없으면서 모양만 내는 거 아니냐고 한다. 대표적인 게 FTA 반대시위에 경찰이 소극적으로 대응했다는 것을 근거로 FTA 시늉만 내고 안 할 거라고 그런 오해를 했었다.
(참여정부에 대한) 좌파 신자유주의 주장도 논리적 구성이 안 되는 말로 대통령이 비꼰 거였는데 일부 학자들은 거기에 대해 분석하는 글까지 냈다.
- 진보진영에 대한 글은 계속 나오나.
▲상대방 반응에 따라 달라진다. 반응이 있으면 대통령이 하든 기획위원장이 하든, 청와대브리핑을 이용하든 할 것이다.
- 이 글에 대한 재반박이 나온다면.
▲재반박이 나오면 나오는 대로, 논쟁은 전개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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