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재섭 "한나라-민주 합칠 수 있으면 바람직"

"대선후보 경선제도의 변경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는 21일 최근 거론되고 있는 '한민(한나라당-민주당) 공조'와 관련해 "양당이 합쳐질 수 있으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이날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 참석해 "한나라당은 경상도에서 지지율이 높고 민주당은 호남에서 지지율이 높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그러나 민주당 쪽의 입장이 있는 만큼 일방적 추진은 생각하지 않는다"며 "남북 간에도 교류 협력을 먼저 하는 것처럼, 사학법 등을 통해서 정책연대를 늘려가는 것이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이라고 덧붙였다.
  
  "우린 헤쳐모여 없어, 여당발 정계개편 시도가 걱정"
  
  김무성 의원이 제기한 헤쳐모여식 신당창당에 대해선 "한나라당에서 분규가 일어나 헤쳐모여 하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며 "김 의원처럼 생각하는 것은 바람직스럽지 못하다"고 부정했다. 강 대표는 "외연확대 차원에서 뉴라이트 운동하는 분, 국민중심당과 연대하는 것을 추진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강 대표는 이어 "우리는 내년 대선을 '한나라당 대 열린우리당'으로 치르는 것이 제일 좋다. 그런데 지지율 높은 후보가 없는 열린우리당이 판을 흔들려고 정계개편을 할 것 같아서 걱정이다"라고 덧붙였다.
  
  대선 후보 경선에 오픈 프라이머리 방식을 도입하는 방안에 관해선 "현재 열린우리당이 채택할 것이라고 알려진 오픈 프라이머리는 현행 선거법과 상충되는 점, 300만 명을 투표하게 하는 데 따르는 비용과 조직의 문제, 부정선거 시비 등의 문제점을 많이 갖고 있다"고 부정적인 평가에 강조점을 뒀다.
  
  그는 그러나 "일단 금년 말까지는 경선제도의 변경에 대해서 일체의 논의를 하지 않고, 지금 있는 규정에 의해서 집행을 한다는 입장만 확인하고 있다"며 "내가 상상력이 없는 사람이 아니므로 오픈 프라이머리 등에 대해 여의도 연구소에 연구를 지시해뒀다"고 덧붙였다.
  
  강 대표는 "깨끗하고 실용적인 이미지를 가진 손학규 전 경기도 지사는 얼마든지 강력한 대선후보로 부상할 수 있고, 그가 뜨는 것이 당에 도움이 된다고 본다"고 손 지사의 민심 대장정을 높이 평가하기도 했다.
  
  "보수단체 자발적으로 움직이도록 당이 뒤로 빠져 있었던 것"
  
  강 대표는 이어 전효숙 헌재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 문제와 관련해선 "청와대의 '땜질' 처방을 수용할 수 없으며 기존 입장을 바꿀 생각이 없다" 고 답변했다. 그는 "이 문제로 초기에 우왕좌왕한 것을 죄송하게 생각한다"면서도 "적당히 절충하고 타협하는 것보다 고도의 정치적 중립성을 요구하는 헌재소장 문제는 지켜야 할 가치를 지키기 위해 끝까지 투쟁하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강 대표는 이어 전시작통권 이양 문제와 관련해 기회주의적 행보가 아니었느냐 취지의 질문에 대해선 "한나라당이 먼저 나서서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장외집회를 하고 그랬으면 사회 각계 인사들이 동참하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가 뒤로 빠져 있으면서 자발적 움직임이 일어나도록 지켜보고 있었던 것뿐"이라고 주장했다.
  
  한미간 합의사항인 전작권 환수 문제에 대해 반대를 시도하는 것이 소용이 있겠느냐는 질문에는 "방미단을 통해서 미국 조야에 조속한 반환이 무기를 많이 파는 등 단기적으로는 미국에 이익이 될 것이나 장기적으로는 동북아 정세의 불안을 초래하는 등 미국의 이익에 반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설득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그는 또한 "한나라당도 작통권을 언제까지나 미국에 부여해야 한다는 생각이 아니다"면서 △북한 핵 문제 해결 △비용 △한미연합사 해체 대비방안 △국민적 공감대 형성 등 4대 선결조건이 충족되면 "2015년이라도 가져 올 수 있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강 대표는 작통권 환수 반대를 대선공약으로 내거는 건에 대해서도 "한나라당 대선 후보 모두가 그렇게 할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이어 사학법 문제와 다른 법안의 연계 여부와 관련해 "민생법안과는 연계한 적이 없으며 정치적 법안들과는 연계할 수 있다"고 말했다.
  
  "'타산지석' 발언 대변인 엄중 경고했다."
  
  강 대표는 한편 전날 한나라당 유기준 대변인의 '태국 쿠데타 타산지석' 논평이 불러온 파문에 대해선 "오해를 불러일으킬 발언을 해서는 안된다는 요지의 주의를 주었다"면서도 "취지는 이해를 한다"고 답변했다가, "그것이 주의로 그칠 일인가, 당의 사과나 공식적 입장 표명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재차 받고서는 "엄중 경고 했다"고 한발 더 물러섰다.
  
  전효숙 헌재소장 임명 건에 대한 대처과정에서 강 대표의 리더십 부족이 나타난 것이 아니냐는 지적과 관련해 강 대표는 "신문에 지도부 공격하고 고성도 났다고 해야 국민들이 보고 한나라당 걱정도 하고 충고도 한다. 그래야 지지자와 우군도 생겨난다"면서 "공동묘지 앞의 고요함보다는 시장터의 시끌벅적함이 낫다. (대표가) 자기 주장과 개성을 살리는 것보다 이런 사람들을 잘 엮어 가면서 기관사 노릇을 하면 된다"고 대응했다. 그리고 자신은 "따뜻한 카리스마를 가진 네트워크형 지도자"라고 덧붙였다.
  
  이날 토론회장에는 이런 리더십 논란을 의식한 듯 김형오 원내대표, 전재희 정책위의장, 나경원 대변인, 최구식, 심재철 의원 다수가 참석해 강 대표에게 힘을 실었다. 한편으로 언론인들에게 배정된 좌석도 가득 차서 지난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 초청 토론회 당시 듬성듬성 빈자리가 눈에 띠었던 것과 대조를 이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