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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은 왜 '레바논 무차별 학살' 자행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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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이스라엘은 왜 '레바논 무차별 학살' 자행하나

[시각] "헤즈볼라 뿐 아니라 시아파 주민까지 근절"

현재 세계 사회주의자 진영에서는 25일로 14일째 계속되고 있는 레바논 사태를 어떻게 바라볼까.

그들은 전세계에서 벌어지는 대부분의 지역분쟁은 '미국의 대리전'으로 본다. 레바논 사태도 예외가 아니다.

'세계 사회주의자 웹사이트'(www.wsws.org)는 최근 이례적으로 편집진 일동 명의로 이같은 시각을 극명하게 풀어낸 글을 발표했다.

'미국 지원 하에 벌어지는 이스라엘-레바논 전쟁의 진정한 목표(The real aims of the US-backed Israeli war against Lebanon)'라는 이 글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미국으로부터 전폭적인 정치적,재정적,군사적 지원을 받으며,레바논을 이스라엘의 보호령으로 바꾸려고 하고 있다. 이번 군사작전은 중동과 중앙아시아를 지정학적으로 재구성하려는 제국주의적인 목표를 관철시키려는 과정의 일환이라는 것이다.

아프간과 이라크를 점령한 미국이 중동지역 마지막 반미의 보루인 하마스, 헤즈볼라, 나아가 시리아, 이란까지도 무력화시키려 하고 있다는 것이다.

WSWS는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침공으로 시작된 이같은 목표는 이들 전지역에 미국의 지배체제를 확립하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번 전쟁의 1차적 목표는 헤즈볼라 제거"

이번 전쟁의 1차적 목표는 레바논을 지배하려는 이스라엘과 미국에 저항하는 모든 대중적인 세력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구체적으로는 레바논의 군사적 정치적 세력으로서의 헤즈볼라를 제거하는 것이다.

이같은 목표는 시리아 이슬람 정권을 제거하고, 이란에 대한 전면전을 개시하기 위한 필수적으로 거쳐야 하는 단계다.

이스라엘 정부와 부시 행정부는 레바논에 대한 공격을 헤즈볼라가 2명의 이스라엘 병사를 납치함에 따라 '자위권'을 행사하는 것이라는 선전적인 주장을 끊임없이 되풀이하고 있다. 그러나 식견 있는 사람들 중에 이같은 주장을 믿는 이들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사회주의자들은 이번 사태와 관련, 지난해 2월 발생한 레바논의 전 총리 라피크 하리리의 암살 사건에 주목한다.

하리리 전 총리는 친 시리아계인 에밀 라후드 레바논 대통령이 2004년 개헌을 통해 임기를 3년 연장한 것에 반발해 총리직을 사임한 지 4개월만에 살해됐다.

레바논을 식민 통치했던 미국과 프랑스는 즉각 하리리의 암살 배후로 시리아를 지목했다. 레바논 내 반 시리아 세력들은 하리리 암살 사건을 계기로 대대적인 시위를 벌여 시리아는 결국 지난해 70년대부터 레바논에 주둔해온 군대를 모두 철수시켰다.

실제로 시리아 정권이 하리리 암살 사건의 배후라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WSWS는 "가난한 시아파 주민들로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레바논 남부를 장악하고 있는 헤즈볼라를 치기에 앞서 레바논에서 시리아를 쫓아내려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계획을 하리리 전총리가 지지해온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시리아 정권은 미국과 이스라엘이 그 다음 단계로 자신들을 공격할 것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하리리 전 레바논 총리 암살의 배후는?

이 때문에 암살 배후가 이스라엘이나 미국 정보기관의 '자작극'이라는 분석도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계획을 실행에 옮길 구실을 만들기 위해서 하리리 암살 사건을 일으켰다는 것이다.

자작극이든 아니든 이스라엘의 현 공세는 그같은 작전의 일환이라는 게 WSWS의 주장이다.

시리아를 레바논에서 몰아낸 반 시리아 진영의 대대적 시위 이후에 전개된 상황은 부시 행정부과 미국의 지배계층에 실망스러운 것이었다.

2004년 유엔 결의안 1559호(박스기사 참조)에도 불구하고 헤즈볼라는 오히려 더 큰 대중적 지지를 받으며 정부군과 내전을 벌일 수 있을 정도로 세력이 커지자, 기독교계가 득세한 레바논 정부는 헤즈볼라 출신들을 내각에 기용하는 등 타협안을 제시했다.

WSWS는 미국의 이같은 실망감이야말로 레바논 주민들에 대해 무차별 학살을 감행하는 진정한 의도를 시사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레바논에서 친 팔레스타인, 반 이스라엘 정서로 가득한 시아파 주민들을 제거하고, 우익세력과 친미세력 특히 기독교계 세력을 널리 확장시키자는 것이다.

미국은 레이건 행정부 시절인 80년대초, 레바논의 수도 베이루트에 해병대 병력을 주둔시키며 시아파가 많이 사는 지역에 대한 공격에 직접 가담했다가 쓴 맛을 보고 철수한 뼈아픈 경험이 있다.

1983년, 미국에 대한 적대감이 커지면서 자살폭탄 공격을 받아 250명에 달하는 해병대원들이 살해된 끝에 레이건 행정부는 레바논에서 군대를 빼내갔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레바논 남부에 대한 실질적인 지배력을 유지하고자 했다. 헤즈볼라가 강력한 군사적, 정치적 세력으로 등장한 것은 이스라엘의 점령에 대해 대중적인 저항에서 비롯된 것이다. 헤즈볼라의 게릴라전으로 이스라엘은 결국 2000년 레바논 남부에서 패퇴했다.

이같은 역사적 배경을 살펴보면 이번 전쟁이 헤즈볼라를 쓸어내는 것뿐 아니라 미국과 이스라엘의 지배에 대해 저항하는 레바논내의 모든 세력을 파괴하려는 것임이 분명해진다.

이스라엘이 레바논 남부에 무차별 폭격을 가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곳은 가난한 시아파 주민들이 많이 살고, 헤즈볼라의 지지기반이기 때문이다. 이스라엘군은 고의적으로 이 지역 전주민을 목표물로 삼고, 모든 마을을 파괴해, 이 지역 전체를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으로 만들고 있다.

이렇게 해서 레바논 남부를 '무인 공간'으로 만든 다음, 이 지역에 이스라엘군 또는 유엔의 승인 아래 '국제평화유지군'으로서 몇몇 다른 나라를 포함한 이스라엘과 미군 연합군을 주둔시키는 것이 이번 전쟁의 목적이라는 것이다.

특히 이스라엘의 공격은 레바논의 빈곤층을 겨냥하고 있다는 분석이 주목된다. 실제로 베이루트에서 보다 잘 사는 지역들은 대부분 이번 공세에서 제외됐다.

베이루트 남쪽 외곽지역에 사는 시아파 주민들을 겨냥해 폭격을 가하고, 레바논 전역의 공항과 항만, 도로, 교량, 발전소 등을 파괴하는 목적은 레바논을 정치적으로 재탄생시키기 위해 먼저 물리적 기반을 철저하게 파괴해 버리겠다는 것이다.

이같은 이스라엘의 행위는 미국의 제국주의와 그 하수인 이스라엘이 앞으로 시리아, 이란 등의 주민들을 어떤 식으로 취급할 것인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이스라엘이 전면적인 지상전을 벌이지 않겠다는 말을 믿을 수 없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그같은 움직임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이스라엘 지도부 인사들이 많이 나올 수록, 전면적인 지상전이 전개될 가능성이 더 커진다.

나아가 WSWS는 미국이 이번 전쟁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본다. 미국이 이번 전쟁을 미리 승인하고 이스라엘과 긴밀한 공조체제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외교적인 측면에서도 부시 행정부는 공공연히 이스라엘 정부의 군사적 목표와 정치적인 계산에 맞춰 움직이고 있다.

특히 이번처럼 미국 정부가 휴전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의사를 표시한 적이 없다는 점이 주목된다.

예컨대 <뉴욕타임스>는 19일 부시행정부 관리들의 말을 빌어 "라이스 국무장관은 앞으로도 수일 후에 이번 사태에 개입할 예정인데, 이는 부분적으로는 이스라엘에게 헤즈볼라 세력을 약화시킬 시간을 주기 위해서"라고 보도했다.

또 <월스트리트저널>은 19일 기사에서 "10년 전 헤즈볼라와 이스라엘군이 수주간 치열한 교전을 벌였을 때 당시 클린턴 대통령은 워런 크리스토퍼 국무장관을 이 지역에 파견해 6일 동안 시리아와 이스라엘을 오가며 집중적인 외교를 펼쳤, 최소한 일시적이나마 휴전을 이끌어 낸" 반면 이번 레바논사태에 대해 부시 행정부는 완전히 다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전쟁은 외교정책의 수단'이라는 점을 노골적으로 정당화하고 있다. 이 때문에 WSWS는 "이라크 침공과 장차 있을지 모르는 시리아, 이란 등의 침공이 연속선상에 놓여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WSWS에 따르면 이같은 미국의 접근법은 부시의 '선제적 전쟁' 독트린과 밀접한 관계가 있으며, 이 독트린은 미국의 모든 정치적 기득권 세력과 미국 제국주의를 구성하는 양당(공화당과 민주당)이 모두 수용한 것이다.

WSWS는 "레바논의 학살을 지속하도록 이스라엘에게 기회를 주려는 미국의 확고한 노력은 이번 전쟁이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중동 전반에 걸쳐 미국의 지배권을 확립하려는 미국 제국주의적 정책의 일부분"이라고 강조했다.

WSWS는 "단기적인 관점에서 무모하고 범죄적인 이번 군사적 행위가 그들의 목표를 진전시키는 결과를 가져올지, 아니면 부시 행정부가 이 지역에서 더 깊은 수렁에 빠지게되는 결과를 낳게 될지 지켜볼 일"이라고 덧붙였다.
레바논 사태에 유엔 결의안 1559호 왜 자주 언급되나
헤즈볼라 해체'가 결의안 마지막 '미이행 사항'

유엔 결의안 1559호는 레바논 내전에 이웃 나라들이 개입하는 등 지역전쟁으로 확대되자, 유엔안전보장이사회가 지난 2004년 2월9일 이 사태를 종식시키기 위한 방안으로 채택한 것이다.

이 결의안은 안전보장이사회 회원 15개국 중 찬성 9, 기권6, 반대 0으로 이사회를 통과했다. 찬성은 앙골라, 베닌, 칠레, 프랑스, 독일, 루마니아, 스페인, 영국, 미국이며 기권은 알제리, 브라질, 중국, 파키스탄, 필리핀, 러시아다.

이 결의안은 레바논이 외국의 간섭 없이 자유롭고 공정한 대통령 선거를 할 수 있도록 지지하고, 레바논에 주둔하고 있던 모든 외국군의 철수를 촉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이 결의안은 레바논 정부의 완전한 주권 행사를 방해하는 모든 무장세력의 해체를 촉구했다. 이밖에 이 결의안은 레바논 영토의 보전과 정치적 독립과 관련한 기존의 결의안들이 이행될 것도 촉구했다.

라피크 하리리 레바논 전 총리가 2005년 2월 레바논에서 암살당했을 당시 배후 세력으로 지목된 시리아가 주목되면서, 기독교계를 중심으로 시리아 주둔군 철수를 요구하는 대대적인 시위가 일어났다.

이를 계기로 바샤르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은 주둔군 철수를 지시해, 지난해 4월26일 마지막 시리아 주둔군이 물러가면서 29년이나 레바논에서 지속된 시리아의 군사활동이 끝났다.


'레바논 사태'는 결의안의 마지막 '미해결 사항'을 무력으로 이행하려는 계획

이에 따라 결의안 1559호 중 지금까지 이행되지 않는 사항은 레바논의 무장반군세력의 해체뿐이다.

최근 레바논 사태에서 유엔 결의안 1559호가 자주 거론되는 이유는, 유엔 결의안 1559호의 마지막 '미해결 사항'을 '무력'으로 이행하려는 계획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이 레바논 무장단체인 헤즈볼라 거점인 레바논 남부에 대해 줄기차게 공격을 하고 있는 이유가 바로 '헤즈볼라 제거'로 유엔 결의안 1559호를 완전히 이행한다는 목적을 깔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이번 사태 해결을 위해 논의되고 있는 국제평화유지군의 배치 방안도 헤즈볼라의 축출을 전제 조건으로 하는 '다국적군'이 아니면 이스라엘이 받아들이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스라엘은 자국과 국경을 나란히 하고 있는 3나라 중 이집트와 요르단과는 평화협정을 맺었으나,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북쪽에 해당하는 레바논 남부를 장악하고 있어, 헤즈볼라를 축출한 후 레바논과 평화협정을 맺기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아가 미국도 이스라엘이 앞장 서서 헤즈볼라를 제거해길 원하고 있어 이번 사태 해결에 미온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미국은 이 지역에서 헤즈볼라를 제거하면, 그동안 헤즈볼라를 강력히 지원해온 시리아와 이란이 이 지역에 갖고 있는 영향력도 약화될 것을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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