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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도 '디도스 테러' 부정선거 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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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도 '디도스 테러' 부정선거 파문

푸틴당 과반 득표 아슬아슬…'그래도 사실상 승리' 주장

러시아에서 반정부 성향 언론사와 선거감시기구의 사이트가 디도스(DDos) 공격을 받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국가두마(하원) 총선이 치러졌다. 디도스 공격을 받은 언론사와 단체들이 선거의 공정성에 이의를 제기하는 가운데 출구조사 결과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가 속한 통합러시아당의 득표수가 크게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4일(현지시간) <AFP>에 따르면 러시아의 반정부 성향 라디오 방송 <모스크바의 메아리>와 야당 성향 언론 <코메르산트>, 선거감시기구 NGO(비정부기구)인 '골로스'의 웹사이트 등에 디도스 공격이 가해졌다. 정부에 대한 탐사보도로 잘 알려진 주간지 <뉴타임스>도 이날 수 시간 동안 접속이 차단됐다.

알렉산더 베네딕토프 <모스크바의 메아리> 보도본부장은 이날 트위터에 디도스 공격 사실을 알리면서 "총선 당일 일어난 디도스 공격은 선거법 위반에 대한 보도를 방해하려는 시도임이 명확하다"고 주장했다. <모스크바의 메아리>는 러시아 국영 가스기업 '가스프롬'의 소유임에도 자유주의 성향의 야당 지지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좋은 라디오 방송이다.

'골로스'도 트위터를 통해 러시아 전역에서 신고된 부정 의혹을 알리는 자신들의 웹사이트가 광범위한 디도스 공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골로스는 러시아의 유일한 선거감시기구로 최근 몇 주간 대부분 통합러시아당과 관련된 5300여 건의 선거법 위반 사례를 인터넷에 공개해왔다.

릴리야 시바노바 골로스 대표는 "이러한 디도스 공격은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 작업"이라며 이번 공격에 여당과 러시아 당국이 개입되었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가디언>은 최근 몇 년간 러시아에서 '인터넷 정치'가 활발해지면서 온라인을 통해 야당의 선거 캠페인에 대한 탄압과 선거부정을 고발하는 영상과 사진들이 유포되어 왔다고 전했다.

<AFP>는 푸틴 총리가 골로스와 같은 비정부기구(NGO)를 예수를 배신한 유다에 비유하며 비난했었다고 전했다. 이날 투표가 종료된 이후 <모스크바의 메아리>는 접속이 재개됐지만 '골로스' 사이트는 계속 접속 불가능한 상태로 남아있었다고 통신은 덧붙였다.

선거법 위반 행위를 알리려는 언론과 NGO의 노력이 국민들에게 전달되지 않는 사이 이날 선거에서 일부 부정도 나타난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 최대 야당인 공산당의 겐나디 쥬가노프 당수는 미리 기표된 투표용지를 투표함에 넣거나 여당인 통합러시아당을 찍은 유권자들에게 공짜 식사가 제공되는 등 선거부정 행위가 벌어졌다고 주장했다.

골로스도 일부 투표소에서 골로스 활동가들과 야당 측 선거감시 요원들의 출입이 저지당했다고 밝혔다. 이날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선거부정에 항의하던 시위대 수십 명이 경찰에 연행됐지만 러시아 주요 언론들은 이를 보도하지 않았다.

▲ 4일(현지시간) 러시아에서 치러진 하원 총선이 개표에 들어갔다. ⓒAP=연합뉴스

푸틴 이끄는 통합러시아당, 하원 과반 확보 '빨간불'

한편, 개표가 75% 진행된 하원 선거에서 통합러시아당은 49.99%의 표를 얻어 과반 의석 확보에 빨간불이 켜졌다. 통합러시아당은 2007년 총선에서는 64%를 득표해 전체 의석 450개 중 315석을 차지한 바 있다.

반면에 제1야당인 공산당은 19.35%, 중도좌파 성향 '정의 러시아당'은 12.98%를 득표하면서 의석수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2007년 선거에서 두 야당의 득표율은 각각 11%, 7%에 그쳤다.

통합러시아당의 약세는 출구조사 당시부터 점쳐졌다. 러시아의 여론조사기관 '폼'(FOM)은 출구조사 결과 발표에서 통합러시아당의 득표율을 46%로 예상했으며 또 다른 조사기관 '브치옴'(VTSIOM)도 예상 득표율을 48.5%로 잡았다.

<뉴욕타임스>는 이날 선거가 통합러시아당에 대한 국민투표 성격을 띠고 있을 뿐 아니라 내년 대선에 나가는 푸틴 총리에 대한 평가를 반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내년 대선에서 푸틴이 승리하면 재선을 포함해 길게는 12년간 러시아를 통치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국민들이 푸틴의 장기 집권에 대한 피로감을 여당에 대한 외면으로 표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투표 종료 뒤 출구조사 결과가 나오자 "통합러시아당은 총선에서 정치적 영향력에 걸맞게 선전했다"며 "복잡한 하원의 의석 분포를 고려할 때 여러 사안에서 (통합러시아당이 다른 야당과) 제휴하는 것이 불가피하며 이것이 진짜 민주주의"라고 말했다.

푸틴 총리도 총선 결과에 대해 "유권자들이 통합러시아당을 러시아의 주도적 정치세력으로 재확인한 것"이라고 평가하면서 "이 결과에 따라 우리는 국가의 안정적인 발전을 도모할 수 있게 됐다"라고 말했다.

반면에 이번 총선에서 약진한 야당 지도자들은 러시아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큰 의미를 부여했다. 쥬가노프 공산당 당수는 "러시아의 미래는 이제 완전히 다르게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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