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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의 새로운 수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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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의 새로운 수렁

<아랍의 시각> "군사력만으론 '새로운 중동' 만들 수 없다"

이스라엘군의 무자비한 레바논 군사작전은 중동 여론을 끝없이 악화시키고 있다. 단기간에 끝날 줄 알았던 이스라엘의 작전은 헤즈볼라의 만만찮은 반격에 주춤하고 있다. 이 두 요소가 결합되면서 이스라엘이 레바논 수렁에 빠지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이라크에서의 미국과 같이.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번 군사작전을 통해 헤즈볼라를 무력화시키고 레바논에 친이스라엘 정권을 세워 이스라엘의 안보를 보다 확고히 하는 한편 미국의 '새로운 중동' 구상을 한 단계 발전시키고자 했지만 이같은 야망은 일단 물 건너 간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가 보도한 바와 같이 헤즈볼라가 2주 이상 이스라엘의 공격을 견뎌내면서 아랍지역에서 헤즈볼라의 위상은 한껏 높아졌다. 이에 따라 당초 이란의 영향력 확대를 경계하며 헤즈볼라가 이번 사태가 촉발했다고 비난했던 사우디, 이집트, 요르단 등 중동의 수니파 친미정권들도 중동지역의 민심을 좇아 이제는 이스라엘 비난으로 돌아섰다. 또 이스라엘의 헤즈볼라 무력화를 돕기 위해 휴전에 반대하며 시간을 벌어줬던 미국도 이제는 조기해결의 모색으로 방향을 바꿨다. 반면 이스라엘의 올메르트 정권은 도대체 어떤 전략적 목표로 무차별 공격에 나선 것이냐는 국내외의 비판에 직면했다.


이집트의 군사 전문가이자 이집트 외무위원회 회원인 아메드 압델 하림은 이집트 영자 주간지 <알 아흐람 위클리> 최신호에서 헤즈볼라를 무력화해 이스라엘의 안보를 지키겠다는 목표가 강력한 군사력에 의해 설령 달성된다 하더라도 장기적으로는 중동의 증오심만 키우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경고한다.

하림은 이스라엘 병사 2명이 헤즈볼라에게 붙잡힌 일은 이스라엘 공격의 빌미가 됐지만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미 오래전부터 남부 레바논을 장악하고자 하는 계획을 갖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헤즈볼라의 강력한 저항은 자국 정부에 대한 이스라엘인들의 여론마저 악화시키고 있고, 똘똘 뭉쳐있는 줄 알았던 이스라엘인들이 실은 대단히 분열되어 있다는 사실만 드러내고 있다는 게 하림의 지적이다.

그는 1982년 이스라엘의 무모한 레바논 침공으로 베긴 정부가 무너졌듯이 올메르트 정부 역시 이번 작전에 실패할 경우 정치적 위기에 빠질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다음은 하림의 기고문 전문이다(http://weekly.ahram.org.eg/2006/805/re101.htm). <편집자>


이스라엘의 새로운 수렁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병사 2명을 체포하면서 충돌은 시작됐다. 레바논의 저항 조직인 헤즈볼라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그 생포작전은 이스라엘 감옥에 갇혀 있는 헤즈볼라 조직원들을 그 병사 2명과 교환하기 위한 협상에 이스라엘을 끌어들이기 위한 것이었다. 이스라엘은 즉각 반발했다. 이스라엘 총리는 헤즈볼라의 작전은 레바논 정부가 가담된 전쟁행위라고 선언했다. 그것은 대규모 공습의 전주곡이었다.

이스라엘이 최우선으로 삼고 있는 목표가 자국 병사 구출이 아니라 이스라엘의 주된 위협요소 중 하나인 남부 레바논을 쓸어버리는 것이라면, 그같은 공격이 왜 계속되는지를 명확히 알 수 있다. 그것은 이스라엘이 여러 협정과 협약을 요리조리 빠져나가는 다양한 공작과 권모술수를 통해, 즉 평화 프로세스를 성실하게 이행하지 않음으로서 중동 갈등이라는 벌어진 상처를 그냥 열어뒀기 때문이다. 그것은 또 논란을 미해결 상태로 남겨두어 이스라엘이 서안 지역 일부와 가자 지구에 군대를 배치하고 비대칭적인 무력으로 레바논에 보복하기 위한 핑계를 만들기 위해서이다.

이를 기초로,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격이 우연한 것이었는지, 미국의 후원 하에 이스라엘이 추구하는, '새로운 중동'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의 주된 걸림돌 중 하나로 여기고 있는 것을 제거하기 위한 준비된 계획에 따른 것이었는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우리는 눈을 미국으로 돌려야 한다. 미국은 9.11 이후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전쟁으로 나아갔다. 이스라엘 문제로만 한정해 보자면, 미국이 국제질서에서의 절대 강자로 부상한 이후 세운 목표 중 하나는 이스라엘에 대한 모든 위협요소를 제거하고 미국이 지원하는 이스라엘의 비전에 따라 이 지역을 재편함으로써 중동 지도에서 이스라엘의 안보를 확고히 하는 것이었다.

미국은 아프가니스탄에서의 군사작전을 완수한 후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그 첫 번째가 미국과 영국 주도의 이라크 침공이었으나 그 목표는 아직 달성되지 못했다. 그 후 미국은 레바논과 시리아를 처리하기 위한 활동에 들어가(2004년 9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 1559호를 이끌어냈다. 그 결의안의 가장 중요한 대목은 헤즈볼라의 무장해제와 레바논 주둔 시리아군의 철수였다. 동시에 미국은 반(反) 이란 캠페인을 점차 고조시켰고, 미국과 이란 사이의 갈등을 악화시켰지만, 그 갈등은 이스라엘의 대(對) 레바논 군사행동으로 귀결된 최근의 위기상황에서는 별다른 역할을 하지 않았다. 미국은 결국 시리아군을 레바논에서 철수시켰고 결국 이스라엘에 대한 레바논 내 유일한 위협세력은 헤즈볼라만 남게 됐다.

'1982년 베긴 정부'의 전철 밟는 올메르트 정부

논점을 흐트러뜨려서는 안 된다. 만약 헤즈볼라가 병사들을 체포하지 않았다면 이스라엘은 이 무지막지한 공격을 하지 않았을 것인가? 그렇지 않다. 이스라엘의 계획은 이미 밑그림이 그려져 있었고, 헤즈볼라의 행위는 단지 그 계획을 좀 더 빨리 이행하게 했을 뿐이다. 그것은 9.11이 미국의 국제관계 재편, 특히 중동 재편에 황금 같은 기회를 준 것과 마찬가지였다. 게다가 이스라엘과 미국은 공통의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리고 미국은 언제나 이스라엘이 하는 모든 것을 지지하기 때문에 이스라엘은 거칠 게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가차 없이 공격을 감행했다. 이스라엘은 공항과 도로, 다리 등 레바논의 핵심 기반시설을 파괴했는데, 이는 그것이 헤즈볼라를 타격하는 가장 빠른 길이기 때문이 아니었다. 이스라엘은 그를 통해 레바논 정부가 헤즈볼라에게 등을 돌리고 내전을 일으킴으로써 종국적으로는 이스라엘이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길 원했다. 그러나 그 공격은 너무나 잔악무도한 나머지 모든 레바논 사람들을 반(反) 이스라엘 전선으로 단결시키는 정반대의 효과가 나타났다.
▲ 헤즈볼라의 반격이 거세다. 29일 헤즈볼라가 발사한 로켓포에 의해 파괴된 무기를 이스라엘군이 수습하고 있다. ⓒ EPA

이스라엘 공격에 대한 헤즈볼라의 반격은 모든 이들을 놀라게 했다. 헤즈볼라는 이스라엘 영토 깊숙한 곳까지 미사일 공세를 퍼부음으로써 이스라엘 정보기관의 취약성과 이스라엘 사회의 균열상을 만천하에 드러냈다. 겉으로는 똘똘 뭉친 듯 보였던 이스라엘이지만 올메르트 정부에 대한 이스라엘인들의 분노가 모아지고 있어, 아리엘 샤론이 지휘했던 1982년 레바논 침공으로 베긴 정부가 붕괴됐던 것처럼(당시 레바논 남부에 망명해 있던 PLO 지도부를 몰아내고 레바논에 친이스라엘 정권을 세우기 위해 아리엘 샤론 국방장관 주도로 레바논 침공을 단행했으나 팔레스타인인 수천 명이 살해된 샤브라·샤틸라 난민촌 학살사건 등으로 베긴 정부가 붕괴됨-옮긴이) 올메르트 정부도 무너질지 모르는 상황에 와 있다. 또 1982년 침공 때처럼 이 지역의 오래된 갈등에 이스라엘의 공격까지 더해지면서 레바논인들의 분노는 반 이스라엘 저항세력을 확대시키는 분위기를 만들 것이다.

이스라엘은 주로 전투기와 지대지 미사일, 전함 등에 의존하는 원격작전으로 자신들의 목적을 달성하고자 했다. 원격작전으로 상당한 타격을 가한 후 이스라엘은 제한된 병력을 가지고 남부 레바논을 타깃으로 한 지상작전에 돌입했다. 이스라엘은 이스라엘과 레바논과의 국경선에서 북쪽으로 30km 떨어진 리타니강(江)에 이르는 지역이 다국적군에 의해 장악되길 원하고 있다. 한편 레바논과 이 지역의 다른 나라들에게 강요된 정치적 해결방법은 안보리의 결정에 따라 미국의 통제 하에 좌우되기 시작했다.

'새로운 중동'은 없다

그러나 아랍-이스라엘의 갈등은 수십 년 간 지속돼 왔고 지금까지보다 더 오랫동안 계속될 것이라는 점을 미국과 이스라엘은 망각했다. 이스라엘의 공격은 인명손실은 물론이고 수백만 달러의 재산피해를 가져오는 등 모든 측면에서 손해를 입혔다. 이스라엘의 경우 어떤 게 가장 큰 손실인지 알 수도 없게 됐다. 이번 공격으로 이스라엘은 평화와 안보를 보장해줄 '정상국가화' 계획을 미루게 됐고, 이스라엘에 대한 중동의 증오심을 악화시켜 끝없는 위협에 놓이게 될 것이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레바논에서 "새로운 중동"이 시작되는 것을 보았다. "새로운 중동"이라는 말은 클린턴 행정부 시절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멤버였던 마틴 인디크(현 주 이스라엘 미국 대사-옮긴이)가 1993년 4월 클린턴 행정부의 중동 정책을 발표하면서 언급했던 것과 우연찮게 같은 것으로 그 개념 역시 본질적으로 같다. "새로운 중동"은 이스라엘에 대한 모든 위협요소를 제거하고(시리아와 이란이 아직 남아있다), 중동 국가들이 이스라엘과 미국이 제시하는 비전에 무조건 동의하도록 하며, 이 지역 국가들이 이스라엘과 다양한 방식으로 정치·경제·문화적 협력을 하도록 하는 상황을 의미한다. 이 개념의 최종 목표는 이스라엘의 안보를 보장하는 포괄적인 평화를 정착시키는 것과, 미국과 이스라엘이 규정한 테러리즘을 종식시키는 것이다.

그같은 비전은 아무리 강력한 군사력이라도 정치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핵심 포인트를 간과한 것이다. 무력은 단기적으로는 상황을 안정시킬 수 있지만, 잠재된 위협요소는 장기적으로 더 강화될 것이다. 이스라엘인들과 정부는 그 사실을 깨닫게 되겠지만 그때가 되면 증오의 씨앗은 이미 심어져 있는 상태가 될 것이다. 미국은 이라크에서, 이스라엘은 레바논과 그 주변에서 그들의 단기적인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시간은, 역사는 그들이 계획한 "새로운 중동"은 이뤄낼 수 없는 것임을 증명할 것이다.

(번역=황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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