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농민대회 도중 경찰의 과잉진압에 의해 머리에 부상을 입고 숨진 전용철 씨의 형인 전용식 씨가 17일 서울 광화문 열린광장의 포항건설노조 농성장에 찾아와 "다시는 내 동생과 같은 불행한 죽음이 생기지 않을 줄 알았는데, 똑같은 일이 벌어지다니 너무 억울하다"며 이와 같이 말했다.
전 씨는 "내 동생이 머리를 맞아 죽었는데, 하중근 씨도 똑같은 자리를 맞았다고 한다"며 "한 번 실수는 용서할 수 있지만, 똑같은 실수가 반복되는 것은 의도적인 살인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전 씨는 이어 "내 동생의 죽음을 밝히는 데 40일이 걸렸다"며 "하중근 씨가 죽은지 17일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도와주지 않고 있다"고 울먹였다.
전 씨는 "잘 살게 해달라고 대통령을 뽑은 건데 경찰을 앞세워 사람을 죽이고 있다"며 "하중근 씨 죽음의 원인을 꼭 밝혀내야 한다. '자고 일어나면 내 일이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국민 여러분이 도와줘야 한다"고 말했다.
고 전용철 씨는 충남 보령군 농민회 주교면 지회장으로 지난해 11월 15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전국농민대회에 참석했다가 머리에 부상을 입고 귀가 했으나 뇌출혈로 인해 사흘만에 사망했다.
당시 경찰은 "전 씨가 귀가하던 도중 집 근처에서 넘어진 것 같다"고 책임을 회피했다. 그러나 같은 달 27일 농민대회 사진에서 쓰러진 채 후송되는 전 씨의 사진이 발견됐고, 그 다음 달 18일엔 역시 농민대회에 참가했다 목 부상을 당해 전신마비가 됐던 홍덕표 씨가 합병증으로 사망했다.
이후 국가인권위원회가 진상조사에 나서 "경찰의 과잉진압의 의한 사망"이라고 결론내렸다. 이에 노무현 대통령이 직접 사과를 했으며, 허준영 당시 경찰청장이 사퇴하기도 했다. 현장의 진압 책임자였던 이종우 당시 서울지방경찰청 기동단장은 직위해제 징계를 받았으나 지난 5월 강원경찰청 차장으로 현업에 복귀했다.
노조·시민사회단체 대표들, "노무현 대통령 사과" 요구하며 노숙농성 돌입
한편 집회 중 입은 부상으로 숨진 포항건설노동자 하중근 씨 사건에 대해 경찰이 사건 발생 한 달이 넘도록 수사 결과를 내놓지 않고 있어 노동계의 반발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민주노총, 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 민변 노동위원회,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등으로 구성된 '포항건설노조 파업의 올바른 해결과 건설노동자의 노동권 보장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포항 공대위)'는 '경찰 책임자 처벌', '노무현 대통령의 사과' 등을 요구하며 서울 광화문 열린광장에서 17일부터 무기한 농성에 돌입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노가다'라는 이름으로 온갖 멸시와 억압 속에서도 '노동자'라는 자부심으로 구슬땀을 흘리며 노동하던 하중근 씨가 공권력에 의해 죽임을 당했다"며 "노무현 정부의 노동탄압이 극단으로 치달으며 결국 노동자를 살해하는 살인폭력 정권이 됐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해 농민을 두 명이나 죽이고도 반성은커녕 더욱 악랄한 폭력으로 노동자, 농민의 요구를 무시하고 있으며, 급진적인 신자유주의 노동정책으로 860만의 비정규 노동자들을 양산해 양극화 문제를 야기시키고 한미 FTA 체결로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완성하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오전 11시께 포항건설노조원 250여 명은 '연행자 석방'을 요구하며 서울역에서 경찰청까지 가두행진을 벌이기도 했다. 이에 앞서 지난 16일에는 서울 을지로 도심에서 포항건설노조원 1000여 명이 도로를 점거하고 집회를 벌이다 750여 명이 경찰에 연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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