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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바논사태에 환호하는 美 네오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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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바논사태에 환호하는 美 네오콘

"차제에 이란, 시리아까지 쓸어버리자"

이슬람 무장조직에 납치된 자국 병사 단 3명을 구하기 위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및 레바논에 무차별 폭격을 가하고 있는 이스라엘에 대해 미국의 네오콘들이 열렬한 환호의 박수를 보내고 있다. 자신들의 주도로 이루어진 이라크 점령이 교착상태에 빠져들면서 지난해 하반기 이후 쇠퇴기에 들어선 자신들의 위세를 되살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최근 미 국무부가 이란과의 직접대화 방침을 천명하는 등 부시 행정부의 외교정책이 '현실주의'적으로 선회하는 것을 되돌릴 수 있다고 여기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의 네오콘들은 이번 사태를 촉발시킨 하마스, 헤즈볼라 등 이슬람 무장조직을 박멸하는 것은 물론 그 후원자인 이란, 시리아에 대해서도 공격을 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90년대 헤즈볼라가 확보한 자국 병사 시체 3구와 이스라엘 내 수감자 수백 명의 포로교환을 단행하기도 했던 이스라엘 정부가 유독 이번 사태에서는 일체의 협상을 배제한 채 즉각 가자지구 및 레바논 폭격에 나선 이유, 최근 러시아에서 열린 G8 정상회담에서 레바논에서의 사태 정상화를 위해 평화유지군을 파견하자는 국제사회의 제안을 부시 대통령이 애써 외면한 이유가 무엇인지를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한마디로 미국의 강경파들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테러와의 전쟁'을 재가동시켜 1980년대 이래 숙원이었던 이란 및 시리아에 대한 정권 교체를 도모하려는 것이다.
  
  다음은 미국의 안보문제 전문가이자 진보적 언론인인 짐 로브(Jim Lobe)가 지난 18일 이번 레바논사태에 대한 미국내 네오콘들의 반응을 정리한 글, '돌아온 네오콘: 이란을 탓하며 이스라엘을 후원하다(Neocon Redux: Blame Iran, Back Israel')의 전문이다. 원문은 http://mrzine.monthlyreview.org/lobe180706.html에서 볼 수 있다. <편집자>

  
  '돌아온 네오콘: 이란을 탓하며 이스라엘을 후원하다'
  
  가자지구와 레바논에 대한 이스라엘의 군사공격이 (쇠퇴일로에 있던 미국의) 네오콘들에게 힘을 불어넣어주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이라크사태의 지지부진함으로 영향력을 상실한 네오콘은 이번 사태를 재기를 위한 절호의 기회로 보고 있다. 네오콘은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의 무조건적인 지지를 주장하면서 나아가 헤즈볼라를 지원해 온 이란의 핵시설에 대해서 미국이 직접 공격을 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네오콘의 대변지) <위클리 스탠다드>의 편집장 윌리암 크리스톨은 이 잡지 최신호(7월 24일자)에서 "이번 전쟁을 시작한 테러조직들의 배후조종자"는 바로 이란이라면서 미국은 이번 전쟁을 "극단적 이슬람주의에 대한 전지구적 투쟁"의 일환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기사의 제목은 "이 전쟁은 바로 우리의 전쟁"이었다.
  
  그는 최근 들어 워싱턴이 "시리아와 이란에 맞서 이들의 세력을 약화시키는 데 한 일이 거의 없다"고 불평하면서 조지 부시 대통령을 향해 "그 바보같은 상트페테르부르그 G8 정상회담에서 (…) 곧바로 (이스라엘의 수도) 예루살렘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이야말로 미국과 한편이며, 미국과 함께 공동의 적에 맞서 싸울 용의가 있는 나라라는 것이다.
  
  (네오콘의 본산인) '새로운 미국의 세기를 위한 프로젝트(PNAC)'의 창립발기인이며 공동의장이기도 한 크리스톨은 "이번 전쟁은 우리의 전쟁이기도 하다"고 선언했다.
  
  <위클리 스탠다드>와 함께 우익 잡지의 쌍벽을 이루는 <내셔널 리뷰> 최신호(17일자)도 크리스톨의 주장에 맞장구를 쳤다. 네오콘 논객 래리 쿠들로우는 '이스라엘의 순간: 자유세계의 이득'이란 제목의 칼럼에서 "자유세계에 사는 우리 모두는 이스라엘에게 커다란 빚을 지고 있다. 이스라엘은 이란의 테러 하수인 헤즈볼라와 하마스의 위협으로부터 우리의 자유와 민주주의, 그리고 안전을 지켜주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이스라엘은 자신의 조국과 자신의 존재 자체를 지키고 있다. 동시에 그들은 중동지역에 있는 민주주의의 최전방 보루이자 미국의 동맹국으로서 미국의 안전을 지켜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크리스톨을 비롯한 다른 극단주의자들과 마찬가지로 쿠들로우는 ("역시 이란의 지령을 받고 있는") 시리아도 장래 미국의 공격목표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2개의 칼럼은 지난 12일 헤즈볼라의 운명적인 국경 침범 및 이스라엘 병사의 납치에 대한 보복으로 이스라엘이 레바논에 대한 무차별 폭격을 시작한 이후 미국의 활자매체 및 방송매체에 나타난 호전적 논평의 최근 사례일 뿐이다. 이들 논평은 최근의 사태를 서구문명의 전진기지인 이스라엘과 이란 및 그 하위파트너인 시리아에 의해 조종되는 이슬람 극단주의 간의 전지구적 투쟁으로 묘사하려는 네오콘 및 우익 동조자들의 의도적인 선동전술의 일환인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견해를 가장 멜로드라마적으로 표현한 사람은 전 (공화당) 하원의장 뉴트 깅리치다. 그는 지난 16일 NBC방송의 '언론과의 만남(Meet the Press)' 프로그램에 나와 이번 사태는 "제3차 세계대전의 (…) 초기단계"라고 선언했다.
  
  현재의 폭력사태를 훨씬 규모가 큰 투쟁의 일환으로 규정하며, 나아가 이스라엘을 미국의 가장 충성스런 최전방의 동맹으로 규정하려는 노력은 2001년 9월 11일 테러공격에 대한 네오콘들의 초기 대응을 연상시킨다.
  
  9.11 발생 9일 후인 2001년 9월 20일, 크리스톨을 비롯한 PNAC 멤버들은(체니 부통령, 럼즈펠드 국방장관, 그리고 부시행정부의 다른 고위 관리 6명이 포함돼 있었다) 부시 대통령에게 공개서한을 보내 알카에다와 아프가니스탄에게만 보복할 것이 아니라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 아라파트 PLO 의장 등 중동지역에 있는 이스라엘의 주적들도 공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와 함께 이 공개서한은 다음과 같이 권고했다.
  
  "테러와의 전쟁이라면 반드시 헤즈볼라를 겨냥해야만 한다. 우리는 미 정부가 이란 및 시리아에 대해 헤즈볼라와 그 조직들에 대한 모든 군사적, 재정적, 정치적 지원을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해야 한다고 믿는다. 만일 이란과 시리아가 이같은 요구에 응하지 않는다면, 정부는 테러리즘에 대한 이 국가후원자들에 대해 적절한 보복조치를 강구해야 한다."
  
  "이스라엘은 국제테러리즘, 특히 중동지역에서의 테러리즘에 대한 전쟁에서 미국의 가장 강력한 맹방이다. 미국은 테러리즘과의 전쟁에서 우리의 동료 민주국가인 이스라엘을 전폭적으로 지지해야 한다."
  
  PNAC가 제기한 의제 중 이라크와 팔레스타인에 관한 부분은 즉각 정책으로 채택됐고 사실상 목표를 달성한 반면 헤즈볼라, 나아가 시리아와 이란까지 공격해야 한다는 네오콘의 소망은 미군이 이라크에서 갈수록 거세지는 무장저항 세력에 맞서느라 발이 묶이는 바람에 실행에 옮겨지지 못했다.
  
  나아가 이라크 상황이 악화됨에 따라 부시행정부 내외에서 네오콘의 영향력은 쇠퇴해 갔으며, 이에 따라 주로 국무부에 기반을 둔 '현실주의자'들이 득세하기 시작했다. 이들 '현실주의자들'은 이라크 상황의 안정, 그리고 헤즈볼라도 참여한 레바논 민간정부의 강화를 위한 테헤란 및 다마스커스의 협력을 확보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덜 적대적인 정책을 선호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본다면, 현재의 사태는 네오콘이 자신의 영향력을 다시 한번 높이고 나아가 이스라엘을 주역으로 한 헤즈볼라 및 두 후원국가(이란, 시리아)와의 전쟁을 다시 가동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아닐 수 없다.
  
  <위클리 스탠다드> 7월 24일자의 표지 제목은 '이란의 대리전쟁'이었다. 나아가 4개 이상의 기사가 헤즈볼라 및 하마스에 대한 이란의 지원을 강조하면서, 미국이 단독으로 이란이나 시리아 또는 두 나라 모두를 공격하지 않을 계획이라면 (미국을 대신한) 이스라엘을 전폭 지원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채워졌다.
  
  이 새로운 선전운동의 최대 목표는 이란 및 시리아에 대해 보다 유화적이며 '현실주의'적인 정책을 펼치고 있는 국무부다. 네오콘에 따르면 국무부의 유화적인 정책이 미국을 약한 것으로 보이게 만듦으로써 역작용을 초래하고 있다는 것이다. 크리스톨은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그들은 이제 수 년 전(즉 9.11 이전)에나 생각해 봤음직한 대담함으로 우리를 시험하고 있다. 취약함은 적의 도발을 불러온다. 우리는 그동안 너무 나약했으며 나약하게 비춰지도록 행동했다. (…) 새로운 강력함으로 대응하는 것이말로 올바른 대응법이다. (특히) 시리아와 이란의 정권 교체를 추구함에 있어, 이란측의 도발에 대응함에 있어 이란 핵시설에 대한 군사공격이라는 단호한 대응을 해야 한다."
  
  그동안 미국의 중동정책이 나약했고 상대방의 요구를 들어주기에 급급했다는 이들의 주장에는 다른 네오콘 논객들도 가세했다. 미국기업연구소(AEI)의 마이클 루빈, 체니의 심복이자 국방부 정책기획단 단장을 역임한 리차드 펄 등이 그들이다. <위클리 스탠다드> 24일자에 실린 다른 기사에서 루빈은 최근 국무부의 중동정책은 "말만 많고 전략은 전혀 없는" 것이었다고 비난하면서 이런 정책이 적들, 특히 이란의 간뎅이를 붓게 만들어 감히 위싱턴 및 그 동맹국들에게 도전하게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루빈은 <내셔널 리뷰>(17일)에 실린, '우선 싹 쓸어버리자'라는 도발적 제목의 기사에서 이같은 자신의 주장을 부연 설명했다. 최근 사태에서 외교란 "우선 헤즈볼라와 하마스를 싹 쓸어버리고 이들에게 돈을 대준 국가들이 그 지원에 대한 혹독한 대가를 치른 연후에 시작돼야" 비로소 성공을 거둘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만일 평화를 원한다면 시리아와 이란 지도부를 반드시 징벌해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무엇보다도 네오콘들은 중동지역에서 미국의 입지는 이제 이스라엘 군사작전의 성패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놓여 있다고 주장한다.
  
  <위클리 스탠다드>의 또다른 기사, '깡패국가들의 반격: 이란, 시리아, 하마스, 그리고 헤즈볼라 대 이스라엘'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친이스라엘의 강경파 싱크탱크 '워싱턴근동연구소'의 로버트 사틀로프 사무총장은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이스라엘의 패배는, 그것이 전장에서의 패배이든 또는 결점 투성이의 휴전을 성사시키기 위해 이스라엘에게 타협을 강요하는 방식에 의해서건, 곧 미국 국익의 패배다. 그렇게 되면 온갖 종류의 과격분자들이 들고 일어나는 것은 물론, 이란과 시리아는 이라크에 보다 많은 혼란의 씨앗을 뿌릴 것이며, 결국 미국은 이 극단주의자 동맹세력들과 궁극적 대결에 나설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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