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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민, 문대성 뒤에 숨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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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민, 문대성 뒤에 숨지 말라"

[데스크 칼럼]<13> 김용민 후보가 사퇴해야 하는 이유

지난 3월 초 '김용민 공천설'이 나왔을 때, 민주통합당 김용민 후보는 말했다. '국회의원은 자신의 인생 경로에는 예정에 없던 일'이라고. 대의제 민주주의 사회에서 '피선거권'은 만 25세 이상인 모든 국민에게 보장된 권리이기도 하다. 국민의 의사를 대변하는 '의원' 자리는 '공인'으로서 매우 무거운 책임감을 갖는다. 무려 7-8년 전 한 인터넷 방송에서 쏟아낸 '성적 발언'으로 보수세력으로부터 난타를 당하고 있는 김용민 후보가 사퇴해야 한다고 보는 것은 이 때문이다.

문제가 된 김 후보의 발언이 정말 본인이 선거에 나설 것이라고는 꿈도 꾸지 않던 시절에, 그것도 '성인방송'을 표방하고 대놓고 성적 농담을 하는 프로그램에서 나왔다는 걸 감안해야 한다는 것도 안다. 또 '라이스를 강간해 죽이자'는 발언이 당시 아부 그라이브 교도소에 수감돼 이라크 여성들이 미군들에 의해 강간당한 사건을 얘기하다 나온 것이라는 맥락도 안다.(관련 기사 보기 :"이라크 여성포로, 하루에 17차례나 강간 당해") 논란이 되자마자 김용민 후보가 트위터와 동영상을 통해 바로 사과한 것도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용민 후보는 원칙적으로 사퇴하는 게 맞다고 본다.

왜? 정봉주 전 의원의 구속으로 자리가 빈 노원을 지역구를 당 안팎의 비판과 반대에도 불구하고 김용민 후보를 전략공천하는 과정에서부터 잘못됐다. 물론 <나는 꼼수다>가 20-30대 젊은이들이 정치 참여에 지대한 공을 세웠고, 이런 열기를 4.11 총선에서 민주당이 흡수할 전략적 필요가 있었다는 배경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후보에 대한 검증은 생략됐다.

더 본질적인 이유는 김용민 후보가 국회의원이 돼야 할 근거가 이젠 실종됐다는 점이다. 김용민 후보는 지난달 14일 공천이 확정됨과 동시에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 나쁜 정권에 너무 화가 난다"며 'MB정권 심판'을 출마 이유로 밝혔었다. 최근 드러난 이명박 정권의 민간인 사찰 문제 등을 밑에 깔고 "공포 속에 가둬질 우리 권리를 지켜내는 일이 더 절박하다"고도 했다.
▲ 공천 사실이 확정된 뒤 기자회견을 갖고 있는 김용민 후보(오른쪽)ⓒ연합

지난 3일 오후 김용민 후보의 '저질 발언'이 처음 공개된 이후 보수세력은 총공세를 펼치고 있다. 새누리당은 5일 김구라 씨와 같이 한 방송에서 나온 '성적 발언'과 '노인 폄훼 발언'을 추가로 공개했고, 6일엔 '기독교 폄훼 발언'을 문제 삼았다. 대변인, 여성 비례대표 후보 등이 나서서 사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연일 하고 있다.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등 보수언론, 보수적 기독교단체, 어버이연합 등 보수적 시민단체 등도 김 후보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아마 총선이 끝날 때까지 보수세력의 공세는 계속될 것이다.

오히려 이런 보수세력의 공세가 "쫄지 마!"를 외치며 버틸 수 있는 명분으로 삼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김 후보가 당선이 되더라도 보수세력의 공세는 계속될 것이다. 애석하게도 이 싸움에서 보수세력의 문제제기는 '트집잡기'가 아니다. 누가 봐도 김 후보의 발언은 '도'를 넘어선 것이기 때문이다. '의원 김용민'의 정치적 앞날은 매우 험난할 뿐 아니라 정치적 입지도 매우 좁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의원 김용민'이 'MB 심판'의 최전선에 설 수 있을까? '의원 김용민'의 발언에 과연 얼마나 많은 국민들이 '정치적 무게'를 실어줄 수 있을까?

박사학위 논문 표절이 사실상 드러난 새누리당 문대성 후보도 버티고 있다는 사실을 '방패'로 삼는 것은 비겁하다. 새누리당에도 '불륜 의혹'을 받고 있는 유재중 후보(부산 수영), '성상납 의혹'이 불거진 정우택 후보(청주 상당) 등 의혹이 사실이라면 김 후보보다 더 죄질(?)이 나빠 보이는 후보들도 있는 것도 사실이다. 여기자를 성추행한 뒤 "식당 여주인인 줄 알았다"는 명언을 남긴 무소속 최연희 후보(강원 동해삼척), 여대생 성희롱 발언을 한 무소속 강용석 후보(서울 마포을)도 출마했다.

이들을 방패로 삼는다면 김 후보도 같은 수준으로 전락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의원직을 고집하는 게 김 후보 본인에게도, 또 그가 그토록 바라는 'MB 심판'에도 도움이 되지 않아 보인다. 'MB심판'이 꼭 의원이 돼야만 가능한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진영논리'를 내세울지도 모른다.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혼전으로 총선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김 후보가 사퇴하면 한 석을 새누리당에 거저 주는 셈이라는 논리다. 하지만 진보의 가치 중에 어떤 것도 다른 무엇에 앞서는 것은 없다. 더 이상 성평등이나 인권이 '진영논리' 속에서 때로는 과도하게 이용당하거나, 때로는 침묵해야할 가치로 인식돼서는 안 된다.

신생 진보정당인 녹색당은 5일 논평을 내고 "야권이 한 석을 얻는 것보다, 성평등과 인권이 정치의 잣대로 자리잡는 일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중요하다"며 "(김용민 후보가) 스스로 물러남으로써 성평등과 인권이 정치의 중요한 잣대임을 보여주는 것, 이것이 김용민 씨가 지금 우리 정치에 기여할 수 있는 일"이라고 밝혔다. 깊이 공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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