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행정부는 7000억 달러의 구제금융안을 의회에 제출했으나, 민주당이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대책이 빠져있다며 수정안을 내놓고 공화당과 잠정 합의를 했지만, 25일(현지시간) 정부와 정치권 지도자들이 만난 회동에서 절충에 실패했다. 의회 회기 마지막 날인 26일에도 합의가 불투명한 상태다.
현재의 위기상황은 반드시 어떤 대책이 나와야 한다는 것에는 정치권에서도 인식을 같이 한다면서도. 책임있는 대책을 내놓는 것은 회피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이날 미국 역사상 최대의 은행 파산으로 기록될 미국 최대의 저축대부조합 워싱턴뮤추얼의 처분 소식까지 나와 시장의 우려는 더욱 증폭되고 있다.
이때문에 재무부의 7000억 달러 구제금융은 '월가 금융업체들의 쓰레기 같은 부실자산을 비싸게 사주는 것"이라면서 맹비난을 해온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조차 "의회가 초당적인 대책은 내놓아야 할 게 아니냐"며 개탄했다.
26일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Where Are the Grown-Ups?'라는 칼럼(원문보기)에서 크루그먼 교수는 "납세자의 돈으로 금융산업을 구제해야 한다는 발상에 좌파건 우파건 분노하고 있는 것은 당연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진지한 대안이 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대공황같은 인출 사태 빚어질 만한 사태"
그는 현 상황은 가만히 있으면 월가가 붕괴되며, 메인스트리트도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태로 진단했다. 거의 모든 금융기관들이 대출을 거부하고 현금 확보에 혈안이 되어 있는데, 이런 정도의 신뢰 위기는 많은 경제학자들이 1930년대 대공황의 인출 사태를 우려할 정도라는 것이다.
실제로 워싱턴뮤추얼은 지난 15일부터 인출사태가 시작돼 167억달러가 순유출되면서 지급불능 상태에 빠져 JP모건에 단돈 19억달러에 넘어갔다.(☞관련기사:워싱턴뮤추얼,JP모건에 인수)
의회가 재무부가 제출한 방안에 반발하는 가장 큰 이유는 7000억 달러의 막대한 비용을 요구하면서 사후에 정책에 대한 면죄부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헨리 폴슨 재무부 장관은 골드만삭스 CEO 출신으로 금융위기 사태의 원인을 제공하고, 위기가 본격화된 이후에도 늑장대응과 석연치 않은 일처리로 많은 질타를 받는 인물이다.(☞관련기사:"폴슨, 누구냐 넌...")
이때문에 크루그먼 교수는 "금융산업에 대한 거대한 복지프로그램에 불과한 계획을 금융위기 대책이라고 내놓은 폴슨은 우리가 필요로 하는 어른이 아니다"면서 "하지만 의회 지도자들은 어론의 역할을 할 준비와 능력이 있는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크루그먼 교수가 '재무부 방안보다는 한층 어른스러운 대책'이라고 평가한 의회의 잠정 합의안에 따르면, 금융권의 부실 채권을 매입하기 위해 7000억 달러를 한꺼번에 승인하는 것은 위험 부담이 크다는 이유로 2500억달러를 즉시 투입하고 필요할 경우 1000억달러를 추가로 집행할 수 있도록 했으며, 나머지 3500억달러는 의회 승인을 다시 받는 절차를 거치도록 했다.
또 구제금융 대상이 된 금융회사의 경영진에 대해서는 이른바 '황금 낙하산' 등 과도한 보수 지급을 제한하고 차압 위기에 처한 주택소유자도 구제금융 제공 대상에 포함하기로 했다.
공화당의 '수상한' 대안 제시 의도
하지만 공화당의 의회 지도자들은 이 수정안에 대해 백악관 회동에서 예상치 못한 대안을 제시했다. 공적자금 투입으로 부실 자산을 인수할 경우 국민 세금을 축낼 우려가 있다면서 정부가 부실 자산에 대한 보증을 서고 월가 금융기관 등이 이를 인수하는 '보증펀드 설립'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보증펀드에 대해서는 세금감면 혜택을 부여하고 투자 관련 규제를 완화해 자금유치를 원활하게 한다는 게 공화당의 구상이다.
하지만 이 방안은 금융기관들의 참여를 이끌어 내기 어려운 것으로 잠정 합의안을 깨기 위한 의도로 나온 것이 아니냐는 민주당의 반발을 사고 있다.
민주당은 공화당이 내놓은 대안은 '매케인 구제법안'이라면서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공화당이 26일 밤에 예정된 제1차 TV토론에 부담을 느낀 매케인을 구하기 위해 법안 처리를 지연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매케인 캠프는 지난 24일 구제금융안의 검증과 처리를 위해 TV 토론을 연기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나아가 크루그먼은 공화당의 대선후보 존 매케인 상원의원을 잠정합의안을 망치려 드는 인물로 지목했다.(☞관련기사:美금융위기와 매케인의 초절정 변신)
매케인은 이번 주 초, 3페이지짜리인 재무부의 방안에 대해 지지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읽을 시간이 없었다"는 무성의한 태도를 보였다. 그러면서도 매케인은 의회가 합의한 방안에 대해 정부와 정치권이 초당적 논의를 하자며 백악관 회의를 고집했는데 정작 회의 중 발언도 거의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크루그먼은 "이번 위기 극복을 도울 뭔가를 하려는 어른이 의회에 몇 명 있기는 한데, 아직 책임질 자세는 되어 있지 않다"고 꼬집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