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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까지 침묵할 셈이냐"

노동계 "하중근 씨 사망사건, 인권위가 나서야"

"백주대낮에 사람이 죽었는데…. 온 사회의 침묵에 국가인권위도 동조할 셈이냐."
  
  9일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이같은 비판이 쏟아져 나왔다. 국가인권위가 포항지역 건설노조의 파업 과정에서 목숨을 잃은 하중근 씨와 관련해 노동계가 진상조사를 해달라는 진정을 낸 지 20일이 지나도록 조사 결과를 내놓지 않고 있기 때문이었다.
  
  '포항지역 건설노조 파업의 올바른 해결과 건설노동자의 노동기본권 보장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이날 오전 국가인권위 건물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국가인권위의 조속한 진상조사를 촉구했다.
  
  이들이 국가인권위의 역할을 강조하는 것은 현재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가해자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노조측은 하 씨의 사인과 관련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부검 결과를 토대로 소화기 등의 물체에 맞아 사망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하 씨는 지난달 16일 포항에서 열린 집회에서 쓰러져 보름 가까이 뇌사 상태로 있다가 지난달 1일 사망했다.
  
  그러나 경찰은 아직까지 부검 결과를 비롯한 이 사건과 관련한 수사의 발표를 미루고 있다. 이에 경찰이 '버티기' 작전을 쓰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공대위는 수사주체인 경찰이 가해자라면 객관적이고 조속한 수사는 어려울 것이라는 점에서 독립기관인 국가인권위가 진상조사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2005년 전용철, 홍덕표 두 농민이 집회 도중 사망한 뒤 농민들과 경찰이 사인을 놓고 팽팽히 대립할 당시 국가인권위는 진상조사를 통해 논란을 정리한 바 있다. 지난해 12월 국가인권위는 두 농민의 사인이 경찰의 과잉진압에 있다며 농민사망 사건의 수사를 검찰에 의뢰하고 서울경찰청장 등 책임자를 경고 조치할 것을 권고했다.
  
  "진상조사 미루는 것은 인권유린에 대한 방조"
  
  공대위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전용철, 홍덕표 두 농민의 사망사건 이후 허준영 당시 경찰청장이 물러나고 경찰이 '방패에 의한 가격 금지'를 약속한 바 있지만 "노동자들과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경찰의 무차별적인 폭력 행사는 갈수록 도를 더해 왔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용역깡패들의 폭력은 묵인하면서 지난 4월 하이스코 농성장에는 대테러 작전에나 투입되는 경찰특공대를 투입하고 전자총까지 사용했다"며 "이같은 경찰의 야만적인 폭력이 결국 평화집회에 참여한 비정규직 노동자를 백주대낮에 방패로 찍어 죽이기에 이르게 됐다"고 비판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하 씨가 쓰러진 다음날인 17일 노동계에서 국가인권위에 진상조사를 촉구했음에도 불구하고 20일이 넘도록 인권위가 침묵하고 있는 데 대해 분통을 터뜨렸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국가인권위가 조속한 진상조사를 통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이는 인권위의 의무 해태이며 인권유린에 대한 방조"라고 비판했다.
  
  이같은 비판에 대해 국가인권위의 담당 조사관은 "국가인권위도 경찰의 수사 자료와 국과수 부검 결과 등의 관련 자료를 모으며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조사관은 그러나 "경찰에서 수사 중인 사건은 원칙적으로는 국가인권위가 관여 못하게 돼 있다"며 "다만 공권력 등의 폭행의 경우 예외조항에 따라 개입이 가능한데 하중근 씨의 사망사건이 이 조항에 해당되는 것으로 볼 수 있는지는 다소 논란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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