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무장조직이 이스라엘 병사를 납치한 데 이어 레바논 내 민병조직이자 정치세력인 헤즈볼라가 12일 이스라엘 병사 2명을 납치하는 사건이 또 발생해 중동 지역에 전운이 짙게 깔리고 있다.
이스라엘은 헤즈볼라의 자국 병사 납치 공격에 맞서 2000년 5월 철수했던 레바논 남부 지역을 공격했으며 이 과정에서 이스라엘 병사 8명과 레바논 민간인 2명이 사망했다.
헤즈볼라는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TV방송을 통해 이스라엘 감옥에 수감된 팔레스타인 재소자들의 석방을 요구하기 위해 이날 오전 9시께 헤즈볼라의 무장요원들이 레바논 남부의 이스라엘 접경지대에서 이스라엘 군을 기습 공격해 병사 2명을 납치했다고 밝혔고, 이스라엘 국방부는 이를 확인했다.
헤즈볼라는 납치한 병사들을 이스라엘 군이 접근할 수 없는 안전한 곳에 옮겨놓았다고 주장했다.
헤즈볼라 지도자인 셰이크 하산 나스랄라는 이날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스라엘에 납치 병사를 인도하는 조건으로 팔레스타인 재소자들을 석방하라고 요구했다.
그는 "만일 이스라엘이 납치 병사 구출을 위해 군사작전을 고려한다면 이는 헛된 꿈에 불과하다"면서 "우리는 사태 악화를 원치 않으며 이 지역을 전쟁 속으로 몰아넣을 생각이 없지만 만일 이스라엘이 사태의 확대를 원한다면 우리는 맞설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헤즈볼라는 레바논 내에서는 합법 정당으로 인정받고 있는 정치세력으로 레바논 정당 가운데 유일하게 무장민병 조직을 거느리고 있다. 헤즈볼라는 1982년 당시 레바논 남부에 망명 중인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를 축출하기 위해 이 지역을 불법점령한 이스라엘군에 맞서 18년간 무장투쟁을 한 끝에 지난 2000년 이스라엘군을 몰아낸 바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헤즈볼라를 테러단체로 규정하고 있다.
한편 이스라엘은 헤즈볼라의 납치공격이 발생한 뒤 레바논 남부지역에 탱크와 공군기를 투입해 공격을 퍼부었다. 이스라엘 라디오 방송은 지상군 병력이 납치된 병사를 찾아내기 위해 레바논 영토로 진입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BBC> 보도에 따르면 헤즈볼라의 납치공격으로 3명이 죽고, 접경 지대에서 탱크 1대가 대전차지뢰를 밟아 4명이 사망하는 등 모두 8명의 이스라엘 병사가 사망했다.
레바논 당국은 이스라엘 군의 이날 공격으로 레바논인 2명이 죽고 16명이 부상했으며, 교량 9곳이 파괴됐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국방부는 이날 아미르 페레츠 장관 명의의 성명을 통해 레바논 정부는 납치된 병사의 무사 귀환과 이번 사태에 따른 모든 결과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에후드 올메르트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안보내각을 긴급 소집해 대응책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헤즈볼라의 납치공격을 전쟁행위로 규정하고 "이스라엘의 의지를 시험하려는 세력은 값비싼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며 강도높은 보복을 예고했다고 현지 언론들이 전했다.
한편 이스라엘 군은 이날도 가자지구에 대한 공습을 계속해 이날 하루에만 팔레스타인인 23명이 사망했다.
알-자지라 인터넷판은 지난달 28일 시작된 이스라엘 군의 공격으로 지금까지 어린이와 부녀자를 포함해 총 60여 명의 팔레스타인인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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