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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지몰린 매케인 "TV 토론 연기하자" 승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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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지몰린 매케인 "TV 토론 연기하자" 승부수

구제금융에 여론-의회 반발 커 표심잡기 미지수

미 공화당의 대선 후보인 존 매케인 상원의원이 승부수를 던졌다. 매케인 의원은 24일 금융위기 사태의 해결을 위해 선거운동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하고, 26일로 예정된 대선 토론회도 연기하자고 민주당 후보인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에 제안했다.

매케인의 이같은 결정은 월스트리트를 휩쓸고 있는 금융위기가 공화당 행정부에 대한 불신으로 직결되면서 여당 후보인 자신이 궁지에 몰린 상황을 타계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워싱턴포스트>와 <ABC> 뉴스가 발표한 전국 단위 지지도 조사 결과 오바마와 매케인은 각각 52%와 43%의 지지를 받았다. 지난 22일 <CNN>이 발표했던 여론조사를 시작으로 오바마가 과반을 차지하는 결과가 속속 발표되고 있는 상황이다.

<로이터> 통신은 TV 토론 연기 제안에 대해 매케인이 새라 페일린 알래스카 주지사를 부통령 러닝메이트로 선택한 것, 크리스토퍼 콕스 미 증권거래위원장의 해임을 요구한 것에 이은 세 번째 '충격 요법'이라고 평했다.
▲ 공화당의 존 매케인 상원의원 ⓒ로이터=뉴시스

민주당, 매케인 '정치쇼' 견제

뉴욕에 머물고 있는 매케인은 이날 "내일(25일) 아침 TV 광고와 선거자금 모금 등 선거운동을 중단하고 워싱턴으로 돌아갈 것"이라며 오바마 후보와 대통령 토론위원회 측에 자신의 결정(토론회 연기)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매케인은 현 의회가 7000억 달러의 구제금융안을 통과시키지 않을 것이라면서, 조지 부시 대통령에게 현 위기사태 해결을 위해 자신과 오바마를 포함한 상하 양원 지도자 회의를 개최할 것도 촉구했다. 그는 "우리는 공화당원과 민주당원이 아닌 미국인으로써 위기가 해결될 때까지 만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월요일(29일) 시장이 열리기 전에 우리는 금융시장을 안정시키고 납세자와 주택소유자들을 보호할 수 있는, 그래서 미국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입법안에 대한 합의를 이뤄낼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면서 "이를 위해 우리가 해야만 하는 것은 정치를 잠시 한쪽에 밀어 놓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오바마 후보 측은 부시 대통령 및 매케인 후보 등과 만나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찬성하면서도 토론 연기는 즉각 거부했다.

오바마는 이날 플로리다 주 클리어워터에서 긴급 회견을 열어 "우리는 토론을 계속 가져야 한다고 믿는다"면서 "지금 미국인들은 정확히 40일 후에 이 혼돈을 수습해야할 사람으로부터 얘기를 듣고 싶어 한다"고 말해 토론 연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민주당은 불리해진 매케인이 쇼를 하고 있다는 눈길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매케인은 'CBS 이브닝 뉴스'에 출연해 미국의 금융 상황이 '불길하다(dire)'며 "정치에 신경 쓸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한 고위 참모는 매케인이 월스트리트 투자 전문가인 워렌 버핏에게 전화를 걸었고, 금융구제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미국 경제가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국민-의회 여론 불리…매케인에 '수렁' 될 수도

매케인이 TV 토론 연기를 제안할 정도로 급박한 처지에 놓은 것은 미국인 절반 이상이 금융기관을 살리기 위한 공적자금 투입에 반대하는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24일 <로스앤젤레스타임스>와 <블룸버그>통신이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민간금융기관에 공적자금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 응답자의 55%가 반대했다. 찬성은 31%, 모르겠다고 응답한 사람은 14%였다.

또한 금융기관에 대한 정부의 규제 부족이 이번 위기를 불러온 한 요인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62%가 동의했고 24%가 동의하지 않았다. 오바마와 매케인 중 차기 대통령으로서 금융위기를 더 잘 극복할 수 있는 적임자를 꼽으라는 설문에 48%는 오바마를 선택했고 35%가 매케인 후보를 골랐다.

부시 행정부가 강력히 추진하고 매케인 역시 찬성하고 있는 구제금융 법안에 대한 여론의 반발이 크고, 금융위기에 대한 공화당 책임론이 비등한 상황에서 매케인은 공적자금 투입에 올인하는 것만이 최선의 선거운동이라고 인식하는 것으로 보인다.

미 의회는 현재 행정부가 대규모 공적자금을 투입해 시장을 정상화하겠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정치적인 책임이 없는 임명직 재무부 장관 한 사람에게 공적자금을 백지수표 형식으로 퍼주는 것에는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민주당뿐만 아니라 공화당 일부 의원들도 같은 견해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의원들은 공적자금 집행과정에서 투명성과 원칙 그리고 책임을 명확하게 규정해야 한다며 처리에 뜸을 들이고 있다.

특히 다수당인 민주당의 하원의원들은 공적자금 투입 금융기관의 경영자에 대한 보상 제한, 부실화된 모기지의 대출 조건 조정 허용, 구제금융 담당 판사들에 대한 대출조건 조정 재량권 부여 등을 주장하며 정부안을 보완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민주당은 나아가 공적자금 규모를 1500억~2000억 달러 수준으로 삭감해 투입한 후, 추가로 필요한 금액에 대해서는 의회의 승인을 한 번 더 받도록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여론과 의회의 반발이 만만찮은 상황에서 매케인이 선거운동 중단 선언을 하면서까지 상황을 돌파하려는 것은 오히려 매케인에게 돌이킬 수 없는 수렁이 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부시, '경기침체' 들먹이며 대국민 압박

한편 부시 대통령은 이날 "미국은 현재 심각한 금융위기에 처해 있다"면서 더욱 심각한 위기가 초래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7000억 달러의 구제금융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저녁(미 동부시간) 미 전역으로 생중계된 TV연설을 통해 현재 미국이 '비정상적인 상황'에 처했다고 규정하고, 연방정부가 대규모 구제금융 결정을 하게 된 배경에 대한 국민의 이해를 구하는 동시에 의회의 초당적 처리를 촉구했다.

부시 대통령은 "시장은 제대로 기능하지 않고, 신뢰가 광범위하게 무너지고 있으며, (경제의) 주요부문이 위기에 처해 있다"고 진단하고 "따라서 우리는 더 많은 은행이 무너지고 미국의 경제가 침체(recession)에 빠지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구제금융의 목표는 부실자산을 정부가 사들여 (시장에) 자금이 다시 돌게 하고, 경제를 다시 일어서게 하려는 것"이라며 "잘못된 결정을 한 회사는 퇴출해야 한다는 게 평소의 생각이지만 지금은 정상적인 상황이 아닌 만큼 구제금융을 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금융위기에 이르게 한 허술한 규제구조를 재점검할 시간은 나중에 충분히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규제 강화는 구제금융을 실시한 후에야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부시는 또 금융위기 사태 해결을 위해 매케인과 오바마 후보를 비롯해 양당의 의회 지도자들에게 25일 백악관에서 회담을 갖자고 제의했다고 밝혔다.

백악관에서 회의가 열리고 모종의 합의가 도출된다면 26일로 예정된 대선후보 1차 토론회는 애초 계획대로 치러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토론회를 주관하는 옥스포드의 미시시피 대학도 "토론회의 장소나 시간과 관련해 어떤 변경 통보도 받지 못했다"면서 "예정대로 준비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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