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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과 '공익', 기로에 선 경인 새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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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수익'과 '공익', 기로에 선 경인 새방송

사업자 공모 레이스 점화…"공익민방 논의 실종 우려"

'제2의 SBS'로 불리며 연말 언론계의 최대 관심사로 급부상하고 있는 경인지역 새 지상파방송사 설립이 22일로 본격적인 레이스에 돌입했다. 사업자를 희망해 온 각 컨소시엄은 보다 유리한 고지를 점유하기 위해 사업자 공모 마감일인 24일까지 치열한 '눈치작전'을 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언론계 일각에서는 애초 '공익적 민영방송'의 실험대가 될 것으로 기대했던 경인 새 방송 설립이 지상파방송사 소유를 통한 막대한 수익 창출의 '부푼 꿈'에만 치우치는 모습을 보이자 우려의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제2의 SBS' 7개 컨소시엄 각축**

인천·경기 남부를 방송권역으로 했던 경인방송(iTV)이 지난해 12월 31일 정파됐을 때만 해도 이 지역에 다시 새 방송사가 설립될 것으로 본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러나 사정은 급속히 달라졌다. 정부가 새 경인방송을 외주 전문채널로 키운다는 소문이 업계에 떠돌고, 이와 때를 같이 해 몇몇 희망사업자들이 "정권 차원에서 밀어주고 있다"는 입소문을 내면서 여기저기서 참여 의사를 밝히는 기업체들이 속출하기 시작했다. 여기다가 방송위원회가 그동안 서울 지역에 가로막혀 있던 경기 북부지역을 방송권역으로 터주자 손익계산을 따지는 기업체들의 머리도 빠르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실제로 CJ투자증권의 한 관계자는 "가시청 권역이 과거의 250만 명에서 케이블채널을 통해 서울지역 시청자까지 아우를 경우 모두 2300만 명으로 10배 가까이 뛰어오르게 돼 사실상 '제2의 SBS'가 탄생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영업 정상화가 된다면 경인 새 민영방송은 연간 100억 원 이상의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렇기 때문에 방송위가 지난 9일 예비사업자 간담회를 개최한 뒤 지금까지 경인지역 새 방송 선정 공모에 뛰어든 업체들은 모두 7개 컨소시엄이나 되고 있다.

구체적으로 △희망조합이 주축이 된 '경인지역 새 방송 창사준비위원회'(창준위)와 CBS가 손을 잡은 'GooD TV 컨소시엄' △(주)한국단자공업을 대주주로 (주)서울미디어그룹이 참여하고 있는 'NBC 컨소시엄' △하림의 자회사인 제일곡산을 지배주주로 농우바이오가 참여하는 '경인 열린방송 컨소시엄' △셋톱박스 업체인 휴맥스가 주도하는 컨소시엄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중기협)를 지배주주로 신구건설 등이 참여하는 컨소시엄 △경기도 부천 영안모자가 주도하는 가칭 'KIBS 컨소시엄' △지난 16일 뒤늦게 도전장을 낸 누리텔레콤 컨소시엄 등이 이들이다.

방송위는 현재 기존 경인방송 법인이 진 채무 등을 감안해 경인방송 인수 비용을 1000억 원대로 잡고 있어 각 컨소시엄들도 자본 규모를 이에 맞춰 조정하고 있다.

***공모마감 막판까지 컨소시엄 '이합집산'할 듯**

이처럼 경인 새 방송 사업자를 희망하는 업체들이 속속 늘어나면서 방송위로부터 어느 컨소시엄이 마지막 '간택'을 받게 될지를 가늠해 보는 것도 그리 쉽지 않게 됐다. 각각의 컨소시엄이 갖고 있는 장·단점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GooD TV 컨소시엄 = 'GooD TV 컨소시엄'은 옛 경인방송노조인 희망조합과 현업 언론단체, 인천지역 TV주파수지키기 시민대책협의회, 경기북부·고양지역 단체 등 102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경인지역 새 방송 설립 창사준비위원회'(창준위)가 결합하고 있어 정통성은 물론 명분에서도 우위를 점하고 있다.

'GooD TV 컨소시엄'은 주축인 CBS의 참여와 관련해 방송위가 지난 10월 19일 경인민방 사업자 선정 방안을 발표하면서 "선교를 목적으로 하는 종교관련 법인, 특별법에 설립된 법인이나 단체는 지분율 5% 이상 주요주주로 참여를 지양한다"고 밝혀 한때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방송위의 사실상 입장 철회로 한판 승부를 겨룰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GooD TV 컨소시엄'은 잠시 주춤했던 컨소시엄 구성작업에 박차를 가해 CBS가 4대 주주(지분 9.9%)로 내려앉는 대신 1~3대 주주로 지난 18일과 21일 태경산업과 황금에스티, 기전산업 등을 참여시켰다. 창준위는 시민주 형식으로 5%의 지분만 보유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GooD TV 컨소시엄'은 한 때 1대 주주로 경기도 용인의 한국민속촌을 소유하고 있는 (주)조원관광과 접촉을 시도하기도 했으나 정영삼 회장이 고 육영수 여사의 조카사위라는 점 때문에 더 이상 논의를 진전시키지 않았다.

◆NBC 컨소시엄 = (주)한국단자공업을 대주주로 서울미디어그룹(SMG)이 주축이 된 'NBC 컨소시엄'은 최근 독립제작사협회에 지분 10%를 할당하는 등 '내실 다지기'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NBC 컨소시엄'은 한때 기존 경인방송 법인의 박상곤 이사와 박상은 전 회장(현 정부 경제통상 대사) 등이 관여하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새 사업자로 적절치 않다는 시민사회단체의 지적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컨소시엄 측은 발 빠르게 "개인적으로 도움을 주고 있을 뿐 경인방송 법인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고 극구 부인했다. 언론계는 이처럼 컨소시엄 측이 예민하게 반응하는 이유에 대해 지난 2일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예산심의 과정에서 이효성 방송위 부위원장이 "법적으로 제한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나서 열어 놓기는 했지만 심사 과정에서 고려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밝혔기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NBC 컨소시엄'은 대표들이 모두 언론계가 그리 달가워하지 않는 특정기업, 특정신문사와 연관성을 갖고 있는 점도 단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실제로 대주주인 한국단자공업의 이창원 대표는 중앙일보 정치부에서 기자로 활동한 경력이 있고, SMG 심상기 회장 또한 중앙일보 편집국장 출신이다. 경인방송 법인 박상곤 이사 역시 중앙일보 출신이다. 때문에 언론계 안팎에서는 "배후에 지상파방송 사업권을 노리는 삼성그룹과 중앙이 있다"는 뒷말이 계속 흘러나오고 있다.

'NBC 컨소시엄'이 독집제작사협회를 주주로 끌어들이며 '외주편성 50%'를 공언한 것도 새 방송의 외주전문채널화를 반대하는 언론 현업·시민사회단체의 강한 반발을 사고 있어 방송위로서는 이래저래 부담이다.

◆휴맥스 컨소시엄 = 지난 89년 설립된 디지털 셋톱박스 전문생산업체인 휴맥스도 지난 7일 컨소시엄 구성을 공식발표 했다. 휴맥스는 경기도 용인에 소재하고 있으면서 지난해에만 4770억 원의 매출을 올린 건실 기업인 관계로 벌써부터 방송위로부터 후한 점수를 받고 있다는 후문이다. 휴맥스는 이번에 주성엔지니어링, 인성정보통신 등 벤처기업들을 중심으로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휴맥스 컨소시엄은 복수종합유선방송(MSO)인 '한빛아이앤비'의 지분 9.4%를 소유하고 있는 것이 막판까지 발목을 잡는 요인이 됐으나 방송위가 "현행 방송법에 따라 지상파TV와 SO간 겸영을 금지한다"는 유권해석을 내리자 지난 20일 전격적으로 관련 지분을 매각하기로 결정하는 등 경인 새 방송 사업권 확보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휴맥스의 한빛아이앤비 보유주식은 70만4224주이며, 시가로는 210억 원에 이른다.

◆경인 열린방송 컨소시엄 = 지난 96년 전주민방 사업자 경쟁에서 고배를 마셨던 닭고기 가공업체 (주)하림은 지역 연고를 감안해 인천에 본사를 둔 (주)제일곡산을 내세워 이번에도 또다시 도전장을 냈다. (주)제일곡산은 하림이 최대주주인 사료전문업체이다. (주)제일곡산은 지난 9일 '지역민방, 액세스 어떻게 할 것인가'란 주제의 토론회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몸집 불리기'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방송계 일부에서는 하림과 제일곡산이 이미 농산홈쇼핑을 소유하고 있어 만약 방송사업권을 따낼 경우 방송계의 노른자 격인 지상파TV와 홈쇼핑을 두루 소유한 것으로 인해 이중특혜 논란에 휩싸일 소지가 높은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중기협 컨소시엄 = 일찌감치 경인 새 방송 참여를 준비해 온 중기협은 방송법상 최대 지분율인 30%를 소유하고, 나머지는 신구건설 등 참여 회원업체들이 각각 30~40% 지분을 담당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김용구 중기협 회장은 "사업 재원으로 우선 130억 원의 조합 협동화 자금과 KTF 주식 60만 주가 이용 가능하다"며 "방송법상 최대주주 한도인 30%(330억 원)는 정부 또는 타 기관에 의존할 필요 없이 조달이 가능하다"고 자신감을 내비췄다.

그러나 국고지원을 받고 있는 법인이 지상파방송을 소유한다는 점에서 정치권의 반발이 만만찮은 실정이다. 실제로 한나라당은 지난 국정감사 때에도 청와대와의 연관설을 내놓은 바 있다. 여기다가 방송위 또한 지역민방의 대주주가 대체로 건설사인 점 등을 몹시 꺼려하고 있다.

◆가칭 KIBS 컨소시엄 = 경기도 부천에 있는 영안모자(대표 백성학)도 가칭 경인방송(KIBS)으로 컨소시엄 명칭을 정하고 주주 및 사업추진단의 구성에 나서고 있다. 영안모자는 세계 스포츠·레저용 모자시장의 4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중견기업이다.

KIBS 컨소시엄은 맥도날드 체인업체인 신맥, 경기고속 등과 컨소시엄을 맺었다는 사실 이외에 컨소시엄 규모 등에 대해서는 모든 것을 비공개에 붙이고 있다. 한편 지난 16일 공시를 통해 컨소시엄 참여 의사를 밝힌 누리텔레콤도 세부사항을 일체 공개하지 않고 있다.

***공익민방 구현, 실험대에 선 방송위**

이들은 24일 사업자 선정 공모 마감을 앞두고 보다 우위를 점유하기 위해 '그랜드 컨소시엄'을 구성하기 위한 부산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방송위 또한 될 수록 많은 업체들이 병합할 경우 사업자 선정을 둘러싼 잡음이 최소화될 것으로 보고 은근히 그랜드 컨소시엄을 바라는 눈치다.

하지만 언론계는 이러한 과열 경쟁 구도 속에서 정작 새 민영방송 설립을 논의하게 된 근본 취지가 사라지고 있는 점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양문석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은 "경인지역 새 방송은 iTV 실패를 거울삼아 보면 철저히 지역주민 중심적이고, 더불어 공영성을 기본 틀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 자연스럽게 도출된다"며 "방송위는 차분히 옥석을 가린다는 심정으로 예비사업자들을 살펴본 뒤 언론개혁에 이바지할 수 있는 사업자의 손을 들어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전국언론노조 한 관계자도 "사적 이윤 창출에만 매달려 왔던 기업인들이 단시간 안에 올바른 방송철학을 키우기란 사실상 불가능할뿐더러, 더군다나 이를 사업계획서상의 몇 줄 문구로 평가하는 것도 무리가 있다"며 "방송위는 어느 때보다도 강고해진 시청자들의 눈이 이번 선정과정에 쏠려 있다는 점을 결코 잊어서는 안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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