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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탄 오른 정계개편…정치권 진지구축 기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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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탄 오른 정계개편…정치권 진지구축 기싸움

"연말 정계개편" 합창, 내막은 동상이몽…아직 안갯속

"12월 초가 되면 한나라당의 수구보수대연합에 대응하는 민주개혁대연합을 만들어야 한다." (20일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
  
  "어떤 방향이든 연말에 우리의 정치질서에도 구조조정하는 움직임이 태동하리라고 느끼고 있다." (22일 고건 전 국무총리)
  
  시기는 대략 연말로 맞추어진 듯하다. 두어 달 후 벌어질 정계개편을 앞두고 정치권은 현재 밑그림 그리기에 한창이다. 한민공조, 민주개혁대연합, 중도실용세력 연대, 범보수세력 연합 등은 서로 유리한 진지를 구축하기 위해 나오는 말들이다.
  
  우리, 정계개편 분위기 띄우기 한창
  
  우선 열린우리당은 반(反)한나라당 전선 구축을 목표로 한다. 당 내부적인 편차는 있지만 민주당과 고건 전 총리, 시민사회단체, 학계를 망라하는 통합의 구상이 일반적이다. 김 의장이 거론한 민주개혁대연합도 같은 취지다. 민병두 홍보기획위원장이 한민공조론과 관련해 민주당을 "정치적 매춘"이라며 민감한 반응을 보인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열린우리당이 판 흔들기에 가장 적극적인 이유는 이대로는 정권재창출 전망을 세우기가 지극히 어렵기 때문이다. 어떤 식으로건 당 밖의 세력들을 끌어들여 흥행을 일으켜야만 반전의 모멘텀이 생긴다. 오픈프라이머리(개방형 국민경선제)는 이를 위한 제도적 문턱 낮추기다.
  
  여권 대선주자들의 발걸음도 당연히 빨라졌다. 취임 100일을 넘기면서 김 의장이 반한나라당 전선을 의도한 발언을 하는 일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 전효숙 사태와 관련해 한나라당을 수구보수 세력으로 강하게 몰아붙인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독일에 체류 중이던 정동영 전 의장도 내달 1일 귀국한다. 일부 측근의 조기귀국 만류를 물리치고 정 전 의장이 귀국을 결정한 것을 두고 정계개편에 대비하기 위한 사전포석이라는 해석이 일반적이다. 천정배 의원도 지방을 돌며 소리 없이 보폭을 넓히고 있다.
  
  이런 움직임과 맞물려 당 차원에서도 대선 분위기 띄우기가 시작됐다. 우상호 대변인은 22일 한나라당 대선주자들을 겨냥해 "한 분은 아버지의 휘호를 팔고, 한 분은 연일 종이비행기를 날리고 있고, 한 분은 수염도 깎지 않고 다닌다"고 싸움을 걸었다. 당내 초선의원들의 모임인 '처음처럼'도 다음주에 대선전략과 정계개편 방향에 대한 논의를 갖기로 했다.
  
  고건-민주, '몸값 높이기'
  
  하지만 열린우리당의 고민은 여전히 민주당과 고건 전 총리가 반(反)한나라당 전선에 동참해줄지 여부다.
  
  일단 고 전 총리는 "김 의장의 민주세력연합론은 지방선거 이전에도 말한 사항이고 원칙적인 방향에는 나도 동감한다"고 긍정적인 화답을 했다. 그러나 그는 "중도 실용개혁의 뜻을 같이 하는 분들의 연대와 통합에 내가 해야 할 일, 할 수 있는 일을 적극적으로 할 생각"이라며 당분간 독자생존으로 활로를 찾을 의향을 내비쳤다.
  
  민주당도 '한민공조론'을 증폭시키며 몸값 높이기에 주력하고 있다. 한화갑 대표는 "민주당과 통합하자고 날만 새면 떠들던 열린우리당이 지금 여당을 하고 있으니까 정치판이 이 모양"이라고 맹비난했다.
  
  이런 움직임은 민주당과 고 전 총리가 결국은 여권과 한 배를 탄다고 해도 현재의 여당 울타리 안으로 들어가지는 않겠다는 뜻이다. 열린우리당 염동연 의원이나 정대철 고문 등이 제3의 지대에서 신당창당을 주장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아직까지 여권의 다수는 열린우리당 주도의 범여권 통합을 선호하지만, 민주당 등을 끌어들일 뾰족한 유인책이 없는 까닭에 본격적인 정계개편기에 접어들면 신당창당론이 현실적 방안으로 부각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특히 10.25 재보선을 통해 민주당이 호남 대표성을 재확인할 경우 열린우리당의 동요가 확산될 공산이 크다.
  
  한나라 "여당 역포위될 것"
  
  한편 한나라당에서 잇따르고 있는 '한민공조에 대한 적극적 화답'도 여권의 정계개편 구상을 크게 교란하는 요인이다.
  
  민주당의 거리 두기에도 불구하고 강재섭 대표는 전날 "판을 흔들려는 여당의 정계개편 시도에 말려들어서는 안된다"며 여권 중심의 정계개편에 대한 경계심을 표출하는 한편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통합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홍준표 의원도 22일 "지금은 한나라당의 진정성이 민주당에 전달되지 않고 있지만, 대선 전까지는 합당을 위해 설득하겠다"며 "호남 민심을 얻는 데 이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의 이런 방침에는 내년 대선에서 적어도 민주당을 적으로 돌리지는 않겠다는 의지가 녹아 있다. 이는 열린우리당을 역포위하는 보수대연합 구상에 따른 것이다.
  
  김성조 전략기획본부장은 이날 "정계개편이 일어난다면 한나라당발 중도보수연합이 될 것이고 그 방향에 따라 주변이 정리되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나라당을 포위하는 정계개편은 맞지도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는 민주당과는 최소한 '정책공조'의 끈을 유지해 정치권 내부의 전선 싸움에서 우위를 점하는 한편, 뉴라이트 등 외곽세력을 끌어들여 보수대연합 구상을 완성한다는 뜻이다. 박근혜 대표가 이날 대구 프린스호텔에서 열린 뉴라이트 대구연합 창립대회에 참석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계개편의 끝은?
  
  결국 여야 각 당이 정기국회 중임에도 불구하고 관심은 온통 정계개편에 쏠려있는 셈이다. 민주노동당 문성현 대표도 이날 "다른 정치세력들의 정계개편 논의에는 관심없다"면서도 "2007년 대선이 3자구도로 간다면 500만 표 이상의 득표를 자신할 수 있다"고 촉각을 세웠다.
  
  하지만 연말은 정계개편이 시작되는 시기일 뿐 그 끝은 알 수 없다. 여야가 대선후보 선출시기를 경쟁적으로 늦추려 하고 있어 내년 대선 코앞까지도 정치지형의 불안정성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의 구상, 한나라당 대권주자들의 균열 가능성 등 숨은 변수들도 다양해 정계개편의 완결편에 대한 예측은 현재로선 무의미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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