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지도부가 지방선거 '패인 찾기'에 골몰한 모습이다. 가뜩이나 어려운 선거에 박근혜 대표 피습 사건으로 선거 전망이 더욱 어두워진 것이 객관적 현실. 그러나 선거를 이끄는 지도부에서 패배적인 발언이 나오고 있는 것은 '선거 이후'의 책임론을 대비한 포석으로 해석될 법도 하다.
與 지도부, 패배예견적 발언 잇따라
정동영 의장은 22일 중앙선대위원장 회의에서 "솔직히 이번 5.31 지방선거를 치르기가 더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그는 "시작부터 어려운 가운데 시작했지만, 상황이 더 어려워진 것이 사실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럴 때일수록 중심을 잡고 흔들리지 않도록 본부장을 중심으로 선거대책에 만전을 기했으면 한다"고 당부했음에도 무게중심은 '독려'보다는 '암울한 선거전망'에 맞춰져 있었다.
김한길 원내대표 역시 "박 대표에 대한 피습 사건은 우리 정치에 불행한 일이고 5월 지방선거에도 불행한 일이며 열린우리당에게도 불행한 일이다"고 말했다. 그는 "남은 선거운동 기간 동안 차분하지만 성실하게 선거운동에 임해서 5월 지방선거가 제대로 매듭지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회의결과 브리핑에서 우상호 대변인은 "회의 중에 '솔직히 어렵지만 절망적 상황에서 의지를 다진 이순신 장군처럼 다시 일어나자'는 이야기도 나왔고 '이러다가 전국을 한나라당이 싹쓸이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지만 최선을 다해 그것만은 막자는 다짐도 있었다"고 전했다. 비공개 회의에서 오간 논의가 무엇이었는지를 짐작케 하는 전언이다.
박근혜 대표 피습사건이 발생하기 전에도 정동영 의장은 성추행 및 각종 공천비리 사건에도 불구하고 떨어지지 않는 한나라당의 지지율에 대해 "마술에 걸린 것 같다"고 푸념하며 패배 예견적인 발언을 했다.
그러면서 정 의장이 들고 나온 것이 이른바 '회초리론'이었다. "당의장인 내가 종아리를 걷고 매를 맞겠다. 그러나 자식인 열린우리당에 대한 애정은 식지 않고 있음을 믿는다"며 각급 후보들에 대한 평가를 호소했던 것.
강금실 "무얼 잘못했는지 반성해야"
하지만 맥없이 무너지는 이런 상황이 왜 초래됐는지에 대해선 진실한 반성이 결여돼 있다는 지적이 동시에 제기됐었다.
강금실 서울시장 후보가 22일 정면으로 이를 지적했다. 그는 이날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 에 출연해 "잘못했다는 말은 있지만 무엇을 잘못한 것인지에 대해서 스스로 분석하고 반성을 해야 한다"고 정 의장의 아픈 곳을 찔렀다. 강 후보는 정 의장의 회초리론을 반박하며 이같이 말했다.
강 후보는 특히 "지금 2월 전당대회 끝나고 이번 선거기간까지 (당에서) 한 게 뭐가 있는가. 국민이 열린우리당을 미워하는 원인이 어디 있는지 이런 것에 대해서 좀더 반성하고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후보는 또한 "정치개혁도 하고 민주주의도 했지만 열린우리당과 참여정부가 적으로 사람을 구분하는 것이 아니라 민주주주의적 포용력을 보여주지 못했다"면서 정부여당에 대한 불만을 숨기지 않았다.
강 후보는 이어 박근혜 대표 피습 사건 이후 "여야를 막론하고 바로 정치적인 해석들이 나오고 한편에서는 그것을 무슨 세력 결집처럼 끌고 가려는 시도가 있다"면서 "정치가 이런 식으로 가는 것에 대해 정말로 분노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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