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시작된 지 벌써 15일이 되었습니다. 동료 여러분들은 어떻게 지내는지 참으로 궁금합니다. 동료들과 헤어진지도 벌써 2년 반입니다. 아니 어쩌면 동료들과 헤어진 지 3년이라고 해야 맞을 것 같습니다. 노동조합 설립 후 회사의 집요한 감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어서 동료들은 우리 근처에 오는 것도 무서워서 얼굴을 봐도 못 본채 말을 붙일 수 없어서 말을 하지도 못한 것 까지 친다면 3년하고도 1개월입니다.
아무것도 모르고 순수한 주부들과 미혼인 여성들이 헌법에도 보장되어 있는 노동조합 설립한 것이 무슨 큰 죄를 지은 것처럼 시커먼 양복 입은 사내들 틈에서 감시당하면서 계산업무를 했던 일들. 시커먼 양복 입은 사내들에 둘러싸여 계산하다가 너무도 서러워서 눈물을 흘린다는 이유로 계산대에서 사지가 들려서 나왔던 지금도 내 곁에 있는 우리 동지. 어디로 가는지도 몰라 두려워서 이러다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던 나의 동지. 또한 사투리를 써가면서 "나는 노동조합 가입도 하지 않았는데 왜 나한테 탈퇴서를 드밀며 쓰라고 하노."라고 하면서 "내 죽어도 안 쓸끼다. 얄미워서 더 안 쓸끼다."라고 했던 나의 동료. 그래도 끝내는 회사의 집요함에 못 이겨 할 수 없이 노동조합 탈퇴서를 쓰고 말았다던 나의 동료. 3년의 세월동안 벌어졌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갑니다.
오늘은 정말 기쁜 날입니다. 무자비하게 노조를 말살하기위해 신세계 이마트는 저희들을 정직 3개월, 복직, 또 다시 해고, 느닷없던 복직 통보, 복직된 지 5일 만에 계약만료를 시켰지만 저희는 오늘 서울지방법원의 판결에서 승리했다는 소식을 당당하게 동료들에게 전해주고 자축하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신세계 이마트는 무기계약으로 동료들을 정규직 아닌 정규직으로 선심 쓰듯 해주었지만 열악한 근로조건이 개선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너무 오래서서 일을 하여 다리에 정맥이 튀어나오는 분들도 있을 것이고 어깨가 아파서 근골격계 질환이 걸린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3년만 기다리십시오. 저희는 신세계 이마트가 서울지방법원의 판결을 따르지 않고 항소할 지라도 고등법원, 아니 대법원까지 꼭 승리하여 당당하게 이마트에 복직할 것이고 복직하고 보란 듯이 노동조합을 인정하게 만들어서 동료들의 열악한 근로조건을 개선해 나갈 것입니다. 더럽고 치사하면 그만두면 되지 라는 생각을 하면서 자기의 권리도 못 찾는 노예근성은 버리시고 언제나 당당하게 일하는 근로자가 되어주시길 바라면서 신세계 이마트에 민주노조의 깃발을 꼽고 당당하게 복직하는 그날을 기약하면서 건강하게 잘 지내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이 자리에 계신 저의 상사들 박수동 점장님, 엄범식 팀장님. 삼성의 김용철 변호사처럼 되라는 말은 못하지만 적어도 무엇이 옳고 그런지에 대한 판단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신들도 한 가정의 가장이고 아버지일 것인데 이제라도 진실을 말해 주십시오. 더 이상 부끄러운 아버지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언제나 선봉에서 노조를 탄압했고 지금도 변함없이 이 자리에서 문화제를 지켜보고 있는 윤OO 씨. 죄는 죄대로 간다라는 진리를 생각하시고 더 이상 죄짓지 마시고 착하게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2008년 1월 15일
공공서비스 노조 경기일반지부 신세계 이마트 분회장과 조합원
최옥화
기 획 : 박사야
영상취재 : 최진훈
편 집 : 최진훈
제 작 : 인디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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