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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유력언론들, 이스라엘 병사 납치장소 조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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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유력언론들, 이스라엘 병사 납치장소 조작?

카운터펀치 "이스라엘이 아니라 레바논 영토"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가 지난달 12일 이스라엘 병사 2명을 납치한 장소는 이스라엘인가, 레바논인가?
  
  지금까지 미국 등 서방의 주류언론들은 헤즈볼라가 국경을 침범해 이스라엘 병사를 납치함으로써 이번 전쟁의 원인을 제공했다고 보도해 왔지만 실제 납치 장소는 레바논 영토였다는 주장이 제기돼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더욱이 사건 직후에는 대부분의 언론들이 납치가 레바논 영토에서 일어난 사건이라고 보도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미국언론들은 이스라엘에서 발생했다며 '사실' 자체를 바꾼 것으로 알려져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러한 주장이 사실임이 입증되면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이 미국과 이스라엘이 사전에 기획한 작전이라는 '음모설'의 유력한 증거가 될 전망이다.
  
  이미 미국의 저명한 탐사보도 전문기자 세이모어 허시는 <뉴요커> 최신호에서 "이스라엘은 헤즈볼라의 자국 병사납치 이전에 헤즈볼라 공격을 계획했으며 이 계획을 미 정부와 공유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스라엘, '장소 변경 작전' 벌였나
  
  이스라엘은 그동안 헤즈볼라가 이스라엘-레바논 국경을 넘어 이스라엘의 자국 병사 2명을 납치하고 또 다른 8명을 살해했다는 이유로 헤즈볼라의 거점인 레바논 남부와 수도 베이루트 등에 대해 한 달 넘게 무차별 공격을 해왔다.
  
  그러나 미국의 좌파 성향 전문지 <카운터펀치>는 15일 "이스라엘 병사 납치에 대한 보도가 얼마나 재빨리 레바논에서 이스라엘로 바뀌었나"라는 제목의, 중동문제 전문가 트리시 슈의 폭로기사를 실었다.
  
  이 매체는 그동안 이스라엘이 레바논 침공에 대해 '갈릴리의 평화 작전'(1982) '분노의 포도 작전'(1996) 등 이름을 붙여온 것에 빗대 이번 레바논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을 '장소 변경 작전'이라고 비꼬기도 했다.
  
  <카운터펀치>에 따르면 이스라엘 병사가 납치된 장소가 이스라엘이 아니라 레바논이라는 사실은 사건 직후 이미 많은 매체들이 보도한 바 있다.
  
  프랑스의 <AFP> 통신, 인도의 <힌두스탄타임스>, 독일의 <DPA> 통신, <아시아타임스>, <바레인뉴스> 통신, <볼테르넷> 등이 이같은 보도를 많이 했다. 반면 미국의 주요 매체 등은 기초적인 사실 보도에서 방향 자체가 달려져 왔다.
  
  대표적인 예가 미국의 유력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다.
  
  이 잡지의 마이클 허시 기자는 지난달 12일 "이스라엘 병사 2명이 레바논에서 헤즈볼라에게 납치됐다"면서 "이 과격집단은 앞서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가 일으킨 비슷한 납치 사건과도 연계돼 있어, 중동에서 전면전이 일어날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고 보도했다.
  
  그런데 다음날 <뉴스위크>를 발행하는 <MSNBC>의 예루살렘 지국장이 쓴 기사는 완전히 다르다. 스티븐 쿠트킨 지국장은 "헤즈볼라 게릴라들이 이스라엘 국경을 넘어 들어와 병사 2명을 납치했으며, 그 이후 벌어진 전투에서 또 다른 8명의 병사를 살해함으로써 모든 것이 변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그는 "이번 위기로 이스라엘은 전략적 목표를 추구할 기회를 얻었다"면서 "납치 사건은 이스라엘이 하마스와 헤즈볼라를 무력화할 명분을 주었다"고 강조했다.
  
  <AP>, 같은 기자 보도가 계속 달라져
  
  미국의 <AP> 통신의 기사들도 시간이 흐르면서 달라졌다. 조셉 패너시언 기자는 7월 12일 오전 5시 41분에 타전한 기사에서 "헤즈볼라가 레바논 남부 국경 부근에서 교전을 벌이다가 이스라엘 병사 2명을 납치했다"면서 "이스라엘은 그들을 구하기 위해 곧바로 반격에 나서 레바논으로 지상군을 보냈다"고 썼다.
  
  이어 패너시언 기자는 오전 7시 9분에 올린 기사에서는 "헤즈볼라가 레바논 국경 부근에서 벌어진 교전 중 이스라엘 병사 2명을 납치했다"고 수정했다.
  
  그러나 패너시언 기자는 오후 4시 13분에 올라온 기사에서는 장소를 완전히 바꿔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국경을 넘어 들어와 이스라엘 병사 2명을 납치했다"면서 "이스라엘은 전투기, 전차, 전함 등으로 레바논 남부에서 반격을 가했지만, 8명의 병사가 사망했다"고 썼다.
  
  이스라엘측 소식통들은 거의 주목받지 못했다. 미국의 <사이버캐스트 뉴스 서비스> 통신은 7월 12일 "이날 에후드 올메르트 총리는 레바논 남부에서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병사 2명을 납치한 것은 테러가 아니라 전쟁행위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오스트레일리아의 <ABC뉴스>는 7월13일 이스라엘군 관계자들을 인용한 보도에서 "이스라엘 병사들이 국경 넘어 지중해안에서 약 15km 떨어진 아이트 알 샤브에서 현지 시간으로 오전 8시 쯤 납치됐다"고 전했다 .
  
  이어 이 매체는 "이스라엘군 당국은 레바논 국경에서 이스라엘 병사 2명이 납치됐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면서 "이스라엘군 라디오 방송은 이스라엘의 지상군이 실종된 병사를 찾기 위해 레바논 국경을 넘었다고 보도했다"고 덧붙였다.
  
  <미국의 소리> 방송의 7월 12일 예루살렘발 보도 역시 이스라엘 병사가 납치된 장소가 레바논 쪽이라는 사실을 전하고 있다. 이스라엘 외교부에 출입하지 않는 기자들을 대상으로 마크 레게브 대변인은 "이번 폭력 사태에 대해 헤즈볼라가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레게브 대변인은 "북쪽 사태가 격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번 사태는 레바논 쪽 국경에서 시작된 것은 매우 분명한 사실이며, 이스라엘은 적절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뿐이 아니다. 이스라엘군의 모세 얄론 준장은 7월31일 <뉴 리퍼블릭>에 게재된 '전쟁의 원인'이라는 기고문에서 "하마스에 의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와 헤즈볼라에 의한 레바논 남부에서의 이번 사태는 이스라엘이 점령한 곳이 아닌 지역에서 일어났다"고 썼다.
  
  7월 13일 이스라엘의 유력 일간지 <하레츠>는 하마스의 정치국 위원인 모하마드 나잘의 말을 이렇게 인용했다. 나잘은 "이번 사태는 (이스라엘의) 군사적인 목표에 대항해 수행된 영웅적인 작전이며, 특히 점령된 레바논 영토에서 일어났기 때문에 합법적인 작전"이라고 주장했다.
  
  이스라엘 병사 납치 장소 명기한 레바논 군 당국의 성명
  
  <카운터펀치>에 이번 기사를 쓴 트리시 슈는 레바논의 한 정부 관료가 직접 해준 말이라며, 이스라엘 병사가 레바논 남부에서 납치됐다는 정보가 처음 나온 곳은 레바논 군 당국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레바논 군 당국은 많은 매체들이 인용한 소식통이기도 하다.
  
  레바논 정부에게 전달된 레바논 군 당국의 성명을 그대로 옮기면 다음과 같다.
  
  "오전 9시 3분 또는 9시 5분에 아이트 알 샤브 마을 인근 또는 앞에서 저항세력 소속원들이 이스라엘 병사 2명을 납치했다. 오전 9시 15분에 저항세력은 점령된 지역에 있는 적의 소재지에 포격을 가했다. 오전 10시 10분에 저항세력과 이스라엘군이 레바논 쪽 국경에 있는 나쿠라 지역에서 교전을 벌였다."
  
  레바논의 주미 대사 파리드 아부드는 7월 12일 이 사건에 대해 공개적으로 토론을 벌이기도 했다. 그는 미국의 CNN 방송에서 보인 입장 때문에 질책을 받고 본국으로 소환됐다.
  
  다음은 CNN 인터내셔널의 마이클 홈즈와 아부드 대사의 인터뷰 내용이다.
  
  마이클 홈즈 : 당신은 사태가 악화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씀하셨지만….
  
  파리드 아부드 : 그렇습니다.
  
  홈즈 : 하지만 이스라엘 국경을 넘어 병사들을 살해하고 납치를 했으니, 어떤 일이 벌어질 것으로 생각했나요?
  
  아부드 : 공격이 일어난 장소가 어디인지 확실히 알지 못합니다. 또 다른 전투가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전투에서 이스라엘군이 레바논 국경을 넘었고, 레바논 영토 내에서 사상자가 나왔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사태가 악화되는 것을 원하지 않으며, 우리가 이스라엘을 공격한 적이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스라엘은 항상 우리의 영토를 점령해 왔으며, 우리는 항상 우리 자신을 방어해 왔다는 말입니다. 우리의 입장은 언제나 매우 대응적이고, 방어적이었습니다.

  
  트리시 슈는 아부드 대사의 말에 대해 직접 에드몬드 파델 레바논 참모총장에게 해명을 요청했으나, 그는 '헤즈볼라의 입장에 관해서 언급하도록 승인받지 못했다"며 답변을 회피했다.
  
  헤즈볼라의 입장은 7월12일 <예루살렘포스트>에서 인용된 바 있다. 헤즈볼라의 지도자 셰이크 하산 나스랄라는 "레바논 남부에서 이스라엘 병사 2명을 생포한 시점은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인들의 입지를 강화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트리시 슈는 "이같은 견해는 헤즈볼라 대변인 이브라힘 무사위가 지난 7월 16일 전화 통화에서 나에게 반복해서 말해준 것이기도 하다"면서 "그는 이번 사태가 군 초소에 인접한 아이트 알 샤브 마을 앞에 있는 레바논 쪽 국경에서 일어났다고 단언했다"고 강조했다.
  
  또한 트리시 슈는 8월 2일 베이루트에서 무사위와 납치 문제에 대해 토론했다. 다음은 트리시 슈와 무사위의 대화다.
  
  - 우리는 7월 16일 이미 이 문제에 대해 얘기한 바 있는데, 이번 기회에 공식적인 답변을 듣고 싶다. 레바논 군 당국은 7월 12일 이스라엘 병사들이 납치된 장소는 미국에서 들었던 것처럼 이스라엘이 아니라 레바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스라엘 병사들이 납치된 곳이 이스라엘인가 레바논인가?
  
  "'이스라엘'이라니, (국경 남쪽은) 이스라엘 땅이 아니라 (이스라엘에 의해) 점령된 팔레스타인 땅이다."('이스라엘인가, 레바논인가'라고 질문하지 말고 '점령된 팔레스타인인가, 레바논인가'라고 물으라는 의미 : 역주)
  
  - 알겠다. 점령된 팔레스타인인가, 레바논인가?
  
  "레바논, 그 쪽 국경이다."
  
  - 국경에서라면 어느 마을인가? 그곳은 어디 가까이 있나?
  
  "마을이 아니다. 군 초소다."
  
  -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국경을 넘어갔나?
  
  "헤즈볼라는 그렇게 주장한 적 없다. 단지 국경이라고 했을 뿐이다. 이스라엘이라고 말하지 말라. 점령된 팔레스타인이다."
  
  - 전차에 탑승했던 이스라엘 병사가 살해됐나?
  
  "저항세력을 쫓아 그들이 침투하길 원한 곳은 모두 레바논 영토 내부였다. 이제 이번 사태가 (레바논의) 기반시설 파괴가 아닌, 이스라엘 병사 2명에 대한 것이라고 믿는 사람들은 아무도 없다. 게다가 헤즈볼라는 이번 이스라엘의 공격이 9월이나 10월에 개시될 예정이었다는 정보도 갖고 있다."
  
  
'조작 의혹' 불구, 이스라엘측은 레바논 정부 상대 손배소 움직임
  
  <카운터펀치>에 따르면 이처럼 이스라엘 병사의 납치 장소가 조작됐다는 의혹에도 불구하고 현재 이스라엘의 변호사들은 레바논 정부를 상대로 이번 전쟁을 일으켰다는 이유로 미국 법정에 민사소송을 제기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전쟁의 결과에 따라 이스라엘 주민들과 사업가들이 입은 피해를 보상하라는 것이다.
  
  예후다 탈몬 등 이들 변호사들은 "레바논 정부가 헤즈볼라의 국경 침범 및 병사 납치 등을 막지 못함으로써 국제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탤몬 변호사에 따르면 이스라엘 주민들은 미국에 있는 레바논의 자산을 배상금으로 확보하기 위한 소송도 준비 중이다. 이들 자산의 소유주치고 헤즈볼라와 무관한 곳이 없다는 주장이다.
  
  <카운터펀치>는 "이러한 주장들이 오락가락하는 국경에 기초하고 있다는 것은 신경도 쓰이지 않는 모양"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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