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KTX여승무원 적법도급' 발표에 "그건 말장난"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KTX여승무원 적법도급' 발표에 "그건 말장난"

전문가들 "내용은 불법이지만 형식이 합법이니 합법이라고?"

서울지방노동청이 29일 "KTX 승무업무의 위탁은 적법한 도급계약"이라고 밝힌 이후 전문가들 사이에서 노동청의 조사결과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100% 합법은 아니지만 종합적으로 검토하면 합법"이라는 엄현택 서울지방노동청장의 발표에 대해 "법리적으로 어떻게 저런 논리가 가능하냐"며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일부 불법 있으나 전체적으로 고려하면 합법"?

사실 이날 발표에서 노동부는 △철도공사가 KTX 여승무원의 업무수행방식을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점 △여승무원에 대한 교육에서 철도공사가 제작한 교재를 그대로 사용하는 점 △열차팀장의 여승무원에 대한 업무확인 과정이 업무 지시로 받아들여지기 쉽고 또 일부 직원에 의한 업무지시도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점 등을 근거로 "인사노무관리상의 독립성과 경영상의 독립성이 일부 침해된 측면이 있다"며 불법의 소지가 다분함을 스스로 인정했다.

엄현택 청장도 "노무관리와 경영에서 각각 일부의 불법의 소지가 있으나 전체적으로 고려해 보면 합법인 부분이 더 많아 적법한 도급으로 결론내렸다"고 설명했다.

"명백한 것을 아니라고 하려다 보니 생긴 일"
▲ KTX 여승무원들은 노동부의 '적법도급' 판정에 대해 "억울하다"고 했다. "100% 합법은 아니지만 종합하면 합법"이라는 결론에 대해 전문가들은 "이해할 수 없는 논리"라고 지적한다. ⓒ프레시안

그러나 전문가들은 "일부의 불법성이 분명히 존재함에도 불법과 합법을 양적으로 따져서 종합적으로는 합법이라고 결론내리는 것은 결국 법리적 판단에 의한 결론이 아니라 노동부의 '해석'이 들어간 것 아니냐"고 비판하고 있다.

"100% 합법은 아니다"는 엄 청장의 발표와 관련 조순경 이화여대 교수는 "불법파견이 명백한 것을 아니라고 하려다 보니 이런 황당한 논리가 나온 것"이라며 "정부가 말장난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남우근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사무국장은 "서울노동청의 이같은 논리 전개는 똑 같은 사실관계를 가지고 어느 부분을 더 중요하게 볼 것인지에 따른 것이어서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와 같다"고 지적했다.

여성노동네트워크에서 일하고 있는 정현우 노무사도 "법적인 판단에서 어떻게 '불법이 일부 있지만 합법이 더 많아서 종합 결론은 합법'이라는 논리가 가능하냐"고 정부 발표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위장도급 핵심내용은 불법이라며?…질보다 양 선택한 판단"

정현우 노무사는 "더욱이 노동청이 조사보고서에서 밝힌 '일부 불법성의 소지가 있는 부분'의 예시는 위장도급 여부를 판단하는 데 매우 핵심적인 부분"이라며 "노동청이 합법의 근거로 제시한 4대보험의 가입 주체가 철도유통인 점, 여승무원에 대한 징계조치를 철도유통이 취하는 점 등은 형식적인 부분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정 노무사는 "핵심적인 내용에서는 불법인데 형식이 합법적 요소가 있다고 해서 적법한 도급이라는 논리가 말이 되느냐"며 "정부 발표는 자세히 뜯어보면 볼수록 우스운 결론"이라고 비판했다. 엄 청장은 "합법인 부분이 더 많아서"라고 설명했지만 이는 각 사안의 중요도를 고려하지 않은 양적인 판단일 뿐이라는 지적이다.

조순경 교수는 "결국 이번 노동청의 발표는 어떤 압력에 의한 결론으로밖에는 해석이 되지 않는다"며 "이번 정부의 발표는 정부가 온 국민에게 공공연하게 '법은 아무 소용도 없으니 지키지 않아도 된다'고 얘기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일본 사례 왜 갖다 붙였나?"

정부가 합법의 근거로 일본의 사례를 제시한 것도 억지로 합법으로 결론을 내리려다보니 끼워 맞춰진 사례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엄 청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일본 사례가 언급된 것과 관련해 "다른 나라 사례는 잘 모르지만 일본 사례는 자료를 입수해 보고서에 넣었다"며 "일본도 마찬가지로 분리된 형태로 도급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두 업무의 분리가 가능하다는 판단의 근거로 인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양국의 고속철도 승무업무 위탁실상이나 관련법률의 공통점 및 차이점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설명이 없었다.

이에 대해 조순경 교수는 "일본과 우리는 엄연히 관련 법률이 다르다"며 "일본의 예를 KTX 여승무원에 갖다 붙인 것만 보더라도 이번 조사 결과의 신뢰성에 의심이 간다"고 말했다.

"정부, 스스로 공공부문 비정규 대책 무력화시키나?"

일각에서는 이번 발표 이후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이 사실상 무력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KTX 여승무원을 적법한 도급으로 인정해줌으로써 각 공사들이 공공부문 비정규직을 단계적으로 줄여가겠다는 정부의 계획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탈출구로 외주화를 선택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는 것이다.

남우근 사무국장은 "KTX 여승무원은 공공부문 외주화의 전형적인 사례로 이 문제에 대한 정부의 판단의 파급효과는 여승무원의 정규직화 여부를 넘어서는 것"이라며 "KTX를 적법한 도급으로 판단함으로써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 대책의 탈출구로 각 공사들이 아웃소싱(외주화)을 찾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