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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한나라 '박근혜 피습사건' 즐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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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한나라 '박근혜 피습사건' 즐기나

[기자의 눈]한나라 '욕심'과 우리당 '잔꾀'의 공모

아무래도 정상적인 선거가 어려울 것 같다.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의 피습사건 이후 정치권이 만들어가는 분위기를 보면 이런 우려가 짐작에 그치지 않는다. 정상적인 테마를 잃어버린 선거는 그 의미에 대한 평가도 방해받기 마련이다. 평가가 두려운 이들에게 비정상적 돌출 변수는 그래서 싫지 않은 법이다. '핑계거리'가 생기기 때문이다.
  
  우리당, 박근혜 사건 '때문에' 어렵다?
  
  23일 언론은 일제히 박근혜 대표 피습 사건 이후 달라진 여론 변화를 보도했다. 한나라당 지지율의 상승과 열린우리당 지지율의 하락, 한나라당 후보들의 전국적인 강세 현상이 골자다. 일부 언론에선 박근혜 대표 피습사건 변수로 인해 한나라당의 '싹쓸이'를 전망하기도 했다.
  
  열린우리당은 기다렸다는 듯이 구체적인 수치를 들이밀며 동정을 호소했다. 우상호 대변인은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한나라당이 기초단체장 197곳을 공천했는데 이 중 160여 곳이 당선될 판이고 우리당이 우세한 곳은 22곳뿐"이라며 "이대로라면 어마어마한 결과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냉정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피습 사건이 일어나기 전에도 한나라당의 압승, 열린우리당의 완패는 예견된 흐름으로 굳어 있었다.(<프레시안> 5월19일자 '우리당 사상 최악의 선거참패 초읽기' 기사 참조) 열린우리당이 인용한 여론의 현상은 박 대표 피습사건과 무관하게 이미 드러난 확연한 흐름이었다는 것이다.
  
  원인은 노무현 정부와 열린우리당이 지나온 집권기에 보여준 '무능'에 대한 냉혹한 평가로밖에 설명되지 않았다. 따라서 박 대표 피습사건은 이런 추세를 고착화시킨 '쐐기 효과'일지언정 본령은 아니라고 보는 것이 옳다.
  
  민심의 평가 외면하려는 면피용 획책
  
  열린우리당은 여론조사 결과와 함께 "박근혜 대표 피습 사건 이후 우리당은 선거운동 자체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앓는 소리를 했다. 정동영 의장은 "싹쓸이만은 막아달라"고 극단적인 위기감을 조성하며 '견제론'을 호소했다.
  
  열린우리당이 박 대표 피습 사건을 의도적으로 부각시키는 이유는 자명하다. 지난 4.15 총선 당시 박근혜 대표가 눈물까지 흘리며 견제론을 읍소한 끝에 대참패의 절벽에서 한나라당을 구해낸 것처럼 열린우리당도 여권 지지층의 역결집을 모색해보겠다는 것이다.
  
  호소를 가장한 대국민 협박처럼 들리기도 하지만 이는 '선거전략 차원'으로 봐줄만 하다. 그러나 반드시 경계해야 하는 대목은 이 사건이 부각될수록 정부여당의 무능과 실정에 대한 평가를 축으로 진행된 이번 선거의 기본 성격이 희석되고 만다는 점이다. 우리당이 견제론을 내세우는 사이 최근 며칠 생색을 내던 '무능에 대한 반성론'이 슬그머니 사라진 점은 눈여겨볼만하다.
  
  이는 여권이 그동안의 모든 잘못을 피해나갈 수 있는 구실로 활용될 수 있다. 지금대로라면 선거 뒤에 "박근혜 피습사건 때문에 선거에서 졌다"는 식의 면피용 획책이 나오지 말란 법이 없다. 오랜 시간 누적된 평가인 '민심'을 단기간의 이슈에 반응하는 '여론'으로 바꿔치기해 냉정한 평가를 스스로 외면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한나라, 당대표 불행 앞에 주판알?
  
  역설적인 대목은 한나라당이 여권의 이런 의도가 먹혀들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나라당은 이번 사건을 '박근혜 대표 살해 의도 정치테러'라고 규정하며 여권과의 전면전으로 몰아가고 있다. 지방선거에만 국한시켜보면 정부여당에 대한 전국적인 민심 이반의 반사이익으로 '지갑'을 줍기 직전이던 한나라당은 이번 일로 '이삭줍기'까지 독점하겠다는 욕심을 내고 있는 것이다.
  
  병상의 박근혜 대표가 가장 관심을 기울였다는 대전 선거, 그리고 제주도 선거가 주목받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한발 나아가면 대정부투쟁을 방불케 하는 한나라당의 강경공세에선 내년 대선까지 겨냥해 여권을 그야말로 초전박살 내겠다는 결기까지 느껴진다. 이재오 원내대표는 "이 모든 일의 책임이 노무현 대통령에게 있다"고 정치적 단정을 지은 대목이 이를 여실히 보여준다.
  
  하지만 박 대표 피습사건을 빌미 삼은 한나라당의 이런 기도 역시 이번 선거를 관통하는 한 지류였던 '부패한 보수에 대한 심판'의 성격을 삼켜버리는 효과를 낸다. 이번에도 여지없이 반복된 한나라당의 돈 관련 각종 공천 비리와 성추행 등은 이제 더없이 별 볼일 없는 이슈가 돼버렸다.
  
  5.31 선거는 '부패'와 '무능'에 대한 심판
  
  전국단위 선거가 돌발 변수에 휘말려 치러진 뒤의 후유증을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찬성이냐 반대냐가 사실상 유일한 기준으로 치러진 지난 4.15 총선은 반면교사다.
  
  지금의 여당이 실력에 맞지 않는 덩치를 가누지 못하고 헛주먹만 날려온 것이 지난 2년이다. 자아도취와 오만에 빠진 여당으로부터 유권자들은 기대를 배신으로 되돌려 받았다. 그 사이 별로 한 일 없는 한나라당이 숱한 부패에도 불구하고 당 지지율이 40%를 넘는 기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또다시 정치권이 조장하는 여론몰이로 선거가 치러져 심판의 기회를 상실할 경우 향후 4년간 지방행정에서 벌어질 각종 후유증은 고스란히 유권자 몫으로 돌아온다.
  
  많은 사람들이 이번 지방선거를 쟁점도 없고, 재미도 없는 선거라고 했다. 이른바 '무능세력'과 '부패세력'의 대결구도 속에 선택을 강요받는 유권자들의 입장에선 더더욱 그러했다. 하지만 최소한 이는 정상성에서는 벗어나지 않아 민심의 평가를 정치권에 되돌려줄 수 있었다.
  
  지금 여야 정치권은 그런 평가를 피해가겠다는 심산이다. 한나라당의 '욕심'과 열린우리당의 '잔꾀'가 유권자들을 눈속임하며 공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야당 대표에 대한 물리적 가해 사건을 계기로 '퇴행' 징후를 보이고 있는 여야 정치권 모두에게 아주 단순하고도 명쾌한 사실 한가지만은 분명히 각인시켜야 할 것 같다. 이번 5.31 선거는 무능과 부패에 대한 심판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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