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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봉주 '대타' 김용민, '지역구 세습'과 뭐가 다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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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봉주 '대타' 김용민, '지역구 세습'과 뭐가 다른가?

민주당 김용민 전략공천의 불편한 단면

<나는 꼼수다(나꼼수)> 멤버 김용민 씨가 같은 멤버인 정봉주 전 의원을 대신해 서울 노원갑에 출마하기로 했다. 민주통합당은 시사평론가인 김 씨를 14일 이 지역에 전략공천한다고 밝혔다.

<나꼼수>와 정봉주 전 의원 지지자들은 환영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김 씨의 출마에 대한 비판적 시선도 존재한다. 또 다른 의미의 '지역구 세습'이라는 점 때문이다.

정봉주 전 의원이 강력하게 요구했고, 민주통합당은 정봉주 전 의원이 현재 갖고 있는 상징성을 감안했으며, 김용민 씨 역시 이같은 요구에 '떠밀려' 출마를 결심했다지만, 이 모든 과정이 "정치의 희화화와 국민의 냉소"를 부추긴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비전보다 인기몰이에만 관심 있는 민주통합당, 김용민 전략공천은 그 연장선"

▲ 정봉주 전 의원을 목말 태운 시사평론가 김용민 씨.ⓒ뉴시스
총선 출마와 관련해 김용민 씨 본인은 많은 고민을 거듭한 것은 분명하다. 출마설이 여의도 정가를 떠돌 때 김용민 씨는 "김용민의 인생 계획에 없던 일"이라는 말을 여러 차례 했다.

출마가 공식적으로 확정된 이날도 <나꼼수> 멤버인 주진우 시사인 기자는 자신의 트위터에 "원치 않던 길이었습니다. 예정에 없던 일이었습니다. 막내의 어깨가 너무 무거워 보여 마음이 무겁습니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이런 나꼼수의 분위기는 김용민 씨의 출마가 김 씨 개인이나 <나꼼수>라는 집단의 '권력욕'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란 것을 보여준다.

문제는 김 씨의 전략공천이 지나친 '포퓰리즘' 아니냐는 비판의 지점이다. 출마라는 개인의 선택보다는 민주통합당의 공천 결정이 타깃이다.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지금 민주통합당은 비전이나 정책으로 유권자에게 접근하기 보다는, 슈퍼스타케이 방식의 청년비례 선출처럼 인기몰이식 공천에만 공을 들이고 있다"며 "김용민 전략공천은 그 연장선에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용민 씨의 출마선언문에도 그가 현실 정치 참여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바는 잘 보이지 않는다. 정봉주 전 의원을 구속시킨 "이 정권과 '맞장'을 뜨고 끝장을 보겠다"는 다짐은 있지만, 그 '맞장' 이후 무엇을 하겠다는 비전은 아직 김 씨에게 없다. 한 정치 평론가는 "김 씨는 정봉주 전 의원의 '대타'로 지목된 것일 뿐, '내가 어떤 사회를 위해 무슨 정치를 하겠다'는 대안과 의지를 가지고 나오는 것이 아니지 않냐"고 지적했다.

이는 정치가 과연 개인의 '사적인 복수' 수단이 될 수 있느냐는 비판과도 연결된다. 우리 사회의 갈등을 조정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영역으로 발전되어야 할 정치는 분명 공적인 영역이다. 물론 정봉주 전 의원을 구속까지 시킨 현 정부의 여러 실정을 선거를 통해 '심판'하는 것은 공적 영역에 있다. 그러나 정봉주 전 의원과 친한 김 씨가 반드시 그 칼날을 휘둘러야 한다는 주장은 논리적 설득력을 가지지 못할 뿐 아니라, 공적 영역에서 벌어지는 정치적 행위인 '정권 심판'까지도 '사적인 복수'와 혼동되게 만들 가능성이 있다.

김윤철 교수는 "사실 정치란 나꼼수 식의 폭로성 주장만으로는 안 되며, 책임감과 갈등 조정 능력이 필요한 영역"이라며 "김용민 씨의 그런 정치력이 충분히 검증돼 공천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구시대적 관행 '지역구 세습', 이용희와 정봉주는 무엇이 다른가"

이른바 '지역구 사유화', 일종의 '세습'이라는 비판도 공적 영역인 정치를 사적인 차원으로 끌어내렸다는 사실에 기반한 것이다. 지역구에서 이미 터젼을 닦아 놓은 정치인이 해당 지역구를 자신과의 친소관계에 따라 '물려주는' 것은 구시대의 관행이다.

이번 총선에서도 자신의 아들에게 지역구를 물려주고자 민주통합당으로 복당한 이용희 의원의 행태는 논란 꺼리였다. 그리고 그 아들에게 공천장을 준 민주통합당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이용희 의원의 '지역구 세습'과 정봉주 전 의원의 '대타 내세우기'는 본질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 김용민 씨에 대한 전략공천은 정 전 의원이 가장 강력하게 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부 언론에는 정 씨가 당 지도부에게 탈당까지 언급했다는 얘기가 보도되기도 했다.

민주통합당의 한 관계자는 "사실 정봉주 전 의원이 김용민 씨를 내세운 것은 자신의 지역구를 다른 사람에게 빼앗기기 싫어서 아니냐"고 말했다. 한 번 빼앗기면 되찾기는 어려운 것이 지역구라는 것은 정치권 인사면 모두가 공감하는 대목이다.

이 관계자는 "결국 나중에 순순히 자신에게 돌려줄 사람에게 잠시 맡겨두겠다는 '꼼수'인데 당 지도부도 이를 알면서 여론에 떠밀려 김 씨를 공천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민주통합당 지도부에서는 김 씨 공천에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한명숙 대표는 나꼼수 청취자들과 정봉주 전 의원 지지자들의 요구를 외면하지 못했다. 한 대표 뿐 아니라, 이날 김 씨의 공천이 확정된 뒤 진보적 정치 평론가와 학자들 다수에게 이에 대한 의견을 묻자 부담스러워했다.

이같은 '눈치보기'가 그 지역에서 터를 닦고 있던 정치 신인들을 또 다시 배제하는 결과를 불러오며 또한 '정치 희화화'를 부추긴다는 일각의 우려는, 이런 분위기 속에 설 자리를 얻지 못하고 있다. 김윤철 교수는 "현재 민주통합당이 비판받고 있는 이유는 다른 곳에 있는데, 인기 있는 사람을 공천하면 된다는 안이한 발상이 오히려 민주통합당의 위기를 더 증폭시킨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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