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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세등등' 이스라엘, 안으로는 '전전긍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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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기세등등' 이스라엘, 안으로는 '전전긍긍'

"전쟁지도부가 '신병들'에 불과하니…" 내부 비판 고조

이스라엘 정부가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를 분쇄할 때까지 공격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으나, 내부적으로는 갈등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7일 영국의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레바논 사태와 관련, 에후드 올메르트 총리가 이끄는 이스라엘 정부에 대한 비판이 내부에서도 쏟아지고 있다.

이스라엘 정부의 전쟁수행 방식에 내부 비판 점증

이같은 비판은 헤즈볼라에 대한 공격 결정에서부터 늘어나고 있는 군사적 손실, 이스라엘 북부에 계속 떨어지는 미사일 공격, 레바논 주민 사상자들에 대한 논란 등을 포함해 전쟁 수행 방식 전반에 걸쳐 있다.

이스라엘은 현재 레바논 남부 도시 빈트 즈베일에서 벌어진 전투에서 12명의 병사가 사망했다는 것만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군사전문가들은 이 정도의 인적 피해만으로도 군과 여론이 정책의 중대한 변화를 요구하는 방향으로 흐를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지적한다.
▲ 이스라엘 제3의 도시 하이파의 한 묘지에 묻힌 이스라엘 병사 가족 장례식에서 가족들이 오열하고 있다. ⓒEPA

이미 전쟁 2주째에 접어들면서 정치권과 전직 군 간부들, 주요 전문가들과 학자들이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스라엘에 대한 전쟁 자체에 대해 항의하는 이스라엘 국민들은 많지 않다. 하지만 이 전쟁이 전개되는 양상에 대해서는 심각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 점차 분명해지고 있다.

이스라엘의 국방장관을 지낸 '강경파' 모셰 아렌스조차 "헤즈볼라와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가 이번 전쟁에서 패퇴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그렇게 된다면 이스라엘에는 재앙이 될 것"이라고 강력하게 경고했다.

그는 "나스랄라는 이스라엘 사회에 카튜샤 로켓 수천 발을 쏘아붓고도 멀쩡이 살아남은 존재로 인식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능력이 탁월하다는 이스라엘의 정보기관들이 헤즈볼라의 전력을 과소평가했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특히 헤즈볼라가 베이루트 부근 해역에 배치된 이스라엘 군함을 공격할 수 있는 이란제 미사일을 갖고 있다는 점을 이들 정보기관들이 알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스라엘 공군도 미제 아파치 헬기 3대와 F16 전투기 한 대가 격추되고, 그 중 헬기 한 대는 아군 포격을 맞고 추락한 것으로 알려진 이후 비판을 면치 못하고 있다. 5명의 병사가 아군 화기에 의해 전사했다는 사실도 공군에 대한 비판이 거세진 요인이다.

"결정적 승리를 거두기는 커녕 주요 목표도 달성 못해"

특히 이스라엘의 군사평론가로 저명한 제에브 시프는 "이스라엘이 결정적인 승리를 거두기는 커녕 주요 목표도 달성하지 못했다"고 혹평했다.

또다른 저명 논객인 에이탄 하버는 이스라엘의 유력지 <예디오트 아하로노트>에 기고한 글에서 "격전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평가하기는 적절치 않지만, 이번 사태가 끝나면 이스라엘군은 자체 점검을 꼼꼼히 해야 할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스라엘의 주된 우려는 헤즈볼라가 이스라엘의 치열한 공세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하루 80~100개에 달하는 로켓을 쏘아댈 수 있는 능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하이파, 카르미엘 등 이스라엘 북부 지역은 27일에도 또다시 로켓 공격을 받았다. 이스라엘이 지상전을 펼치면서 레바논 남부의 마룬 알-라스와 빈트 즈베일에서 헤즈볼라 대원들 수십 명이 사망하는 등 상당한 손실을 입히기는 했지만,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제3의 도시 하이파로 미사일을 쏘아대는 곳에서 서쪽으로 한참 떨어진 티레 지역에는 진입조차 하지 못했다.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타격을 받기는 했지만 전투력 상실과는 거리가 멀다. 이란과 시리아로부터 군수품 공급도 계속 이뤄지고 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의 비판 대부분은 은근히 현 전쟁 지도부에 대한 불신을 밑바탕에 깔고 있다. 올메르트 총리와 아미르 페레츠 국방장관이 군사 경험이 거의 없을 뿐 아니라 군 출신인 아리엘 샤론 전 총리에 비해 한참 못미친다는 것이다.

한 저명한 비평가는 그들의 최측근 보좌관들을 '신병들'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이스라엘의 목표 수위, 이미 낮아졌다
▲ 이스라엘이 탱크를 앞세워 레바논 남부에 진입해 지상전을 펼쳤지만 상당한 손실을 입었다. ⓒEPA

정부가 내린 주요 결정들이 전반적인 전략 체계 속에서 이뤄진 것인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이런 의문들의 대상에는 헤즈볼라의 공격을 받은 즉시 반응을 보인 것을 비롯해, 이스라엘 제3의 도시 하이파에 대한 보복 공격을 초래할 것이라는 경고에도 불구하고 베이루트 국제공항을 폭격한 점, 그리고 남부 베이루트에 있는 헤즈볼라 본부를 파괴한 공격까지 포함돼 있다.

이스라엘 정부의 대응이 목표를 변경하는 방식으로 이뤄졌고, 국민들의 기대를 낮추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 논객들은 원래 '헤즈볼라 분쇄'라는 목표는 '헤즈볼라 약화'로 슬그머니 수위가 낮아졌다는 점을 지적한다.

올메르트 총리가 갑자기 다국적군을 국경 부근에 배치하는 방안에 동의한 것도 좋은 예다. 이런 변화는 이스라엘이 독자적으로는 헤즈볼라를 무장해제시킬 능력이 없으며, 외국인들이 만들어주는 완충지대가 필요하다는 것을 마지못해 인정한 증거라는 것이다.

이번 공격으로 사망한 레바논 주민들에 대해 국제적인 관심이 쏠린 것도 이스라엘의 국제적 평판을 심각하게 훼손한 것으로 지적된다. 미국이 흔들림 없이 이스라엘을 지지해주고 있지만 역부족이고, 이스라엘의 선전전은 부실하고, 손발도 잘 맞지 않았다는 평가다.

일간 <마아리브>의 칼럼니스트 자키 후기는 "이번 전쟁에서 누가 이길지 알기도 전에 이스라엘이 레바논과 아랍세계에서 선전전에서 심각한 패배를 맛보았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면서 "한 나라가 자신의 행위를 이웃에게 논리적으로 설득하지 못하면 다른 나라를 파괴할 수 없는 법"이라고 통렬하게 비판했다.

무엇보다 이스라엘 북부에서 공습에 대비한 방호시설이 열악하다는 점과 전쟁에 의해 재산 손실을 본 주민들에 대한 보상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 군 관계자들이 한꺼번에 모순되는 메시지를 쏟아내면서 혼란을 초래했다는 점에 상당한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이스라엘의 저명한 정치 평론가 나훔 바르네아는 "이스라엘 국민들은 이번 전쟁에 너무 큰 기대를 했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스라엘 정부를 이렇게 비유했다.

"이스라엘은 서커스에서 높은 곳에 올라 뛰어내리겠다고 약속했으나, 그곳에 올라간 순간 얼어붙은 사람 같다. 관중들이 '왜 점프하지 않지?'라고 물으면, 그는 '점프하는 게 아니라 어떻게 뛰어내리느냐가 문제일 뿐'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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