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 여승무원 90여 명이 20일 오후부터 서울지방노동청 7층을 점거하고 농성을 벌이고 있다. 철도공사의 직접고용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200일 넘게 파업을 벌이고 있는 이들이 서울지방노동청을 점거한 것은 서울지방노동청이 KTX 여승무원의 불법파견 여부에 대한 재조사 발표를 의도적으로 늦추고 있다는 의혹 때문이다.
KTX 여승무원들은 지난 18일로 예정된 법률자문단 회의가 직전에 갑작스럽게 연기된 점과 자체적인 조사를 통해 철도공사가 정부 일각에 'KTX 여승무원 불법파견 재조사에 관한 입장'이라는 문건을 배포한 사실 등으로 미뤄 불법파견 재조사에 외압이 작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서울노동청의 KTX여승무원 관련 법률자문단 회의, 왜 전격 연기?
서울지방노동청은 당초 20일 KTX 여승무원의 불법파견 여부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었다. 이에 앞서 18일 자체 구성한 법률자문단 회의를 통해 조사 보고서의 최종 검토를 마치려 했던 것.
그러나 이날 법률자문단 회의는 돌연 연기됐다. 여승무원들에 따르면, 서울지방노동청은 회의가 연기된 이유에 대해 여승무원들에게 "자문단에 포함된 민변 소속의 변호사의 공정성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어 회의를 연기했다"고 설명했다. 민변이 최근 KTX 여승무원 문제와 관련해 성명을 발표하는 등 공정성을 갖기 힘들다는 주장이 서울지방노동청 내부에서 제기돼 회의를 연기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전국철도노조 KTX열차승무지부 관계자는 "문제가 있다는 변호사 역시 서울지방노동청이 민변에 요청해 선정된 사람이었다"며 "이제 와서 갑작스레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발표 내용을 수정하기 위한 구실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더욱이 여승무원들은 "철도공사가 '서울지방노동청이 여승무원들에 대해 불법파견 노동자라고 발표할 경우 막대한 파장이 생길 것'이라는 취지의 철도공사 입장을 정부 모처에 전달했다"며 "이로 미뤄볼 때 서울지방노동청의 법률자문회의 및 조사발표 연기는 외압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회의 연기의 표면적인 이유는 자문단 구성원에 의한 노동청 내부의 문제제기이지만, 진짜 이유는 철도공사의 외압과 관계가 있다는 것이 여승무원들이 제기하는 의혹이다.
"철도공사, 불법파견 조사에 대한 입장 정부 모처에 보냈다?"
노조 관계자는 "실명을 밝히기는 힘들지만 제보자를 통해 철도공사의 문건 발송 사실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정확한 수신처와 구체적인 내용을 확보하지는 못했지만 문건 발송은 사실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철도공사 관계자는 "그런 사실은 없다"며 이같은 의혹을 부인했고 서울지방노동청도 "KTX 여승무원 문제에 대해서는 어떤 답도 해줄 수 없다"며 입을 닫았다.
KTX 여승무원들의 불법파견이 확정되면 철도공사로서는 막대한 타격을 입을 것이 분명하다. 비단 여승무원들 뿐 아니라 비슷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는 파견 노동자들의 문제까지 한꺼번에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노동계 전문가는 "철도공사로서는 KTX 여승무원 불법파견 조사에 입장을 밝히는 것이 당연하다"며 문건 발송 자체는 큰 문제가 아니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서울지방노동청의 조사가 철도공사의 외압으로 최종 결론이 뒤바뀌는 등의 상황이 생기는 것은 결코 있어서는 안될 일"이라고 강조했다.
손지혜 KTX열차승무지부 상황실장은 "200일이 넘게 파업을 벌이고 있는 우리 승무원들에게 서울지방노동청의 조사 발표는 사활이 걸린 문제"라며 "분명한 이유가 없는 상황에서 발표가 늦춰지는 것은 용납하기 힘들다"고 노동청의 조속한 조사발표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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