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 사태가 '중동평화 유럽-아랍 국제회의'를 계기로 오히려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번 회의가 레바논 사태 해결을 위한 '즉각 휴전' 등 실질적인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에 실패하자 분쟁 당사자들이 더욱 결전의 의지를 다지고 있기 때문이다.
28일 프랑스 AFP 통신에 따르면 이스라엘 정부는 이번 국제회의를 통해 레바논 무장단체를 분쇄하라는 승인을 받은 것이라고 주장하며 최대 3만 명의 예비군을 소집하도록 군 당국에 허가했다.
하임 라몬 이스라엘 법무부 장관은 "로마 국제회의에서 헤즈볼라가 더 이상 레바논 남부에서 존재하지 않을 때까지 작전을 계속할 수 있다는 사실상의 승인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유럽연합(EU) 의장국으로 이번 회의에 참석한 핀란드 외교장관 엘키 투오미오야는 "이스라엘은 로마 회의에서 논의한 결과를 엉뚱하게 해석하고 있으며, 그 해석은 틀렸다"고 반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은 "헤즈볼라가 납치한 병사 2명이 석방되고, 헤즈볼라가 무장해제 될 때까지 공격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이같은 조건이 달성되지 않는 한 휴전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에 대해 AFP 통신은 "사태는 더욱 악화되고 있는데, 세계 열강들은 분쟁을 종식시킬 방안에 대해 여전히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현재 이스라엘이 레바논을 공격하기 시작한 지난 12일 이후 27일까지 16일 동안 레바논에서만 420명이 사망했다. 그 중 대부분은 민간인이다. 또한 헤즈볼라측에 따르면 지금까지 대원 30명이 이번 전투에서 사망했으며, 이스라엘인들은 51명이 죽었으며, 대부분이 군인이다.
AFP는 "그뿐이 아니라 레바논은 현재 인도주의적 재앙에 직면해 있으며, 기반시설 대부분이 파괴되고, 수십만 명이 터전을 버리고 탈출하고 있으며, 식량과 의약품이 바닥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스라엘과 강력한 동맹관계를 맺고 있는 미국은 이스라엘의 입장을 옹호하고 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초래된 피해에 대해서 "곤혹스럽다"면서도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을 해결하지 못하는 '가짜 평화' 방안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프랑스와 독일 등 EU 국가들이 휴전을 이끌어 내기 위한 잇따른 제안들이 힘을 받지 못하는 상태다.
프랑스는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전투를 중단시키는 전략의 일환으로 이스라엘-레바논 접경의 양측 지역에 완충 지대를 설정하는 방안을 유엔 안보리 이사국들에 제의했다.
필립 두스트-블라지 프랑스 외교장관은 내주 초 유엔안보리 각료회의 개최를 요청하면서, 이 제안을 정식으로 다뤄줄 것을 희망했다.
프랑스가 제안한 완충지대는 국제 평화유지군 및 레바논군이 감독하는 레바논 쪽 지역과 이스라엘군이 중화기를 철수시키는 이스라엘 쪽 지역으로 구성된다.
이 제안들에는 또 교전 당사자들로부터 신뢰를 받는 제3자에게 포로들을 넘겨주는 방안이 포함됐다. 제3자는 협상에서 결론이 날 때까지 포로들을 맡게 된다.
프랑스는 이밖에 ▲즉각적인 정전 ▲포로 교환 등이 이뤄질 수 있는 10~15일의 과도 기간 ▲국제평화유지군 배치의 길을 여는 정치적 틀 마련의 3단계를 제시했다.
독일의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외무장관도 이날 "이라엘은 레바논에 대한 공격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면서 "로마회의 참석자들은 모두 가능한 한 빨리 전투가 중단되어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며 이스라엘을 압박했다.
그러나 헤즈볼라도 '결사 항전' 의지를 불태우고 있고, 미국과 이스라엘은 헤즈볼라의 무장해제가 없는 휴전을 거부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어,국제사회가 분쟁 종식을 위한 합의점을 찾기는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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