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북한이 핵실험을 하겠다고 전격 선언한 후 미국 주가, 유가, 환율 등 거시경제변수들은 무덤덤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다만 일본 엔화를 비롯한 아시아권 통화가 전반적으로 약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의 거시경제변수들도 아직까지 이렇다 할 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국내외 시장의 이런 무덤덤한 반응은 그동안 여러 차례 반복된 북한의 핵 관련 발언이 거시경제변수에 단기적인 영향을 미쳤을지 몰라도 경제의 장기적인 추세를 바꾸지는 못했다는 점을 인식시킨 이른바 '학습효과'에서 비롯한 것이다.
하지만 북한의 이번 핵실험 선언은 과거의 선언과 다르게 실제로 핵실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고, 이 경우 국내외 경제에 미칠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관측하고 있다.
북한이 정말로 핵실험 단행하면?
북한 외무성은 3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의 과학연구 부문에서 앞으로 안전성이 철저히 담보된 핵시험(핵실험)을 하게 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북한의 이같은 핵실험 선언은 노무현 대통령과 아베 일본 총리의 정상회담을 며칠 앞둔 상황에서 전격적으로 이루어져 크게 주목받았다.
이 발표가 나자 국제 외환시장에서 일본 엔화 등 아시아권 통화의 가치가 즉각 하락했다. 3일 뉴욕 외환시장에서 엔화의 가치는 달러화와 유로화에 대해 6영업일 연속 하락했다. 뉴욕시간 오후 2시 44분 현재 달러/엔 환율은 전일 대비 0.29엔 오른 117.89엔, 유로/엔 환율은 전일 대비 0.23엔 오른 150.08엔을 기록하고 있다.
최근 국제시장에서 북핵문제와 관련된 아시아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재부각되면서 엔화는 이미 하락 압력을 받아왔다. 하지만 최근 미국 증시에서 다우지수가 연일 사상최고치를 경시하며 달러화 가치가 상승 압력을 받고 있는 것과 3일 유럽중앙은행(ECB)이 이번 주 안에 기준금리를 현재의 3%에서 3.25%로 올리겠다는 신호를 보낸 것도 엔화 가치의 하락에 기여하고 있다.
북한의 이번 핵실험 선언은 국내경제에도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지는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북한의 발언 하나에 일희일비하기에는 이른바 '북한 리스크'에 대한 한국경제의 내성이 강해진 탓이다.
4일 북한의 핵실험 선언으로 약세로 출발한 국내증시는 시간이 지나면서 계속 낙폭을 줄여가고 있다. 오전 10시24분 현재 코스피지수는 낙폭을 크게 줄여 전일 대비 4.64포인트 하락한 1369.3을 기록하고 있다. 전날인 3일 역외선물환(NDF) 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소폭으로만 상승했고, 외평채 가산금리 역시 보합세를 보였다.
국제 신용평가회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북한의 핵실험 선언이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에 타격을 입히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4일 보도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북한의 이번 핵실험 선언이 그동안 여러 차례 있었던 핵보유 선언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북한이 이번에는 '핵실험을 하겠다고 말로만 떠드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로 핵 실험을 단행할 가능성이 높으며, 이 경우 미국 증시 오름세와 유가 하락 등에 힘입어 1400선을 향해 달리고 있던 국내증시가 급속히 냉각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증시 전문가들은 지난주 우리 정부가 미국에서 개최한 두 차례의 '한국경제 투자설명회(IR)'에서 많은 현지 투자자들이 북한의 핵실험 가능성에 대해 우려했다는 점에 비춰볼 때 북한의 이번 선언이 최근 국내증시에서 매도세를 이어가고 있는 외국인의 자금이탈을 가속화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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