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총리는 24일 오후(현지시간) 집권 통합러시아당의 전당대회에 참석해 2012년 대선 후보로 출마해 달라는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의 제안을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푸틴은 "러시아 대통령에 출마해 달라는 제안에 보여준 긍정적인 반응에 감사를 표하고 싶다"며 "이는 나에게 큰 영광"이라고 수락 의사를 밝혔다.
푸틴은 그러면서 "대선 뒤 메드베데프는 내각을 맡아 국가 현대화를 이끌 효율적 그룹을 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이 대선에서 승리한다면 메데프데프 대통령은 총리를 맡게 될 것임을 암시한 것이다. 총리와 대통령의 '자리 바꾸기'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의 출마 권유 또한 앞서 이 전당대회 자리에서 이뤄졌다. 메드베데프는 "내년 대선 후보로 블라디미르 푸틴을 지지하는 게 합당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고 집권당 당원들은 이에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이로써 '누가 대선 후보로 나설 것인가' 하는 통합러시아당 내의 논의도 일단락됐다. 최근 두 사람 사이에 대선 출마를 놓고 이견이 있었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지만, 푸틴과 메드베데프는 이미 '몇 년 전'부터 누가 어떤 직책을 맡을지에 대해 합의가 이뤄졌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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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왼쪽)와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집권 통합러시아당 전당대회에서 당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푸틴은 이 자리에서 2012년 대선 출마를 권유한 메드베데프의 제안을 수락했다. ⓒAP=연합뉴스 |
대선에서의 승리도 무난해 보인다. 외신들이 보도한 현지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러시아 국민들의 푸틴에 대한 지지도는 60%를 넘어선다. 러시아는 지난 2008년 대통령 임기를 4년에서 6년으로 늘리도록 헌법을 고쳤기에, 푸틴이 내년 대선에서 승리하고 연임에도 성공할 경우 그는 자신이 71세가 되는 2024년까지 대통령직을 수행하게 된다.
푸틴은 지난 2000년과 2004년 대선에서 대통령에 당선돼 강력한 지도력을 발휘했으나 러시아는 헌법상 3선 연임이 금지돼 있어 2008년 메드베데프에게 대통령직을 물려주고 총리로 물러앉았다. 하지만 형식적으로는 총리가 대통령 밑에 있을지언정 푸틴은 메드베데프를 능가하는 영향력을 과시하며 사실상의 '상왕'으로 국정을 이끌었다는 평가다. 정보공개 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미 외교전문에 따르면, 미국은 푸틴과 메드베데프의 관계를 '배트맨과 로빈'에 비유했을 정도다.
하지만 자유주의적 성향의 야권 정치인들 등 반대파들은 이같은 집권당의 행태를 독재적이라고 비난했다. 보리스 옐친 대통령 하에서 부총리를 지난 보리스 넴초프는 푸틴의 2012년 대선 출마 소식이 전해지자 푸틴을 벨라루스의 독재자 루카첸코에 비유했다.
러시아 인권운동의 대모로 불리는 루드미야 알렉세예바(82)도 영국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모든 권위주의 정권은 똑같다"며 "카다피 정권에 일어난 일처럼, 권위주의 정권은 (스스로를) 현대화하지 않으면 붕괴할 것"이라고 에둘러 비판했다. 앞서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도 푸틴이 민주주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고 수차례 지적한 바 있다. (☞관련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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