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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즈볼라도 이스라엘도 다 싫다"

이스라엘ㆍ헤즈볼라 충돌 속에 안팎 곱사등이 된 레바논 정부

이스라엘이 레바논에 지상군을 투입하며 '이스라엘-레바논 사태'는 전쟁 수준으로 비화되고 있다. 레바논은 국제사회에 휴전을 위한 중재를 요청했지만 '국제경찰'을 자처한 미국은 "근본적 해결"을 운운하며 이를 거부했다.

이스라엘이 레바논을 공격하는 표면적 이유는 레바논에 거점을 두고 있는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병사 두 명을 납치한데 대한 보복이다.


헤즈볼라는 보통 이슬람 무장단체로 알려져 있지만 레바논 의회에 의원 14명, 행정부에 각료 2명을 진출시킨 합법적 정치세력이기도 하다. 다만 여타 정치세력과 다른 점이 있다면 정부군과는 별도의 무장세력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유엔 안보리가 지난 2004년 가을 안보리 결의 1559호에 의해 헤즈볼라의 무장해제를 요구했지만 레바논 정부는 이를 실천할 힘을 갖고 있지 못하다. 헤즈볼라는 강력한 군사력뿐 아니라 레바논 인구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시아파 이슬람교도의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2월 라피크 하리리 전 총리의 암살을 계기로 레바논의 친서방 기독교 정치세력은 당시까지 레바논 정치를 좌지우지해 왔던 시리아 군의 전면철수를 요구하는 대규모 군중시위를 벌인 적이 있는데, 그 직후 헤즈볼라는 시리아 군 철수에 반대하는 보다 큰 대중시위를 조직해 자신의 정치적 위세를 과시한 바 있다. 이 때문에 레바논 정부는 울며 겨자 먹기로 독자적 군사력을 지닌 헤즈볼라를 합법적 정치세력으로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이스라엘과의 국경인 레바논 남부지역은 헤즈볼라 무장세력이 관할하고 있는데, 이스라엘은 이번 공격을 통해 최소한 국경지역의 헤즈볼라를 몰아내고 레바논 정부군 또는 나토 위주의 국제평화유지군이 이 지역을 맡게 되길 원하고 있다.

이런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의 세력다툼 속에 레바논 국민들이 애꿎은 희생을 당하고 있는 셈이다. 이스라엘은 헤즈볼라 기지뿐 아니라 일반 관공서와 거주지에까지 무차별 공격을 퍼붓고 있다.

이에 레바논 국민을 보호해야 할 의무를 지닌 레바논 정부는 헤즈볼라와 이스라엘 모두를 싸잡아 비판하고 있다. 무차별 공격을 퍼붓는 이스라엘도 무도하지만 전쟁의 도화선이 된 헤즈볼라의 이스라엘 병사 납치도 레바논 정부와는 무관한 일이라는 것이다.

레바논 나일라 모아와드 내무장관(social affairs minister)은 22일(현지시간) <알자지라>와의 인터뷰에서 "당장 전쟁 때문에 먹고 사는 일에 재앙이 닥쳤다"며
"레바논을 방어하기 위해 싸운다"는 헤즈볼라 측의 주장을 강하게 반박했다. 또한 레바논 정부는 휴전을 위한 국제사회의 개입을 요구하고 있다.

다음은 <알자지라> 인터넷판에 실린 기사와 인터뷰 전문이다.
▲ 나일라 모아와드 레바논 내무장관ⓒ알자지라

레바논의 나일라 모아와드 내무부 장관은 하얗게 질려 있었다. 이스라엘 군대가 자신의 나라에 "극악무도하고도 터무니없는 보복"을 가하는 장면을 목격해 온 탓이다.

나일라 모아와드 장관은 기독교도이며 르네 모아와드 전 대통령의 아내다. 그는 1989년에 취임했으나 취임한 지 며칠이 지나지 않아 암살당했다.

나일라 모아와드 장관은 헤즈볼라가 이스라엘의 병사를 납치함으로써 레바논 국민들이 원치 않는 전쟁에 내몰리게 됐다며 헤즈볼라의 행동을 힐난했다.

알자지라: 헤즈볼라는 그들의 행동이 레바논 국익을 보호하기 위한 행동이라고 주장한다. 동의하나?


= 나일라 모아와드 : 우리는 그 '국익' 개념을 함께 정의해야만 한다. 헤즈볼라가 일원으로 있는 레바논 정부와 레바논 국민들이 선택한 의회의 대표만이 전쟁이냐 평화냐에 대한 결정권을 가진다.

헤즈볼라는 레바논 정부에 대한 별다른 고려 없이 공격을 시작했다고 한다. 가능한 일인가?

= 헤즈볼라의 행동에 동의할 수도 없고, 그 행동에 대해 알고 있는 바도 없고 수용하거나 지지할 수도 없다는 레바논 정부의 입장이 그래서 나온 것이다. 우리는 레바논의 전쟁과 평화에 대한 결정권은 레바논 정부만이 갖고 있다는 사실을 여러 차례 강조해 왔다. 레바논 군대와 레바논에 들어와 있는 유엔군만이 무장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그리고 레바논 정부가 지명한 인물들만이 언제 어떻게 군대를 가동할 것인지를 결정할 수 있다.

"레바논의 인도주의 문제, 위기 넘어 재앙"

많은 사람들은 레바논 정부가 유엔 결의안 1559호에 따라 헤즈볼라를 무장해제 시키지 않았던 것을 비난하고 있다. 동의하나?

= 우리는 한번도 우리에게 헤즈볼라를 무장해제 시킬 만한 능력이 있는 척 하지 않았다. 우리는 개혁에 동조하는 다수의 레바논 국민들에 의해 선출됐다. 우리는 또한 라피드 하리리 총리가 암살된 이후 국제 사회로부터 지지를 얻어 세워진 정부이기도 하다.

그러나 헤즈볼라가 정부에 동참하고 의사 결정 구조에 참여해야만 정부의 자주성과 독립성이 보장될 수 있다. 헤즈볼라 역시 각 분파들이 정부에 참여해서 목소리를 내야만 정부가 강해질 수 있다는 점을 조금씩 이해해 가고 있는 듯 하다.

이스라엘은 레바논 정부가 남쪽으로 내려와서 이스라엘과 맞닿아 있는 남쪽 국경을 통제하라고 요구했다. 레바논 정부가 이 일을 할 만한 힘이 있다고 생각하나?

= 상황을 전쟁 전 상태로 돌릴 수는 없을 것이란 생각에 레바논 정부는 휴전을 요구하고 있다. 모든 문제들이 테이블 위에 올라와 있기 때문에 우리는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우리는 레바논 국민들의 지지 하에 책임있는 결정을 내려야만 한다.

어떤 식의 휴전인가? 평화유지군의 도움을 기대하나?

= 평화유지군 투입은 레바논의 포우아드 시니오라 총리가 검토 중인 여러 선택지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모든 동맹국들과의 관계를 주도할 책임이 있는 시니오라 총리는 유엔 안보리가 제안한 것들 중에 우리가 수용할 만한 것을 선택할 것이다.

구호단체들은 인도주의 문제가 위기 수준으로 극심해질 것으로 경고해 왔다. 계획된 정부 대책이 있나?

= 인도주의 문제는 위기 정도가 아니다. 재앙에 가깝다. 그래서 내무부 관할로 각종 구호 물자를 관리하기 위한 위원회를 만들었다. 시민단체와 시민사회의 도움도 받고 있다.

파우아드 시니오라 총리는 국제사회가 이스라엘의 공격을 멈추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어떻게 생각하나?

= 같은 생각이다. 급박한 전쟁통 한 가운데에서 이스라엘의 극악무도한 보복을 목도하다보니 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레바논 정부는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병사를 납치하고 이스라엘이 공격을 시작하게 되는 전 과정에 대해 아는 바도 없었고 원하지도 않았다.

확실한 것은 우리는 제일 먼저 휴전할 길을 찾고 있다는 것이고 끊임없이 국제사회의 도움을 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포위돼 있고 육로와 해로, 항로가 모두 봉쇄당했다.

인도주의적 지원도 필요하다. 레바논 동남쪽 국경 지대의 마을 중 다수가 고립됐고 생존자들 사이에서 끔찍한 사건들도 일어나고 있다.

"레바논을 위해 싸운다는 헤즈볼라의 말, 지지할 수 없어"

이스라엘의 맞대응 때문에 헤즈볼라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좀 늘어났을 것으로 보나?

= 헤즈볼라가 전쟁을 시작하게 된 과정에 대해 내가 어떤 정치적 소견을 가졌는지, 또 내가 헤즈볼라와 얼마만큼 시각이 다른지 등의 문제는 차치하고서라도 내가 말할 수 있는 것은 헤즈볼라의 지도자인 하산 나스랄라가 얼마전 알자지라와의 인터뷰에서 했던 말에는 동의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하산 나스랄라는 무엇보다 헤즈볼라는 레바논을 방어하기 위해 싸우고, 더 나아가 아랍 전체를 위해 싸운다고 말했다. 그는 또 레바논 국민들이 좋아하든 좋아하지 않든 간에 전쟁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나는 이 말에 반대하고 절대 그런 말을 지지해 줄 수 없다. 우리는 당장 전쟁 때문에 먹고사는 문제가 재앙으로 변했다. 대다수의 국민들이 이스라엘의 극악무도한 보복을 받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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