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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핵실험 능력은 확실…정치적 선택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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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핵실험 능력은 확실…정치적 선택에 달렸다"

[인터뷰] 재미 핵과학자 강정민 박사의 전망

북한 외무성이 3일 성명을 통해 핵실험을 하겠다고 천명하면서 실제로 북한이 핵실험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핵공학 전문가 강정민 박사는 4일 "작동 가능한 기폭장치와 5~6kg 정도의 플루토늄만 있으면 핵폭발이 일어난 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입증된 사실"이라며 북한의 핵실험 능력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핵실험은 '핵무기 여분 있다'는 뜻"

미국의 핵·안보 문제 전문기관인 스탠포드대 국제안보협력센터(CISAC) 객원연구원으로 일하며 북한 핵에 대한 기술적 사항을 가장 가까이서 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강 박사는 이날 <프레시안>과의 전화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고 "정부는 북한이 핵실험을 할 것이라는 가정 하에 정책을 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강정민 박사 ⓒ프레시안

강 박사는 "그간 핵실험을 실패한 나라는 없었기 때문에 북한의 핵실험은 전적으로 정치적인 선택의 문제"라며 "미국이 11월 중까지 제대로 된 교섭안을 내놓지 않으면 감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북한이 1~2개의 핵무기를 보유했다고 평가됐던 과거의 시점에서는 핵실험을 한 후 여분이 없을 수 있기 때문에 할 수가 없었다"며 "그러나 실제 핵실험을 한다면 여분이 있다는 것, 즉 최소한 7~8개 정도의 핵무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 박사가 객원연구원으로 있는 CISAC는 윌리엄 페리 전 미 국방부장관을 비롯해, 북한 영변 핵시설을 직접 방문한 바 있는 식 해커 박사와 존 루이스 박사 등이 연구 활동을 벌이는 곳으로 북한 핵문제에 대한 미 정부 및 민간연구기관의 정보가 총집결되는 곳으로 유명하다.

원자핵 공학박사인 강 박사는 국내에서도 손꼽히는 핵정책 전문가다. 도쿄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뒤 미 프린스턴대 핵무기비확산연구센터의 연구원을 역임했다. 그 후 미 노틸러스 연구소 등과 수 년간 북한의 전력 정책에 대한 공동연구를 수행했고, 국내에서는 평화협력원 연구위원으로 일했다.

다음은 강 박사와의 인터뷰 전문이다.

"길주는 아닐 것…개마고원 지역이 유력"

- 북한의 핵실험은 어떤 방식으로 이뤄질까.

"지하 핵실험을 할 수밖에 없는데, 수평갱도를 파서 할 것이다. 한국의 언론들은 수직갱도를 많이 얘기 하는데, 북한에는 지름 2~3미터 되는 터널을 지하 300m까지 수직으로 팔 수 있는 굴착 기계가 없다. 따라서 산기슭에서 수평으로 갱도를 파고 들어간 뒤 그 속에서 실험을 할 것이다."

- 어느 지역이 유력하다고 보나.

"함경북도 길주라는 보도가 많이 나오는데 길주 주변에는 공업지역이 많아 가능성이 높지 않다. 오히려 양강도의 개마고원 부근이 가장 가능성이 높다. 그곳은 산세도 험하고 인구밀도도 낮아서 '안전성이 철저히 담보된 핵실험'이라는 북한의 성명에 부합하는 지역이다."

- 핵실험을 사전에 탐지할 수 있나.

"어느 장소에서 핵실험을 하더라도 관련 장비와 인력의 움직임이 눈에 띌 수 있기 때문에 징후를 포착할 수는 있다. 그러나 실험 자체의 시점을 탐지하는 것은 어렵다."

- 북한이 현재까지 확보한 플루토늄의 양은 어느 정도로 보고 있나.

"최대 43±10kg 정도라는 게 미국에 있는 거의 모든 전문가들의 통설이다. 이는 내가 있는 스탠포드대학 국제안보협력센터의 유명한 핵 과학자인 식 해커 박사가 미국 워싱턴의 핵 감시기구인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의 자료를 수정해서 얻어낸 수치다. 그러나 북미간의 논란이 되고 있는 우라늄 농축은 만약 농축을 했다고 하더라도 아직은 무기를 만들 정도의 수준은 아닐 것이다."

- 핵실험을 하려면 기폭장치가 있어서 고온고압의 에너지를 공급해야 하는데 북한이 갖고 있는 기폭장치의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북한은 기폭장치의 정상적인 작동을 위해 고폭실험을 100회 이상 실시해 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따라서 조잡한 수준의 핵무기 기폭장치 개발은 이미 성공했다고 본다. 따라서 5~6kg 정도의 플루토늄만 있으면 최소한 TNT 1000톤 이상되는 폭발 규모의 핵폭발이 일어난 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입증됐다. '조잡한 수준'이라고 하면 일부에서는 2차 대전 당시의 수준으로 생각하는데 그건 아니다. 당시에는 화약을 굉장히 많이 썼는데, 북한은 적은 양의 화약으로도 그 정도 폭발력을 가질 수 있는 기폭장치를 가졌다."

- 과거 <프레시안> 기고 등에서 '핵실험 여부가 핵보유 여부를 판단하는 결정적 증거가 아니다. 실험을 안 하더라도 핵무기를 가졌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고 했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

"지금까지 작동 가능한 기폭장치를 갖고 있으면서 핵실험에서 실패한 나라는 하나도 없었다. 그건 내 주장이 아니라 미국 프린스턴 대학의 유명한 핵 과학자인 프랭크 반 히펠 박사가 한 말이고 실제로 그랬다. 기폭장치를 터뜨리면 최소한의 폭발력이 나오기 때문에 핵실험은 실패할 수가 없다. 북한의 경우도 실험의 시점은 전적으로 정치적인 선택의 문제지 기술 보유 여부는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는다."

"중국과 한국 미적대면 안 된다"

- 북한이 핵실험을 하게 되면 그 의미는 무엇인가.

"1~2개의 핵무기를 보유했다고 평가됐던 과거의 시점에서는 핵실험을 한 후 여분이 없을 수 있기 때문에 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실제 핵실험을 한다면 여분이 있다는 것, 즉 최소한 7~8개 정도의 핵무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실험을 하게 되면 물론 정치적으로 핵보유국으로 인정을 받는 거다. 정치 분석가들은 과연 북한이 그런 부담을 무릅쓰고 실험을 하겠냐고 의문을 표하기도 하지만 미국이 11월 중까지 제대로 된 교섭안을 내놓지 않으면 감행할 가능성이 높다.

핵실험을 했을 경우 취해지는 제재조치는 감당할 수 있는 반면, 하지 않는다고 해서 제재가 풀어질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차라리 실험을 하고 교섭하는 게 더 낫다고 판단할 수 있다. 아직은 '50대 50'인데 앞으로 그 가능성은 더 커질 것이다."


- 미국 전문가들의 판단은 어떤가.

"북한의 핵실험 기술 보유에 대한 이견은 없다. 따라서 우리 정부도 핵실험을 한다는 가정 하에 정책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 정치적인 측면에서 핵실험 가능성을 전망한다면

"미국의 태도 여하에 달려 있다. 미국이 11월 전에 북한과 진지한 교섭을 하지 않으면 북한은 할 수밖에 없다. 또 중국이 강력하게 북한을 제지해야 하는데 아직까지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고 미적거리는 분위기라서 마음에 걸린다. 중국은 북한을 덜 말리고, 미국은 덜 진지하게 나온다면 핵실험을 하는 수밖에 없다."

- 핵실험을 할 경우 미국이 움직일 것으로 보나.

"그럴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 미국 내 핵 과학자들의 분위기는

"오늘도 회의를 했는데 북한 얘기가 단연 화제다. 가장 걱정하는 것은 핵실험을 해서 핵보유국이 한번 되면 비보유국으로 되돌릴 수 없다는 점이다. 역사상 핵보유국에서 비보유국으로 후퇴한 사례는 남아프리카공아국밖에 없다. 남아공은 백인 정권에서 흑인 정권으로 바뀌면서 흑인들에게 핵을 맡길 수 없다는 이유로 핵무기를 해체했는데 북한은 그렇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북한을 이대로 두면 파키스탄처럼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이곳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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